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알바, 내가 해봐서 아는데…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티켓 안내 도와드리겠습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저 피아노 솔# 높이의 대사. 이 대사가 입에 붙이기 전, 내게 있어 영화관 알바는 소위 얘기하는 꿀알바 였다. 대기업 계열사에, 시급 높지, 편의점이나 PC방과 달리 근로계약서 꼬박꼬박 쓰겠다, 4대보험도 있어, 영화까지 공짜로 볼 수 있어, 월급 역시 꼬박꼬박 나올 거고. 얼마나 좋아.
몇 주 뒤, 이 모든 것은 큰 오해임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스케줄. 나의 월급을 좌우하는 것은 근무태도보다 ‘영화의 흥행’이었다. 몇 개월에 한 번씩 희망근무시간표를 제출하지만, 그것대로 된 적은 없었다. 영화가 잘 되면 일주일에 6일씩. 영화가 안 되면 일주일에 3일씩 출근했다. 덕분에 월급은 들쭉날쭉했다.
게다가 근무스케줄은 한 주가 시작되기 직전이 되어야 나왔다. 그 말은 곧 스케줄이 나오기 전까지 친구와 약속을 잡을 수도 없고, 다음 주의 계획을 세울 수도 없으며, 이번 달 월급이 얼마나 나올지조차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행사’ 등의 개인적인 일로는 당연히 스케줄을 변경하기 힘들었다.
최근 알바노조를 통해 ‘글로벌 대기업 맥도날드’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꺾기’관행 역시 그 혐의를 피해갈 수 없다. 관객 수가 적은 날이면 점장은 직원들에게 “○명 퇴근시키세요.”라는 지시를 무전기로 내려 보냈고, 직원들은 알바들에게 퇴근을 종용했다. “퇴근할래요”라고 묻는 경우도 가끔 있었지만, 많은 경우 듣는 말은 “퇴근하세요”였다. 심지어, 당일에 영화가 잘 안 된다면서 근무 스케줄이 있는 이에게 “출근하지 말라.”고 전화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근무시간’과 관련된 문제는 계속 된다
바로 출퇴근 시간을 ‘15분 단위로 기록’한다는 사실.
예를 들어, 출근시간은 오전 9시고 차가 밀려 9:01분에 도착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나는 9:15분부터 근무를 하는 것이 된다. 즉, 내가 근무한 10분은 ‘일하지 않은 것’으로 취급된다.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오후 6:00에 퇴근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업무가 많아 6:14분까지 일했다면 그것은 정시 퇴근으로 판단된다. 결국 내가 일한 ‘14분'의 시간과 임금은 사라지는 것이 된다. 여기에 매일 근무 시작 10분 전인 8:50분 부터 복장점검 및 새로운 사항 등을 전달하는 조회라는 걸 하는데, 참석하지 못하면 이 역시 지각으로 취급된다.
아, 서비스직이 그정도의 확실한 직업의식도 없냐고? 좋다. 어디 한번 확실히 계산해보자.
매일 조회로 뺏기는 10분 x 월 24일 (주 6회 근무) = 240(분) = 4시간 이며
매일 추가근무 14분 x 월 24일 (주 6회 근무) = 336분 = 5시간 이다.
이 576분을 최저시급(5,580원)으로만 환산하면 53,568원.
확실히 받아야 할 돈을 이렇게 못 받고 있는 것이다.
매일같이 사라지는 내 시간은 누가 보상한단 말인가
물론 불합리하다고 알바들이 단체로 몇 번이나 이야기해봤지만, 회사는 ‘시스템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그 밖에도 느낀 문제들은 많다. 상대적으로 움직일 일이 적은 매표의 경우에도 의자에 앉아 일할 수 없게 한다든가, 상영시간표에 맞춰서 그 넓은 상영관을 혼자 짧으면 5분, 길면 10분 안에 청소하고 팔걸이까지 닦으라는 불합리까지. 이 모든 것이 시스템에 포함되어 있었다.
영화가 좋아 알바를 시작했다는 한 동료는 얼마 후 내게 “영화와 영화관이 싫어진다.”고 이야기했다. 재밌는 영화가 많으면 많을수록 일이 고되고 힘들어지니까. 게다가 ‘영화관’에서 파는 것이 실은 영화가 아니라 광고와 팝콘, 그리고 알바들의 ‘미소’라는 걸 깨닫게 될 수밖에 없으니까.
일을 그만둔 지금, 여전히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관은 영 불편한 장소가 되었다. 엔딩 크레딧 뒤에 나올 쿠키영상을 보기 위해 앉아 있지만, 저 밑에서 ‘청소를 빨리 하고 올라가야 하는데’하며 걱정하고 있을 알바의 모습이 눈에 그려지고, 바닥에 쏟아진 팝콘을 보면 잘 쓸리지 않던 바닥을 빗자루로 겨우 겨우 쓸어내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즐기는 게 나의 길티 플레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이상하고 또 괴상한 관행들이 고쳐지지 않는 한, 나의 영화 감상은 언제까지나 불편함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다만 나는 그냥 편하게, 영화를 보고 싶다. 그뿐이다. 그 말을, 하고 싶었다.
* 위의 경험담은 필진이 경험하였던 여러 지점과 필진이 개인적으로 취재한 사실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적정 근무시간과 최저시급을 준수하는 건전한 지점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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