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행위, 요리

취준생의 ‘리틀 포레스트’를 찾아서 ②요리

지난 이야기

취준도 못하는 제가 #액체괴물 을 만지작거리는 것이 좀 부끄러웠습니만, 큰 맘먹고 질렀습니다.

어땠냐구요? 오감이 오직 손에만 집중되면서 마음에 강 같은 평화가 찾아옵니다. 멍을 때리며 액체괴물을 만지다보면 한 시간이 그냥 지나갑니다. 현생을 잊어버리기엔 최고의 물건입니다.

혹시, 쓸모없는 소비에 대한 죄책감이 들지 않았냐구요? 아니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샀는지 몰라요.

제 두 번째 ‘리틀 포레스트’ 후보는 바로 요리입니다.

제 점심시간은 늘 혼자입니다. 부모님은 일을 가시고 동생들은 학교에 갑니다. 특별한 약속이 있는 날을 제외하곤 저 혼자서 집을 하루종일 지키고 있습니다. 주인이 일을 나가고 집에 홀로 남겨진 애완동물의 기분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는 항상 밖에서 음식을 사먹기 때문에 집에서 밥을 먹을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요리에 익숙하지도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하필 집 1층엔 편의점이 있습니다. 즉석식품을 구매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습니다.

편의점 최고-!

결국 제 점심은 라면이 돼버렸습니다.

혼자 밥을 먹다보니 맛은 없고, 아예 잘 안 먹게 됐습니다. 간간히 초콜릿과 커피를 마시며 허기를 달랬습니다. 제대로 된 식사를 챙기지 않다보니 기운이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사람은 맛있는 걸 먹어야지 행복할 수 있나봅니다.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까지 나빠지는 것 같아 점심만큼은 꼭 잘 챙겨먹어야겠다는 다짐이 섰습니다. 다 먹고 살자고 취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근처 마트에서 장을 보고 직접 요리를 해 점심을 챙겨먹기로 했습니다.

나 혼자 밥을 먹고...나 혼자 영활 보고..

첫 점심 메뉴의 시작은 파스타였습니다.

직접 요리를 해보려고 하니 한식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요리였습니다. 그에 비해 파스타는 면을 삶고 소스를 넣어 함께 볶으면 끝나는 비교적 간단한 요리였습니다. 기본적 요리 솜씨가 굉장히 의심스럽기 때문에 파스타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즘 시판 소스가 을마나 맛있게 나와 있게요! 소스만 잘 사도 괜찮은 파스타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더 맛있는 점심식사를 지향하기 위해 마늘, 청양고추, 바지락 같은 부재료도 함께 샀습니다. 직접 해먹은 점심은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내가 먹을 것을 위해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큰 에너지를 주는 행위였습니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에 따라 하나의 개인이 만들어지듯, 먹는 것에 따라서도 사람은 달라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할 때, 컵라면에서 하루의 에너지를 찾을 때의 저의 가치와 좋은 재료와 약간의 노동의 들어간 파스타를 먹었을 때 저의 가치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이만큼의 음식을 먹을 만큼 제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스타 지옥에 빠져 벌임...

요리, 처음에는 번거롭다고 생각했지만

점점 나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물론 아직 다양한 요리를 하지는 못하지만 최근에는 닭죽을 해볼 정도로도 요리를 귀찮아하지 않게 됐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오래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는 건 좋지만 먹을 때만큼 요리를 하는 과정이 마냥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요리를 하는 동안만큼은 현생을 살짝 잊는 다는 점은 좋습니다. 하지만 푹 빠져서 즐겁게 하는 활동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점심을 직접 해먹으려 하지만 ‘리틀 포레스트’에 적합하지는 않았습니다.

1. 재미 ★★☆☆☆

2. 지속성 ★★★★☆

3. 가성비 ★★★☆☆

다음 화 예고 : 원데이 클래스

뭔가를 꾸준히 배우면 더 좋겠지만 저는 극강의 현실주의자입니다. 제겐 꾸준히 강습을 받을 수 있는 수입이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습니다.

뭔가 색다른 활동을 해보고 싶긴 하고, 돈은 없기 때문에 하루만 배울 수 있는 원데이 클래스라는 타협점을 도출해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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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희

주진희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아직 방황하는 중.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