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혹시 피트니스 푸어?
어느 날 밤이었다
바닥도 아닌 푹신한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아픈 허리 때문에 잠을 못 이뤘다. 허리에 좋은 운동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음 날, 일어나자 마자 요가학원으로 갔다. 토,일 두 번 나가는데 한 달에 15만원이었다. 그만한 현금이 없어 아빠찬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카드는 부가세가 붙어 16만5천원이랜다.
월세 50만원, 핸드폰비 8만원, 교통비 7만원, 그리고 생활비는 30만원. 만약 요가학원을 가게 된다면 생활비의 반이 날아간다. 부담될 수 밖에 없었다. viagra tablets in india price.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Silfar online, generic lioresal 그날 밤도 허리가 쑤셔 옆으로 돌아서 잤다. 다시 요가학원을 찾았다. 평일반에 등록했다. 수업과 조모임 등으로 매우 바쁘지만 가격이 더 저렴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부모님께 요가학원비를 따로 받는 게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주말알바를 시작했다. 6시간씩 구두를 신고 서 있다 보니 허리의 고통이 더 악화된 것 같기도 했지만 이제 부모님께 어색한 카톡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기뻤다.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지 몇 주가 흘렀다. 일반 면 레깅스가 운동하기에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딱히 불편하진 않았다. 레깅스가 불편하면 얼마나 불편하다고. 하지만 다른 언니들처럼 기능성 레깅스를 입으면 왠지 다리가 쭉쭉 더 잘 찢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능성레깅스를 사서 입으니 100프로 순면 티셔츠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이왕 산 것, 티셔츠도 기능성으로 한 장 구입했다. 하지만 땀에 젖은 운동복을 매일 입을 수는 없지 않나. 기능성 요가복을 두 세트 더 사고나서야 멈출 줄 모르던 통장의 지출이 끝이 났다. 깃털 같은 소재로 몸은 가벼워졌으나 지갑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몸도 괜히 덩달이 무거워진다. 아르바이트 스케줄을 더 빡세게 조정했다.
학생인데 너무 욕심을 부렸나?
돈버는 언니들은 다를 줄 알았다. 하지만 언니들 또한 악순환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버는 만큼 씀씀이의 스케일이 달랐다. PT 1회에 8만원. 옆에서 어깨넘어로 듣는 내 손이 덜덜 떨렸다. 그때 트레이너가 솔깃한 제안을 한다. 20회를 한꺼번에 등록하면 4회를 공짜로 제공해주겠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그녀는 160만원을 결제했다. 참고로 그녀의 월급은 180만원이다.
영수증으로 한 층 두꺼워진 지갑을 보며 그녀는 깊은 고민에 잠겼다. 하지만 이왕 PT를 받는 김에 즐거운 마음으로 사진이라도 남기기로 한다. SNS에 올린 160만 원짜리 셀카는 사람들에게 별 인기를 얻진 못했다. 그래도 그녀는 몸매관리를 열심히 하는 여성이라는 이미지에 만족하나보다. 앞으로의 빠듯한 생활은 굳이 묻지 않기로 한다.
예전에는 남친 생일선물하면 향수, 지갑 같은걸 떠올렸다. 친구들 얘기를 들어보니, 트렌디한 남친들은 요즘 라이딩을 즐기고, 그런 그를 위해 바이크웨어를 선물한단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살짝 민망한 형형색색의 쫄쫄이를 입고 거리를 횡주하는 라이더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쫄쫄이는 보기와는 달리, 문방구에서 파는 스타킹과는 차원이 달랐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295달러짜리도 보았다.)
라이딩을 제법 본격적으로 즐기는 내 친구는 덧붙여 말한다. 라이딩을 하려면 기능성 져지, 라이딩 자켓, 바람막이, 조끼, 빕숏, 클릿 슈즈… 뭐 이런것들을 입어줘야 한단다. 이제 겨울이니까 얼어죽지 않으려면 넥워머와 암워머,니워머도 필수. 바이크의 속도 안에서 저 먼 프랑스 감성을 느낀다는 그는, 내가 알기로 공과금을 제때 내지 못하고 있다.
남친과 한강에 놀러갔을 때의 일. 편의점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맥주를 음미하던 한 라이더가 있었다. 그는 저녁이 되었는데도 썬글라스를 벗지 않았고, 큰 소리로 자전거 자랑을 하고 있었다. 티타늄이 어쩌고 카본이 어쩌구. 한 눈에 보기에도 우리 집 바구니 달린 자전거와는 많이 달라보였다. 그러면서 3000원어치 맥주 값을 같이 온 동료와 칼같이 더치페이하던 그는, 내가 편의점 앞에서 꽤 오래 자리를 지켰는데도 불구하고 오래토록 떠들고 있었다. 아마 자전거는 집에 갈 때나 타려나 보다.
오늘도 모니터에는 G시장이 켜져있고
하루는 무의식적으로 요가매트 가격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요가학원 고수 회원들 중에서는 개인매트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뭔가 폼나보여서 부러웠던 기억이 있다. 가격에 붙은 0의개수를 세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평소 물건을 살 때 합리적으로 따져 보고 사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렇지 않았다. 굉장히 비합리적으로 끼워맞추고 있었다. ''비싸도 이쁘니까 괜찮아'' 혹은 ''이쯤은 있어야지'' 와 같은 자기합리화.
집은 없고 있는 것은 외제차뿐인 카푸어, 집은 있지만 빚이 많은 하우스푸어, 여기에 이젠 피트니스 준비는 화려하지만 돈은 없는 피트니스푸어까지 등장했다. 과연 나, ''언니'' 그리고 ''그''만의 문제일까.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고 하지만 정작 우리의 지갑은 점점 병약해지고 있다.
앞으로 더 얼마나 많은 푸어족이 등장하게 될까라는 생각도 잠시, 나는 알람을 정성스럽게 맞춘다. 내일은 주말, 알바에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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