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해외건축가, 국내에선 어떨까?

얼마 전에 제주도에 갔다 왔는데 말이야

귤, 말, 폭포 말고도 좋은 게 참 많더라고.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안도 다다오라는 유명한 건축가의 건물이었어. 눈이 참 즐거웠는데 이런 말이 들리더라고. 국내에 불고 있는 다다오에 대한 열풍이 너무 지나칠 정도래. 그래서 요즘 건축가는 다다오밖에 없다는 푸념도 들리고.

제주도 섭지코지에 지어진 안도 다다오의 ''글라스 하우스'' ⓒ조선일보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건물 중 해외파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이 드물어. 광화문 교보빌딩을 지은 시저 펠리, 압구정 갤러리아 백화점 외부 디자인을 담당한 벤 판 베르켈- 아, 얼마 전에 너랑 간 DDP도 자하 하디드가 디자인한거 알지?

근데 뭐, 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우리나라 건축물이니까, 우리나라 사람이 디자인해야 해! 이런 태도도 웃기잖아. 사실 나 같아도 돈있음 유명한 사람에게 맡기고 싶겠다. 근데 문제는 이런 ‘당연한’ 분위기 속에서 여러가지 문제가 생기고 있다는거지.

이 해외건축가, 국내에선 어떨까?

너도 알다시피 국내에 자리하고 있는 미술관은 대부분이 기업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어. 물론 기업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일은 록펠러 그룹의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라던지, 외국에서도 흔한 일이다? 문제는 해외미술관은 기업이 경제적 지원을 할 뿐이지 운영은 철저히 전문가에게 맡겨. 기업주의 가족들이 관장을 맡는 국내의 미술관과는 많이 다르지.

이러다보니 미술관의 성격은 고사하고 전문적인 큐레이팅보다 유명세와 이름값에 치중하게 된다는거. ?위와 같은 분위기를 두고 윤범모 미술평론가는 ''미술관이 사교클럽인가. 사랑방인가'' 라고 비난한 적도 있어.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건축도 예외가 아니야. 분야의 전문성보다 ''특정'' 취향에 의지하고 있는 거지.

그럼 해외 건축가가 항상 최선을 뽑아내는가. 그렇지도 않아. 종각역을 나서자 마자 보이는 종로타워 알지? 거기는 원래 화신백화점이 있었다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건축가라 불리는 박길룡 건축가가 설계한 상징적인 건물이지. 이 때문에 화신백화점 재개발 당시 과연 이것을 없애는 것이 맞는가에 대해 논란도 많았지. 결국, 철거가 결정되고 그 자리에는 미국 건축가 라파엘 비뇰리라가 디자인을 담당하게 되었어.

많은 의미가 있는 자리인만큼 많은 사람들은 종로의 역사나 거리의 맥락에 대해 고민이 뒤따르는 결과가 나오길 바랬어. 그 결과는? 어, 음… 순천향대 건축학과 양상현 교수님의 말씀을 빌리는게 빠르겠다.

“먼저 이 건물은 자세부터가 삐딱하다. 맞은편의 보신각이야 인근 건물에 비해 규모가 작아 모로 서 있어도 그리 눈에 띌 일이 없다. 그러나 불쑥 솟아올라 33층에 이르는 고층 건물이 강북 구도심의 한복판에 이렇게 삐딱하게 세워지는 것은 문제가 다르다. 조선시대 이래의 역사적인 가로 축이 틀어져버리는 것이다. 건물의 가운데는 텅 비어 있다. 누가 무엇을 바라보는 창인가. 꼭대기의 원반형 덩어리가 서울 도심 점령을 위해 내려앉은 우주선이라도 되는지.”

 

그렇다고 사람들이 바보도 아니고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지불해가며 건축가들을 수입해오는 걸 보고 있으면 그렇게 우리나라엔 괜찮은 건축가가 없는 건가? 라는 생각도 들어. 하지만 최근에 베니스 국제건축전에서 65개의 국가관 중 한국관이 황금사자상을 받았단 말이지. 그뿐인가. 국내외 공모전 50번 넘게 탈락했지만, 동양인 최초로 프랑스 폴 메이몽 건축가상을 수상한 백희성씨라던지 국내파 인재가 없는게 절대 아니라는거지.

하지만 애초에 시작부터 국내파랑 해외파랑 다르게 설정하는 곳도 있더라고. 서울시 노들 섬 오페라하우스 아이디어 공모전에 얽인 이야기 알아? 이게 공모 방식부터 해외파는 바로 설계경기를 짓는 본선으로, 국내애들은 예선부터 알아서 올라오라는 방식이었던 거야.

어릴 때는 어른들이 말이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최고 다면서 가르쳐 놓고 커보니까 이거 오히려 역차별하고 있으니. 더욱 재밌는건 국내의 열악한 환경으로 외국에 나가게 만들어 놓곤, 외국에서 인정을 받자 다시 국내로 역수입 해오는경우가 허다하지. 그럴싸한 ‘메이커’ 가 만들어졌으니까.

그 공간을 살아온 사람만이 이해하는 의미가 있다. 2014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 ''한반도 오감도'' ⓒ dezeen

좋은 건축물은 오랫동안 많은 이들을 찾아오게 해. 그만큼 그것을 짓기 위해서는 많은 재화와 시간이 뒤따르고. 당연히 어느정도 검증된 스타에 대한 유혹을 피하기 어렵지.그렇지만 이제는 더 이상 외국의 스타 디자이너들을 데려오고, 하나의 건물을 만들고 떠나면 그것으로 끝인 단편적인 행위보다는 지속적인 앞으로를 위한 젊은 건축가들을 위한 투자가 필요해보여. 멋들어진 건축물 하나도 좋지만 사람에게 투자하는 것은 그들이 살아온 공간 위에 더 훌륭한 건축물이 지어질 가능성을 낳잖아.

우리의 공간을 더욱 고민하는 건축가를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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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현대 카드 컬처프로젝트 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 >처럼 우리나라의 유망한 건축가들을 발굴하고자 하는 취지의 프로젝트는 너무 좋았어. 특히 이번 프로그램은 기업이 운영하는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후원만을 담당하는 형식이라서 앞에서 말한 ''특정'' 취향만이 들어가지 않은, 발전 가능성이 많은 젊은 건축가들만을 위한 전시이기에 의미가 더 컸던것같아.

이처럼 국내 건축을 향한 관심이 일시적인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어져 교육의 질적 향상은 물론, 국내 디자이너들이 여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이어진다면 참 좋을 텐데 말이지. 하지만 내가 너에게 편지를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국내 어딘가에서는 해외 건축가의 작업물이 올라가고 있겠지.

그러니 나는 다만 바랄 수밖에. 부디 그 사람이 우리의 공간을 보다 고민하는 그런 건축가이기를.

건축가의 디자인 충동이 지나쳐 주변과의 맥락과 미적 공감마저 놓쳐버린다면 건축물이 끼치는 해악은 심각해진다.?화가가 캔버스 위에서 벌인 실험의 성패와는 차원이 다른,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시각적 공해다.

양상현, <디자인, 모자라거나 혹은 넘치거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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