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경배★커핀그루나루

국민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 484잔

그만큼 우리가 카페를 찾는 빈도도 높아졌을 것이다. 특히, 고도의 집중을 필요로 하는 공부 혹은 기타 개인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누군가는 점심값에 맞먹는 돈 들여가면서 사치를 부린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카페는 분명 낯선 타인과 공존하면서도 집 이외에는(심지어 집도 아닐 때가 있다) 어디서도 편안하게 영위할 수 없었던, 개인 공부 혹은 작업이 가능한 독보적인 공간이다.

만남 혹은 대화의 장 그 이상의 개인 업무 수행의 장으로 변하고 있는 카페. 또 브랜드마다 서로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이기까지 한다. 이를테면, 회사 방침상 커피빈은 콘센트가 전무하고, 스타벅스는 24시 매장이 없다. 하지만, 모든 조건을 준비한 채 조용히 여러분의 발걸음을 기다리는 곳이 있다.

알고는 있었지만, 굳이 찾아가기에는 또 애매한, 전국에 단 110여 개의 매장만이 존재하는 그 브랜드. 어쩌면 ‘프로공부러’, ‘프로작업러’들에게는 천국일 수도 있는 곳, 커핀 그루나루(Coffine Gurunaru)

아는 사람은 벌써 아는 커핀 그루나루만의 메리트, 거기에 백이면 백 모를 가능성이 높은 깨알 같은 사실 3가지씩 준비했다.

* 참고로 이 글은 커핀 그루나루 네이티브 광고가 아닌 에디터 본인의 취향이 적극 반영된 글이다.
* 심지어 지금 이 순간도 커핀 그루나루 소파 한구석에 앉아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담당자님의 연락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문의는 010-353……

 

메리트 A : 많이 없다고? 힙해서 그래…아마도…

나를 설레게 하는 물건…♥

슬프지만 사실이다. 커핀 그루나루는 규모는 확실히 타 프랜차이즈 카페들에게 밀리고 있다. 2009년부터 가맹 사업을 시작해 130여 개까지 가맹점을 늘려오긴 했지만, 최근에는 그 이상 늘어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실제로 매출 측면에서도 2013년 기준 영업 손실 8억 원, 순손실 9억 원을 기록해 여러 측면에서 성장하는 타 브랜드들과는 거꾸로 흐름을 타고 있다.

실제로 커핀 그루나루는 대중들에게 각인되지 못하고 있다. 스타벅스처럼 정돈된 분위기를 뽐내는 것도 아니고, 투썸플레이스의 케익처럼 각인되는 이미지도 없다. 정말 딱히 뭐가 없다. 하지만 이는 브랜드의 하락세와는 별개로 프로공부러들과 프로작업러들에게는 이점이다.

다른 이들이 찾지 않는 만큼 카페 내부는 조용할 가능성이 높고, 프랜차이즈라도 장시간 체류(?)하다 보면 받을 수도 있는 직원의 눈총도 크게 없다. 더불어 서울을 기준으로 볼 때, 종로, 홍대, 사당, 대학가 근처를 비롯한 중심가에 꽤나 적절히 위치해 있으니 점포를 찾는 게 그리 어렵지도 않다. 그저 보라색 바탕에 열다섯 개의 철자로 커피 뭐시기라고 쓰여 있는 간판만 찾으면 된다.

확실히 튀긴 튄다.

 

메리트 B : 보라색? 모 아니면 도, 지금까진 도.

커핀 그루나루의 테마 색상은 보라색이다. 신성함과 고귀함을 나타내고, 귀족의 품격과 세련된 느낌을 주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로 고객을 맞이하겠다는 의미로 보라색을 활용했다고 한다.

간판 색깔은 물론, 의자와 소파 색깔, 심지어 자체 앱의 이름까지도 퍼플 멤버스(Purple Members)일 정도다. 은은한 연보라나 남보라보다는 진보라에 가까운 커핀 그루나루의 보라색은 길거리를 걸어 다니다 멀리서 봐도 눈에 들어올 정도로 색 자체가 강렬한 편이다.

잠시만…보라색…?

보라색을 테마 색상으로 쓰는 카페는 현재 커핀 그루나루 뿐인데, 모두가 이전까지 시도하지 않는 건 딱 두 가지 경우라고 보면 된다. 너무 흔해서 식상하거나 너무 특이해서 생소하거나. 커핀 그루나루는 후자에 속한다.

보라색은 고대에는 귀족과 왕족만이 사용할 수 있는 색상이었으며, 현대 사회에서도 잘하면 고급지지만, 조금만 잘못하면 사상 최대로 촌스러워 보일 수 있는 색상으로 인식된다.

어쩐지 하키가 생각나기도 하고

무지개의 마지막 색상으로 들어가지만, 절대 친숙한 편은 아니다. 여기에 일부 사람들은 보라색을 싸이코가 좋아하는 색깔로 인식하고 있어서, 대중을 상대로 하는 카페 사업에 쓰이기에는 아무래도 이모저모 좋지 못하다.

하지만 보라색을 부정적으로 치부하는 일부 시선과는 달리, 심리치료 계열에서 보라색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오는 색상으로 분류된다. 여기에 호르몬의 활동을 정상화시켜 불안감 해소, 스트레스 회복에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역사적, 사회적 맥락을 떼어놓고 색상 그 자체로만 보면 충분히 안정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커핀 그루나루에 간다는 것은…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기 위해서…?

 

메리트 C : 편하긴 한데…괜찮으시죠?

공부 혹은 작업을 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테이블 회전율은 떨어진다. 즉, 1인당 지출 금액이 많지 않고서야 카페의 매출이 올라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많이 시키자. 먹어보니 다 맛나더라.

그런 상황 속에서도 커핀 그루나루는 오히려 이름에서부터 고객에게 극한의 안락함을 제공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그루나루란 나무 한 그루, 강나무의 쉼터를 뜻하는 말. 즉,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안락한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포부(?)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름뿐만이 아니다. 커핀 그루나루 점포들은 대체로 널찍한 여유 공간, 푹신한 1인용 혹은 벤치형 소파, 흡연실을 공통적인 특징으로 가져간다. 여기에 2014년에는 고객 편의를 위해 테이블 사이의 간격을 넓혔고, 몇몇 점포에는 아예 누울 수 있는 소파까지 마련했었다.

진짜다.

심지어 발렛파킹이 가능한 점포도 있다. 이러한 서비스에 대해 커핀 그루나루의 대표 김은희 씨는 고객에게 편안한 쉼터로 오랫동안 기억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 같은 극한의 안락함을 고객에게 안겨주려 했다고 한다.

 

깨알 사실 1 - 허니브레드의 고향

몰랐징?

카페를 자주 가는 사람이라면 통 식빵을 9 등분 하여 휘핑크림을 잔뜩 올리고, 카라멜이나 초코 시럽이 잔뜩 뿌려진 허니브레드를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이 허니브레드가 그 어떤 프랜차이즈 카페도 아닌 커핀 그루나루에서 가장 먼저 출시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김은희 대표는 커핀 그루나루를 운영하기 전, 잘 쓰이지 않는 비싼 오븐기가 아까워서 허니브레드를 메뉴로 개발했다고 한다. 지금은 타 브랜드에게 잔뜩 뺏겨 원조라고 떵떵 소리도 못 치지만, 하여튼 그렇다. 우리라도 외워두자. 족발은 장충동, 허니브레드는 커핀 그루나루.

 

깨알 사실 2 - 여기서 와인도 판다네

심지어 칵테일도 팔았'었다' ⓒ뉴시스

앞서 커핀 그루나루라는 브랜드 명 속 그루나루가 안락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그렇다면 그 앞에 붙는 커핀은 무슨 뜻일까? 커핀은 커피(Coffee)와 와인(Wine)을 합친 합성어다. 실제로 커핀 그루나루는 지금도 각 점포에서 와인을 판매하고 있다. 당초 커핀 그루나루는 커피와 와인을 모두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이고 고급적인 공간을 목표로 한 카페였다. 그러나 커피 사업이 더욱 성행하면서 와인은 커핀 그루나루 메뉴 안에서 완전히 밀려난 상태다.

 

깨알 사실 3 - 하…한류?

모바일월드콩그레스 상하이 2015에 참여한 커핀 그루나루. 중국 시장도 노리고 있다.

커핀 그루나루는 타 브랜드와는 달리 멕시코,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 점포를 오픈하며 국내시장 그 밖까지 전선을 넓혀 놓은 바 있다. 어떻게 보면 이미 포화 상태가 되어 파이가 한정된 국내 커피 업계의 분위기를 먼저 감지한 선견지명과도 같은 운영 정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커핀 그루나루 자체가 국내에서 쌓은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아픔이…

 

결론

대표님 화이팅… 제가 맨날 가겠습니다… ⓒbusinesspost

커핀 그루나루 안 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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