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싸’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이유

학교 밖에서 진화할 건지 안에서 도태될 건지 스스로 선택해라.

‘아웃사이더’ 가 뭐 어때서?

날씨가 너무 추워졌다. 겨울은 본디 끝과 시작을 상징하는 계절이 아니던가. 분위기에 맞춰 되돌아보면 내가 지나온 중요한 지점은 모두 겨울이었다. 일단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무래도 고3, 그리고 새내기 시절에 만난 겨울이다. 그 겨울에 일 년 간의 새내기 생활을 정리하면서 앞으로는 내 대학생활이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감을 잡았다.

이런 고민 덕분에 지금 나 자신이 만족스럽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핵심을 이야기하자면, 나는 남들이 흔히 말하는 ‘아싸’의 길을 선택했다. 새내기 생활을 끝내고 얻은 결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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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비켜라 인생 혼자다

나는 아웃사이더다. 그러나 내가 자처한 이 포지션은 어떤 면으로 보나 지난 내 학교생활에 커다란 편리와 재미를 안겨주었다. 아웃사이더와 재미는 서로 친하지 않은 단어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4년간의, 소위 '아웃사이더'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건, 아웃사이더라는 단어가 많은 오해에 사로잡혀 있다는 점이다.

내가 자처한 아웃사이더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학교 수업만 듣는 사람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건 ‘아웃사이더’의 본래 정의에도 어울리지 않는 특징이다. 아웃사이더는 ‘사회의 기성 틀에서 벗어나서 독자적인 사상을 지니고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싸’라는 프레임이 이미 고정관념의 영역에까지 들어섰기 때문에, 나는 아웃사이더를 다시 정의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름하여 호모 엑스테리오르 - 바깥으로 나서는 자 (Homo Exterior)다.

 

내 학교가 우물 안이었다니

학교생활을 아예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교내 입학사정관 프로그램은 물론 각종 특강에도 자주 참여했다. 학과 내 동아리와 소모임도 들었으니 보통 새내기들이 하는 만큼 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민간장학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대외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장학재단에서 학생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한 캠프나 워크샵, 자치활동 같은 여러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다른 학교, 다른 전공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첫인상은 충격 그 자체였다. 같은 단체 소속의 장학생들은 전국 단위의 대학에서 몰려든 친구들이었고 그 숫자만큼이나 전공이나 관심분야 역시 다양했다. 20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꿈에 대한 열정, 그리고 잠재력은 내가 알던 세계를 한꺼번에 뒤바꾸어놓았다. 그들과 함께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바뀌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커다란 세계에 대한 체험을 하고 돌아온 학교생활은 조금 시시했다. 그때부터였다. 교내 행사나 공모전 같은 것들에는 욕심도 나지 않았다. 대신 전국 단위의 경쟁자들과 경쟁할 생각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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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호모 엑스테리오르의 기본 자질은 학교 바깥으로 나간다는 데 있다. 대외활동은 호모 엑스테리오르를 이루는 기본 성질이나 다름없다. 국토대장정이나 해외탐방 같은 모험을 통해서, 봉사활동이나 멘토링 같은 선행을 통해서, 공모전이나 아이디어 경진대회 같은 경쟁을 통해서 호모 엑스테리오르들은 학교 바깥의 거대한 세계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호모 엑스테리오르를 보다 강하게, 바깥으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게 되는 계기들

그렇게 한 번 눈이 뜨이자 학교 바깥에서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되었다. 가장 가까운 예로는 'MoA'라는 인문학독서토론 소모임을 만든 것이다. 2012년에 내가 주체가 되어 만든 이 단체는, 지금은 이과를 전공하는 친구들이 더 많을 정도로 다양한 전공의 친구들이 모여 자유롭게 읽고 이야기하는 곳이 되었다. 2014년인 지금까지 명맥을 잘 유지해오고 있고, 이 친구들을 통해서 이 친구들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인맥의 확장이란 이런 게 아닐까.

학교 안이 아니라 바깥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까닭에 출판사에서 서포터즈 활동도 해보고, 미술봉사도 했다. Twenties' timeline에도 그러다가 합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난 사람들이 지금은 내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으니 확실히 얻은 게 크다고 할 수 있다. 학교만 다녔다면 절대 알지 못했을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 사람들과 친한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렇게 세계가 확장되면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날 기회를 자연스럽게 얻게 된다.

친먹은 옵션

친먹은 옵션

소위 ‘아싸’의 특질은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이지만 호모 엑스테리오르는 항상 주변에 사람들이 따른다. 그리고 학교 안에서 한정되는 관계보다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날 확률도 상대적으로 높다. 아직 그러지 못한 호모 엑스테리오르라고 할지라도 걱정할 필요 없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벗어나 시간을 내서 만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당신은 어느새 누군가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것이다.

 

귀찮은 구설수에 면역 상태가 된다.

누가 나 모르게 내 뒤에서, 그것도 무리지어 뒷담을 나누었다는 소문을 직접 들은 적이 여러 번 있다. 어디에나 그런 일은 존재하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기분이 좋을 리는 없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내가 잃어서 아쉬울 사람들도 아니었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학교 밖에 더 많았었다. 성격이 그렇게 차분하지 않아 아주 작은 것에도 분개하는 내 성격으로도 그런 걸 신경 쓰지 않고 지낼 정도였다.

이미 학교 밖에, 혹은 내면에 더 중요한 사람이나 가치를 품고 있다면 그런 구설수에 절로 면역이 된다. 그리고 소문을 만드는 사람은 그만큼 소수의 사람에 머물러 있지 않겠는가. 그런 흉한 모습들을 보면서 “아, 나는 저러지 말아야 하겠구나.” 같은 교훈마저 얻었으니 호모 엑스테리오르는 언제나 건강하다.

HQ Pixs Blog (26)

부질없는 내세의 삶….

 

진화할 것인가, 도태될 것인가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냐고? 너무나도 만족하고 살고 있다. 여기에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이 생겨 학교를 옮겼다. 14학번 새내기지만 호모 엑스테리오르로 쌓은 경험을 활용하니 학교마저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 20대의 초입부터 알게 된 학교 바깥 사람들과는 여전히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 ‘아웃사이더’를 선택해서 손해를 본 게 있기는커녕 결국 이 자리까지 오게 한 원인이 되었으니 개인적으로는 너무도 큰 수확을 거두었다.

그러니 이 시대의 호모 엑스테리오르들이여,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라. 물론 그대들은 이미 호모 엑스테리오르의 삶을 자랑스러워 할 테지만, 나의 말은 아직 호모 엑스테리오르가 되지 못한 아웃사이더, 아니 ‘아싸’들을 위해서 이 글을 쓴다.

‘아싸’와 호모 엑스테리오르의 차이는 단 한 가지에 있다. 스스로의 위치에 자부심을 갖는 것. 지금 서있는 그 자리에서 진화할 건지 도태될 건지 스스로 선택해라. 바깥은 언제나 안보다 더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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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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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지금은 우리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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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없다. 그러니, 놀 때 놀더라도 무리가 된다 싶으면 적당히 그만둬도 된다. 그렇게 ‘아싸’가 되는 걸 혼자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한때 누구보다 인싸이더였던 나는 지금, 과연 누가 읽어줄까 싶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