무더운 여름에 더욱 생각나는 예능, “우주를 줄게”

반전과 감동 하나 없던, 이 싱거운 예능이 참 그립다

‘우주를 줄게’는 날 것 그대로를 보인다

복면 뒤에서 노래를 부르고, 변조된 목소리로 준비해 온 개인기를 관객 앞에서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뭔가 엄청난 놀라움을  주지 못해도 괜찮다.

충격이 너무 잦다

이 예능은 단순하다. 그저 인공적인 빛이 없는 한적한 곳에 차를 타고 내려가 빙 둘러 앉아 쏟아지는 별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그만이다.  오케스트라 앞에서 관객의 눈시울을 적시는 공연을 하지 않아도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그 자체로 정말 음악이다.

출연진은 뮤지션 여섯 명이다. 멜로망스의 김민석, 그리고 카더가든도 나온다. 작정하고 요즘 대세들을 섭외했다. 뮤지션들을 출연진으로 부른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지만, 연출자는 욕심을 내지 않는다.

첫 여행지인 안동으로 내려가면서 다시 출연자들은 그들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고, 서로에게 가장 좋아하는 본인의 노래가 무엇인지 묻는다. 그리고 불러줄 수 있겠냐고 조심스레 묻는다.

때로는 자연스레 묻어나는 대화에서 시작된 어떤 노래를 시작한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고, 불러야만 하는 노래의 셋리스트도 존재하지 않는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저 근처를 거닐며 서로 농담을 건넬 뿐이다.

그러던 그들이 스스로의 눈으로 안동의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을 바라본다. 연출자는 호흡을 천천히 가져간다. 별을 바라보며 하는 출연자들의 대화와 감탄사를 그대로 노출하며 아주 오랜 시간 시청자에게도 그대로 수많은 별들을 선사한다. 편집이 들어가지 않은 그저 그대로의 리얼 타임으로.

도전 과제 없이도 음악 예능이 즐거울 수 있는 방법

이 예능은 지난 몇 년간을 '힐링 예능'이라고 일컬어지는 나영석 PD식 예능에 장르를 더하여 만들어 낸 변주곡처럼 느껴진다. 혹자는 '우주를 줄게'가 대책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확실히 가슴 절절하거나 아예 반대로 웃음을 쏟아낼 수 있는 포인트를 잡아 만들어냈던 기존 음악 예능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우주를 줄게'에서는 놀라움이 없다.

'우주를 줄게'가 기존 방송과 진짜 다른 점은 그들에게 주어지는 '도전 과제'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 ‘슈퍼스타 K’가 방아쇠를 당겨 등장했던 무수한 오디션 프로그램들의 양산으로 인해 이미 시청자들은 피곤해졌다. 과잉경쟁에서 기인한 피로감이다.

'나만 알고 싶은' 몇몇 뮤지션들은 복면을 쓰고 등장해서 인지도를 얻는 대신 헬륨을 마신 듯한 목소리로 장기자랑을 했다. 더 이상 그들이 부르는 노래보다 복면을 쓴 사람의 정체가 우선시되기 시작했다.

이 도전 과제의 유무는 ‘우주를 줄게’에 와서 커다란 차이를 만들어낸다. 기존 뮤지션들의 색다른 모습이나 혹은 과제로부터 유발되는 실수에서 오는 일종의 ‘볼거리’들 없이도 편안히 음악을 주제로 한 예능을 만들어낸다.

별들을 다 구경하고 난 그들은 미리 비닐로 만들어진 캠프에 들어가 과자와 맥주를 늘어놓는다. 그리고 노래를 시작한다. 늘 그들과 대동하는 세션도 없고 MR도 없다. 부르고 싶은 각자의 노래에 맞게 출연자 누군가는 키보드, 그리고 기타를 연주해준다. 코러스도 넣는다.

때로는 코드를 틀리고 때로는 가사를 다르게 부르지만, 그들은 그저자신의 사연이 담긴 노래를 부른다. 최근의 음악 예능에서 출연자가 이렇게 편안하고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노래를 부른 적이 있던가.

"나는 관객들이 무섭다"는 휘성의 말

휘성은 1집부터 수명을 바쳐가는 것처럼 만들었던 자신의 앨범들, 그리고 거기서 발생하는 부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말한다. 아직도 무대에서 관객의 얼굴이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면 본인의 목이 본인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우주를 줄게’에서 자유로워 보인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고음을 내지르지 않고서, 그저 먼 별에 자신 아이의 이름을 붙이고 밤하늘에서 가장 밝다는 시리우스 성(星)을 묵묵히 찾아낼 뿐이다.

 ‘주변을 어둡게 하시고, 음량을 높여주세요’ 

이 예능이 시청자에게 요청하는 사항이다. 이 건방진 지시를 따르는 순간, 우리 역시 감동을 갈구하는 시청자이자, 엄격한 평가자의 위치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저 같은 위치에서 그들과 같은 별을 바라보며 출연자와 공감할 뿐.

뮤지션을 뮤지션답게 대하는 법. ‘우주를 줄게’는 우리에게  그렇게 커다란 우주를 선사한다. 더운 여름을 이겨내기 힘들다면, 조금 색다른 우주를 만나러 가는 것을 추천한다. 그곳에는 이 습한 여름밤에 느낄 수 없을 담백함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채널A <우주를 줄게> 하이라이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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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조영훈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비오는 날과 홍학을 좋아합니다. 공산당을 싫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