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이 누구니?
얼굴이 예뻐도, 마음만 예뻐도 부족하고 하나가 더 필요하다는 JYP는 묻는다. 널 ‘이렇게’ 키워준 어머님이 누구냐고. 혹시나 얼굴, 마음씨, 혹은 힙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발끈할 필요 없다. 어머니 앞에서는 모두가 귀하디 귀한 고슴도치가 아니던가.
어머님의 모습이 많이 묻어있는, 제법 잘 자란 몇몇 친구들에게 물어보았다.
어머니가 어떻게 키우셨길래 이렇게 잘 크셨나?
응암동 사는 왕손 양진영 씨 (여, 24세)
손이 왜 그렇게 커?
우리 가족이 좀 많잖아. 그래서 엄마가 손이 많이 커.
어, 나도 몇 번 느꼈어. 놀러갈 때마다 고봉밥을 퍼주시곤 했지.
한번은 중학교 때 친구 한 명이 집에 놀러왔는데 엄마가 간식으로 어묵을 만들어 준다는 거야.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데, 식당에서 쓰는 15인분용 정도 되는 깊은 가마솥 같은 거 있거든?
지름이 50cm정도? 거기에 동그란 어묵, 네모난 어묵…
아무튼 그냥 어묵이라는 어묵은 가득 채워가지고 끓여온 거야, 엄마가.
기다려봐, 내가 그 냄비 보여줄게.
(무게가 3kg 이상 나갈 거 같은 깊고 넓은 냄비를 가져온다)
앜ㅋㅋㅋㅋ여기에 한 가득?
응. 그래서 친구가 기겁을 하면서. ‘뭐야…이거 어떻게 다 먹어…’ 이랬음.
그리고 그 다음부터 우리 집 가자고 하면 ‘오늘도 엄마 계셔?’하고 꼭 물어보더라고.
어머니 안 계셔도 니가 있잖아…
맞아. 내가 맨날 친구들 맛있는 거 해주면 꼭 남겨.
솔직히 맛없지 않거든? 근데… 양이 많은가봐….
그나저나, 우리 집 언제 올래?
사당동 사는 말조심 퀸 김유라 (여, 25세)
얘기를 해보시오
한 7살 땐가? 피아노 학원 하나 다니고 나머지 시간은 맨날 흙밭에서 뛰어놀았거든.
근데 친척 중에 동갑인 애가 학원을 7갠가 다닌다고 하더라고.
7개?
피아노, 바이올린, 수영…뭐 이렇게 해서.
그 얘길 엄마한테 듣고 '불쌍하다!'고 했는데 엄마가 정색을 하는 거야.
혼내신 건가
아니. 혼내신 건 아니고 그냥 좀 단호하게?
걔가 좋아서 하는 건데 행복한지 힘든지 니가 어떻게 아느냐고.
불쌍하다는 말 함부로 하지 말라는 식으로 말씀하셨어.
아…하긴 나도 불쌍하다는 말은 항상 조심스러워
그때 이후로 타인의 감정을 쉽게 판단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같아.
실제로 그 입장에 처해보지 않고서 맘대로 생각할 수 없지.
내가 마음대로 생각하거나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누군가를 함부로 동정하는 것도 웃긴 거 같아.
불쌍하다는 말은 아예 쓰지도 않아.
천호동 사시는 루저 외톨이 쎈 척하는 겁쟁이 최혜린 (여, 25세)
무슨 소리짘ㅋㅋㅋㅋ 너 엄청 대범하잖아
아냐. 나 왠지 나 엄마 때문에 겁쟁이 된 거 같아.
왜 엄마 탓을 함? 불효녀…
어제 너가 엄마의 뭘 닮았냐고 물어봐서 쭉 생각을 해보고 있었는데 별로 없더라고.
근데 엄마랑 잠깐 얘기를 하는데 그 생각이 딱! 나는 거야.
엄마가 걱정을 좀 심하게 해.
원래 엄마 아빠는 다 자식 걱정 많이하심
그건 알지. 근데 좀 오버해서 걱정한다고 해야 하나? 필요 이상으로?
예를 들어 늦게 들어오면 일찍 오라고 잔소리를 하잖아.
거기에다가 요즘에 일어났던 범죄 사건을 다 얘기해줘 막 ㅋㅋ
너 어느 동네에 무슨 사건 몰라? 이러면서 성범죄, 납치 사건들을 세세하게 얘기해.
알긴 아는데 그런 식으로 겁을 주니까 뭔가 더 와닿는다고 해야 하나.
그런 걸 어려서부터 들어왔으니까 나도 모르게 세뇌된 거 같아. 안전주의? 이런 게.
그래? 되게 적극적이고 나서는 성격이라서 또 몰랐네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활발하고 이러니까 막 도전하는 거 좋아할 줄 아는데….
사실 나 엄청 겁쟁이라서 모험을 즐기지 않는 편이야.
남들은 자기 꿈을 이루기 위해서 이런 것도 포기해보고 한계를 시험해본다거나
새로운 일, 어려운 일에 용기내서 도전해보거나 하잖아.
근데 난 그런 면에서도 좀 ‘안전제일’주의가 있는 거 같아.
그럼 새로운 환경도 싫고 그렇겠네?
응. 단순하게 내 몸의 안위 말고도, 어느 샌가 나도 모르게 새로운 걸 욕심내지 않는 겁쟁이가 된 거 같아.
내 인생에서 큰 모험을 해본 기억이 거의 없어. 안전한 길로만 걸어왔거든.
앞으로는 조금 고쳐가고 싶어. 30대 전에 루저 겁쟁이 탈출이 목표!
노원구 사시는 혼자서도 참 잘 노는 김정빈 씨(남, 25세)
평소에 보면 되게 자유롭게 자란 느낌이 들어
응. 엄마가 옛날부터 간섭을 별로 안 하셨어.
딱히 공부하라는 잔소리도 안 하시고.
사실 잔소리하면 하던 공부도 하기 싫어지는 법이잖아
근데 딱히 별다른 잔소리가 없어서 그런지 내가 알아서 한 것 같아.
스스로 하고 싶어서 공부한 과목들이 많았던 거 같고.
그렇다고 무진장 열심히 했던 건 아니지만.
나는 엄마가 아무 말도 안했으면 정말 아무것도 안 했을것 같아.
나는 좀 하고 싶은 게 확고했던 편이어서…
엄마는 그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도록 존중해주셨던 거 같아.
그 덕분에 지금 나름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고, 만족하고.
잘 된 경우의 표본이네.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으니 좋았지.
불평불만도 잘 안한다면서?
응.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됐네."라고 하면서 탓하거나 그럴 필요가 없으니까.
화곡동 사는 유쾌한 개인주의자 한세린 씨(여, 25세)
옆에서 보면 참 철저한 타입인 것 같아.
일단 엄마가 개인과 타인의 경계를 분명히 하는 사람이었고…
나도 그런 것에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아.
내가 좋아하는 거는 꼭 해야 되고, 개인주의라는 소리도 많이 들어.
개인주의자!
응ㅋㅋ 나도 잘 모르겠는데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어려서부터 엄마의 '개인주의' 적인 면들을 많이 봐왔고, 들어왔어.
엄마가 나에게마저 선을 그으시더라고.
나와 너의 영역을 구분 지어서 너의 삶, 나의 삶을 다르다는 걸 몸소 느꼈지.
어릴 땐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외롭기도 했었어.
근데 단호하기만 한 정 없는 엄마가 아니라 그럼에도 충분히 ‘나’를 존중해주셨어.
어떤식으로?
보통 어른들은 어리다고 무시하거나 어른들의 말씀을 듣기를 강요하잖아.
우리 엄마는 그러지 않았던 거 같아. 내가 하기 싫다는 건 굳이 강요하지 않으시고.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해보라고 권하셨거든.
무조건 내 말을 들어! 이런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셨네
맞아. 그리고 내가 하는 얘기들은 모두 진지하게 들어주셨어.
어린 애가 하는 소리 유치하다고 생각할 수 있잖아.
근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걸 가만히 들어주셨던 거 같아.
너도 다른사람 말 되게 잘 들어주는 쪽이잖아
그 사람과 나는 다른 ‘개인’이니까. 당연히 다른거고, 다 들을 가치가 있지.
눈치를 안 보는 것도 그렇게 자라온 덕분에?
비교적 '남들 눈'에 신경 자체를 안 쓰는 거 같아.
남들의 눈과 상관없이 '난 예쁘다'는 걸 엄마가 가르쳐 줬거든.
그리고 내가 귀한 만큼 남도 귀하다는 걸 깨닫게 해주셨고.
아, 한번은 엄마가 20대 때, "너를 위해 살고 싶다"는 남자가 있었대.
그때 우리 엄마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뭐라고 하셨는뎈ㅋㅋㅋㅋㅋ
"네 삶은 네 삶이고, 내 삶은 내 삶이지, 왜 네 삶을 나를 위해 살아?"라고 했다는 거야ㅋㅋㅋ
그말 듣고 엄청 웃었었는데 어느새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해.
어머님 좀 짱…너도…..
ㅋㅋㅋㅋ엄마랑 나 사이에 개인적인 거리는 있었지.
그렇다고 '엄마의 애정이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던 거 같아.
충분히 칭찬도 사랑도 받았지.
이젠 내 머리가 더 커서 내가 더 '개인주의'적인 사람이 된 것 같지만.
그래도 엄마 덕분에 난 어떤 순간에도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하는 방법을 배운 것 같아.
그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자 노력했고.
미아사거리에서도 소문난 인내남 유민성 씨 (남, 27세)
아빠랑 엄마를 비교하자면?
아빠는 완전 가부장적이신데 엄마는 그걸 다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편?
어릴때는 그런게 막연하게 맞는 부부라고 생각했는데
한쪽이 참거나 하는거지. 잘 맞는 게 아니고.
근데 남자는 보통 아버지를 많이 닮는다고 하던데?
난 오히려 엄마를 닮은 거 같아.
아빠가 나랑 형한테 엄청 엄하고 무서우셔.
그런데 엄마는 우릴 별로 안 혼내셨어.
아빠가 좀 짜증부리셔도 엄마는 다 참아주고.
우리 집에서 엄마는 좀 진짜 '엄마'같은 역할? 모든 걸 끌어 안아주시는.
그렇게 '난 우리 아빠처럼 살지 않겠어!' 하다가도 다 아빠 닯는다던데…
닮으면 어때. 딱히 아빠를 미워하거나 그런건 아니니까.
물론 무섭긴 했지만 원망의 마음 그런 건 없었지.
다만 엄마를 속상하게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그렇게 엄마를 많이 생각해서인지 나도 엄마처럼 화 같은 거 잘 안 내고 잘 참는 성격이고.
아, 감정 표현 잘 안 하는 걸 엄마 닮은 거 같아.
맞아. 표현을 하라고.
ㅋㅋㅋ 습관이 안들어서 그래.
관련된 다른 에피소드 없어?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수돗가에서 내가 무슨 장난을 쳤나?
아무튼 어린애니까 놀다가 어떤 아저씨한테 물이 튀었나봐.
근데 그 아저씨가 우리 엄마한테 가서는 가정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냐고..
그렇게 막 화를 내시더라고.
엄마는 그냥 죄송하다고 하고 나한테는 또 별 말씀 안 하셨어
참으신 건가
응. 언젠가 그때 일을 말하니까, 같이 대꾸했다가 그거 보고 배울까봐.
어린 마음에 놀라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그때부터 '어디가서 내가 잘못을 하면 엄마가 욕을 먹는구나' 이런 것도 깨달은 거 같아.
헐. 꼬마가 그런 생각을 하다.
응. 항상 그때 기억이 많이 생각이 나더라.
엄마, 아빠 욕 먹는 것도 싫고 뭐 여러 가지로 해서 남들한테 피해 안 가게 하려고 하고.
그래서 화나거나 이런 일도 잘 참는 편이고.
방이동 살면서 할 말 다하고 사신 최미진 씨 (27, 여)
할 말 다하는 그 성격은 어머님을 닮으신 겁니까
응. 나는 얼굴 빼고 다 엄마 닮은 거 같아.
어머님이 어떠셨기에 ㅋㅋㅋㅋ
할아버지, 할머니가 엄마한테는 시부모님이라 어려워 하실 법도 한데…
시월드를 평정하심?
막 그런 건 아니곸ㅋㅋㅋㅋㅋㅋ
그런데 편하게 대하시는 걸 할아버지, 할머니도 좋아하셨어.
엄마가 할 말 다 하신다는 것도 괜한 눈치보지 않는다는 의미고.
미래의 내 남편 보고있나. 좋은 시월드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서울 올라오실 때마다 아빠나 엄마가 매번 모시러 가셨거든.
그게 사실 쉬운 일이 아니잖아. 그런데 회사에 있다가도 모시러가고 막 그랬대.
버스터미널에서 집까지 버스 한 방이면 가고, 또 택시타면 금방이거든.
그래도 아빠는 아들된 도리로, 힘들고 좀 곤란해도 매번 가셨던 거야.
근데 할아버지, 할머니가 한번은 너무 당연하게, "데리러 와라" 전화로 이렇게 말씀하셨나봐.
그걸 듣고 엄마가 참지 않고 한 마디 한 거지.
어…떻게?
애기아빠 일하다가 나가는데 그걸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거 아니냐고.
택시타고 오시면 더 편하고 금방인데 일하고 있는 사람한테 그렇게 말씀하시면 서운하다고 하셨나봐.
다음부터는 택시비 드릴테니까 타고 오시라고.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당연하지. 할머니, 할아버지도 곧바로 수긍하시고는, 미안하다고 하셨음.
박수를 드려요 짝짝짝. 진짜 어머님을 닮으셨구나.
나는 만족해.당연하지.
지난번에는 영화관에서 떠드는 사람도 내쫓았다며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비매너 진상이었어.
그때 낮 12시쯤이라 영화관에 한 10명 있었나?
내 옆에 웬 중년 남녀 두 명이서 대화를 하면서 영화를 보는거야.
"쟤가 왜 우는거야?" 라거나, "딸인가봐. 어머, 어머." 이러면서.
속삭이는 것도 아니고 그냥 대화하듯이.
참았어?
참고 참았는데, 진짜 슬픈 장면에서도 둘이 웃기다고 웃길래 너무 화가 나서 못참았지.
뭐라고 했는데…?
별 말 안했어.
"아, 거 참. 조용히 좀 합시다." 했더니 좀 있다가 쪼르르 둘이 나가던데.
마지막까지 발자국 소리 쾅쾅 내면서. 진짜 진상이었어.
은평구에서 나 키우신다고 수고많으신 유진맘 (여자의 나이는 비밀, 토끼띠)
어릴 때 외할머니는 어땠어?
글쎄. 별로 뭐 생각이 안 나네.
엄마는 형제가 여섯이니까 딱히 엄마랑 깊은 정이랄까 그런 게 없었지.
너네 큰이모도 그렇게 말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여섯을 어찌 키우셨을까. 대단~해~ 스고~이
그냥 저냥 키우신거지. 외할머니 성격이시기도 하고.
엄마도 딱히 너네한테 별로 무관심하다고 해야 되나? 사근사근한 편도 아니고.
아빠도 맨날 엄마보고 애교없다고 그러잖아.
오히려 너희 아빠가 너네한테 더 관심 많이 가지고 가까운 편이고.
무뚝뚝 ㅋㅋㅋ 나는 가끔식 나 주워온 자식인 줄…
그게 외할머니랑 닮은 거 같더라. 조용조용하고 말없는 성격인 게.
너네 할머니는 너희한테 막 옛날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말씀도 많으시잖아. 아빠처럼.
근데 엄마는 그런 얘기도 별로 안 해주셨던 거 같아.
잔소리 같은 것도 안 하시고 크게 야단치거나 그러지도 않으시고.
맞아. 심심하니까 얘기하자고 하면 할 얘기 없다고 하고….
나는 TV보고 너네는 각자 방에서 할 일하고 평소같이 그러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나더라. 아, 내가 너희 외할머니의 이런 점을 좀 닮은 거 같다.
그래서 요즘은 너네한테 뭐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아냐 별로 무신경하지 않으니까 일부러 그러지 않아도 됨
근데 방은 언제 치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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