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 개막식, 원래는 이런겁니다
개막식이란 게 원래 이랬나?
이제 좀 있으면 평창 동계올림픽이 개최되는데, 벌써부터 불안하다. 얼마 전에 인천 아시안게임을 본 후폭풍이 생각보다 크다. 싸이, 엑소, 김수현은 “자랑스러운 아시아 K-POP 한류 주역”이니까 그렇다 치고, 설마 장진 감독과 임권택 감독이 만났는데 예술스러운 것 하나쯤 나오겠지 했는데, 이건 뭐 뮤직뱅크 올림픽 특집인 줄 알았단 말이지.
그리고 폐막식까지 보는 순간 나는 정말로 궁금해졌다. 올림픽이라든가 그런 국제 스포츠 대회는 개막식이 원래 이랬던가? 그래서 다시 찾아봤다.
1. 2012 런던 올림픽 개막식
대영제국의 간지가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과시하고 싶었던 것일까, 런던은 이 올림픽 개막식에만 우리 돈으로 약 490억의 비용을 지출했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슨의 콩트 출연료도 거기에 포함되었겠지만, 그건 아마 약과였을 것이다. 공식 비디오를 보시라. 체육관 바닥에서 굴뚝이 솟아나오고, 모든 관중석에 부착한 7만 개 이상의 LED 패널이 반짝거리며 글자를 만들고, 오륜 심볼에 불꽃놀이를 접목시켰다.
2.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개막식
두 번째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캐나다의 마음은 자긍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4500명의 스탭을 동원한 이 개막식에는 캐나다 국기의 단풍나무 잎과 스노우보드 타기 딱 좋아보이는 캐나다의 산악이 시종일관 등장한다. 자기네 나라 자랑치고는 지루하지 않은 3시간이었다. 공식 캐릭터는 올림픽 마스코트답지 않게 역대급으로 귀여웠고, 성화탑은 디자인이 독특했고, 사운드트랙도 상당히 세련됐었다 (음반으로 나올 정도).
3.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개막식
사우디 반도의 작은 강국 카타르. 그곳에서의 아시안 게임은 사상 최초로 아시안 게임 참가국이 모두 모인 경기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출연진 모두가 이슬람 전통을 따라 자기네 나라 복식과 습관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공연하는데도, 심지어 그걸 저화질 영상자료로 볼 수밖에 없는데도, 어쩐지 그게 우습지가 않아 보인다. 묘한 일이다.
4.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중국은 이미 20년 전의 베이징 게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훌쩍 성장해 있었다. 개막식을 하랬더니 4시간짜리 논버벌 뮤지컬을 만들어 버리는 패기. 물과 불 그리고 중앙의 8개 대형 스크린을 주로 이용해서 중국 특유의 색감과 엔터테인먼트를 극대화했으며, 사람 많은 나라답게 6천 명의 출연진이 공연을 펼쳤다. 다른 건 몰라도 개막식의 마지막 순서인 Fantastic Fireworks는 장관이다. 사용한 폭죽 4만 발이라는 기록은 허풍이 아닌 것 같다.
개막식은 다 인기스타 콘서트인줄 알았지 뭐야
한바탕 유튜브를 뒤지다 보니 다시 추천 동영상으로 인천 개막식 비디오들이 뜬다. 비디오 제목들을 보니 차마 눌러 볼 용기가 나지 않는다. JYJ Only You, EXO Growl [FANCAM] / HYUN BIN in Opening / CNBLUE @ Incheon, [141004] / ?”Fantastic Baby(Daesung Ver.)” 등등…
2018 평창 올림픽 때는 어떤 제목의 영상들이 올라올까. 설마 그때도 여전히 ‘팬캠’만 수두룩하게 올라오거나 하지는 않겠지? 아니면 3대 연예기획사한테 확실히 투자라도 받는게 빠르겠다. 차라리.
P.S.?현재 인천AG 개막식 전체 영상을 서비스하는 공식 계정은 아무데도 없다. 참으로 드높은 국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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