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여행하는 보살들을 위한 안내서
라운드를 알리는 종이 울리고
여기 오랜 준비 기간 끝에 단 둘이서 배낭여행을 떠나온 두 사람이 있다.
당연히, 두 사람은 여행 중에 크게 다투게 되었다.
절친한 친구 사이였던 둘을 싸우게 까지 만든 원인이 뭘까?
지금 여기, 그 둘의 숨겨진 사연이 있다.
그리고 트탐라에서 나름 여행으로 일가견이 있는 에디터들이
본인의 생각을 짧게 정리해서 남겨놨다.
조만간 배낭여행을 갈 예정이거나,
현재 싸움ing 중이신 독자 분들은 꼭 한 번 읽어보자.
판정단 소개
슬기 일년의 1/3은 출장을 가는 오피스 걸. 매번 출장 메이트가 바뀐다. |
|
해찬 인도여행 6개월 경력. 친구와 영혼을 치유하러 갔다가 영혼을 털리고 왔다. |
|
연주 트탐라의 황희정승. 너도 옳고 나도 옳으니 모두 좋지 않으리오. |
|
어진 이불 밖은 위험하다. 당연히 여행을 싫어한다. |
|
세림 스페인 순례길 완주 경험자. 여행은 원래 혼자 가는 거다. |
ROUND 1. “저만 일을 하는 것 같아요”
가만 보면 저만 뭔가 하고 있어요
제가 친구보다는 약간 더 영어를 잘하긴 하거든요. 근데 진짜 얼마 차이 안 나긴 하는데…그런데 뭐 길을 물어보거나, 지도를 보거나, 식당에서 메뉴를 보거나 할 때도 모든 일은 제가 다 도맡아 해요.
아, 뭐 여기까지는 괜찮아요.?문제는 제가 혼자서 끙끙대며 길을 찾아오거나 하면 항상 ‘그래서 맞아? 확실해?’하고 확인하러 들어요. 그렇게 못 미더우면 자기가 스스로 찾아 보던가! 결국 귀찮고 손 많이 가는 일은 다 내꺼.
나한테 다 시키면서 바라는 건 또 너무 많고.. 짜증나요.
VS
저는 아무 도움이 안 되는 애가 된 느낌이에요
전 가족들이랑도 여행을 여러 번 다녀봤었는데, 그럴 때는 전 항상 그냥 엄마 아빠가 하자는 대로 따라 다녔어요. 그래서 전 친구끼리 가는 여행은 좀 다를 줄 알았어요. 뭘 하더라도 동등하게, 같이 고민하고 계획을 짜게 될 줄 알았거든요.
근데 결국 똑같아요. 친구 혼자서 결정하고, 혼자서 지도보고, 혼자서 계획 짠 다음에 저한테 통보해요. 그런데 제 친구가 저보다 좀 더 똑똑하고 똑 부러지긴 해요.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친구 혼자 하는 게 더 일 처리가 효율적이기도 하고.. 그래서 전 그냥 “니 말이 맞겠지..”하고 생각하는 거죠. 그냥 친구 하자는 대로 해요. 그런데 좀 섭섭해요.
나는 같이 여행하고 싶었는데. 제가 그냥 짐짝이 된 기분이에요.
너의 시간은 공짜가 아니다. 통역이라는 노동을 제공한 댓가로 밥을 얻어먹어도 문제되지 않는다. 쌓아뒀다고 크게 싸우지 말고 밥으로 빠르게 풀자. | |
그래서 안 가는게 제일 좋아요. 이미 가버렸다면, 우선 누가 리더인지 정하세요. 이불 밖은 전쟁입니다. 확실한 역할로 정글에서 살아남아야 합니다. | |
리더를 정하거나 그런 건 너무 삭막하잖아요. 단 둘이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더 많은 대화를 통해 풀어갈 수 있을 거에요. |
|
무슨 답답한 소리야…그냥 각자 갈 길 가. 자기를 위해 가는건데 즐겁지 않다면 대체 왜 감? 자기 생각을 말하는 용기를 내는 것도 여행에서 배우는거임. | |
내가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순간 여행의 맛이 사라지는 것 같아요. 메뉴 결정 같은 작은 것 부터 시작합시다. 비록 제 친구들은 하지 않았지만요. |
ROUND 2. “여행이라 더러운 거… 맞지?”
여행까지 왔는데… 좀 더럽게 살아도 되잖아요
제 친구는 너무 깨끗해요. 정말 강박적일 만큼? 물론 저도 더러운 건 싫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잖아요. 청소 도구가 완벽하게 갖춰져 있는 집이랑, 임시로 머물고 있는 숙소를 같은 선상에 두면 안 되죠. 최소한의 정리는 하고 사는 게 맞지만...
어떻게 집처럼 깨끗이 살 수 있겠어요?
VS
더럽게는 못 살아요
우린 지금 다른 나라를 여행 중이잖아요. 공기도 토양도 다른 낯선 땅에서 어떤 병균에 노출될 지 어떻게 알아요? 여행 중에는 아프다고 쉽게 병원을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도 피곤해서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데…
건강을 위해서라도 위생은 포기할 수 없어요.
출국 전에 예방 주사 맞고 나가는 나라다 = 깔끔 떨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 = 작작 해라 |
|
여행 중에는 자신의 평소 모습보다 약간 덜 지저분하고, 덜 깔끔하게 할 것. |
|
현지인들이 하는 만큼만 하자. 그거면 진짜로 충분함 ㅇㅇㅇ |
|
씻을 수 있을때 씻으세요. 씻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입니다. |
|
모두를 위해 도미토리형 숙소로 갑시다. 그리고 자기 구역만, 각자 알아서. |
ROUND 3. “내 돈이 니 돈이냐?”
정확하게 더치페이
전 옛날부터 친구 사이에서도 돈 관계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주의였어요. 돈에 관한 일은 매우 민감한 문제라서 가족들 사이에서도 함부로 꺼내면 안 되는 일이라고 배웠거든요. 그래서 전 항상 칼더치에요. 사실 요즘 모바일 뱅킹도 할 수 있으니까 1원 단위까지 보내줄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그 수준까지 나누는 건 아니에요. 요지는, 저는 돈을 나누면 정확하게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거에요. 차라리 아예 내가 한턱 쐈으면 쐈지, 나누자! 라고 말이 나온 시점에서는 칼같이 나눠야 한다고 생각해요.
VS
100원 200원 차이가 중요한가요?
물론 돈을 낼 때 한 쪽이 덤터기를 쓰면 안 되죠. 하지만 겨우 100원 200원 차이인데 그것까지 나누려고 하는 건 친구 사이에 너무 인색한 거 같아요. 그냥 번갈아 가면서 낼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걔가 점심을 사면 제가 저녁을 사는 방식으로. 물론 두 개 값이 완전히 똑같게 떨어지면 좋죠. 하지만 보통 그렇지 않잖아요. 외국에는 세금도 따로 매기는데…
분명 말해 두는데, 제가 무조건 적게 내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에요. 저도 충분히 제가 더 낼 수 있어요! 왜냐면 얼마 차이 안 나니까! 전 천원 안팎까지는 퉁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친구잖아요.
꼼꼼한 쪽이 계산을 담당하고 맡기는 쪽은 닥치고 맡깁시다. |
|
반드시 더치페이 할 것. 그렇지 않다면 그냥 집에 있을 것. |
|
일단 첫 시작은 더치페이로. 하다 보면 서로 어느 부분은 대충 내자는 합의점이 생겨요. |
|
숙소비는 내가. 교통비는 너가. 남는 건 정산에서 나누자. 더치는 인도 버스처럼 너무 복잡해. |
|
본인이 먼저 친구에게 밥을 사줘 보는건 어떨까요? 그렇게 계산이 확실한 친구라면 분명히 보답을 해 올 거에요. |
ROUND 4. “1분 1초가 아까워요”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 같아요
전 공항에 내린 그 순간부터 모든 시간은 돈이라고 생각해요. 여행하는데 있어서 비행기 값 다음으로 숙박비가 큰 비용을 차지하잖아요. 내가 여기서 시간을 지체해서 하루가 늘어나면. 우리는 그 늘어난 만큼의 돈을 더 내야 하겠죠. 저는 그런 불상사는 막고 싶어요.
안내도 되는 비용을 내는 것만큼 억울한 일은 없잖아요.
VS
여행이 과제야?
우리가 신혼여행을 온 건 아니지만, 배낭 여행도 일종의 도피잖아요? 평소에 일상에 치여 살다가, 기분 전환 겸, 경험도 쌓을 겸 오는 게 여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전 여행까지 와서 바쁘게 생활하는 걸 이해 못 하겠어요.
그건 돌아가서도 충분히 바쁘게 살 수 있잖아요.
커플도 24시간 꼭 붙어 있지는 않습니다. | |
전체 일정의 1/5 정도는 각자 자유로 보낼 것. 해외에서도 저마다의 ‘이불 속 시간’은 필요하다. |
|
이럴까봐 저는 그냥 혼자 갔습니다. | |
한번쯤은 서로 떨어져서 하루 동안 따로 지내는 것도 괜찮은 듯. 저도 제 친구들이랑 그랬거든요. |
|
친구 때문에 못 가본 곳은 그냥 혼자서. 궁극적으로 사이가 망가져서는 안됩니다. |
ROUND 5. “차라리 포토그래퍼를 데리고 와”
사진을 찍을 때 너무 요구사항이 많아요
전 사실 일상 사진이라던가 보통의 생활 모습을 담은 사진이 좋거든요. 물론 가끔씩 설정샷을 찍을 수도 있겠죠. 에펠탑이나 피사의 사탑 앞에서 사진 찍을 때 하는 특유의 포즈가 있잖아요. 그런 거 말이에요. 그래도 가장 좋은 사진은 자연스럽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사진은 우리가 여행하면서 느낀 순간을 기록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잖아요. 여행을 하러 온 거지 화보 찍으러 온 게 아니니까.
사진이 좀 이상해도 그거대로 추억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VS
기왕 남길 거 예쁘게 찍어야지요
누가 모델처럼 찍고 싶대요? 기본적인 것 만이라도 하자는 거에요. 정말 사소하게. 예를 들어서, 전신 사진을 찍어줄 때 앵글 안에 발 끝이 들어간다던가. 그리고, 사진 찍을 때 포커스를 맞추는 건 기본 중에 기본 아닌가요? 그런데 제 친구가 찍어준 제 사진을 보면 발목에서 사진이 잘려 있다던가, 열심히 포즈 취한 뒤에 보면 초점이 안 맞는다던가 그래요.?억울한 건, 전 진짜 사진 열심히 찍어주거든요. 둘이 여행 와서 서로가 서로의 찍사가 되어줘야 하는데…
전 진짜 정성껏 인생샷을 찍어주는데 제 친구는 정말 너무 못 찍어요.
영상을 찍읍시다(feat.아이폰6s). | |
해외 여행에서 남는 건 추억이 아니라 사진. | |
아쉬운 사람이 노력하자! 아니면 혼자 가던지.? |
|
인스타그램을 없애면 모든 고민이 풀린다. #여행 #소통 #Selfie #난가끔눈물을… |
|
친구가 못 찍는 걸 알면서 부탁하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나요? 차라리 삼각대나 셀카봉 같은 걸 하나 들고 가세요. 싸우지 맙시다! |
ROUND 6. “두유 라이크 로컬푸드?”
외국에 왔으니 현지 음식을 먹어야죠
우리가 여행을 온 건, 놀려고 온 것 도 있지만 다양한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이와 관련된 경험을 쌓기 위해서인 것도 있잖아요? 눈으로만 보고 늘 집에서 하던 대로 생활할 거면 그냥 집에서 편하게 ‘걸어서 세계속으로’ 봐도 충분하다고 봐요.?그리고 현지 음식도 문화의 일부잖아요. 물론 전혀 다른 문화의 산물이니까, 처음에는 좀 낯설고 꺼려지겠죠. 그래도 도전해 봐야 한다고 봐요. 어차피 다 사람 사는 곳인데.
좀 맛이 이상할 순 있어도 죽지는 않겠죠.
VS
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이어야 하지 않나요?
입장 바꿔 생각을 했을 때, 우리나라에 놀러 온 외국인들에게 무조건 청국장을 먹어보라고 요구하거나, 무조건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강요할 수 있나요? 저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는 게 여행의 의의라고 생각하지만, 그걸 결정하는 건 제 몫이라고 생각해요.?나는 도저히 냄새가 역해서 이 음식을 먹을 수가 없고, 내 가치관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잖아요.
결국 여행은 ‘나’를 위한 건데…
못 먹으면 한국 가서 자다가 벌떡벌떡 깰 것 같은가? 그럼 혼자라도 먹어라. |
|
이태원 가면 웬만한 외국 음식은 다 먹어볼 수 있음. “여기 아니면 안 돼” 하는 생각에 갇히지 말 것. |
|
각자 원하는 대로 해요. 내 여행도 바쁜데 뭘 남의 여행까지 신경 써요? |
|
물갈이만 조심하자. 아니면 나처럼… (후략) | |
여행 중 며칠 정도는 각자 먹고 싶은 음식을 따로 즐기러 다니는 것도 방법이죠. |
ROUND 7. “코스메틱 존중 ㅇㅈ?”
“제 친구는 화장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요”
저는 애초에 짐 많은 게 싫어서 화장품도 별로 안 챙겨왔어요. 나갈 때는 그냥 간단하게 선크림 바르고 비비 바르고, 시간 좀 남으면 눈썹을 좀 다듬는 정도? 그런데 제 친구는 기본 베이스부터 엄청 공을 들여요. 파운데이션에 컨실러에 쉐도우에 마스카라에 쉐이딩까지…아니 뭐 하는 건 상관 없어요. 다만, 좀 빨리빨리 하면 좋을 텐데 그게 안 되니까 아침에 진짜 준비시간이 한 시간이나 걸려요.
너무 짜증나요. 내가 일찍 일어나면 뭐 하나.
VS
나 스스로를 내가 꾸미고 싶다는 데 뭐가 문제죠?
원래대로라면 훨씬 더 오래 걸리는데, 이것도 많이 간소화 한 거에요. 제 친구는 피부도 저보다 좋고, 머리도 짧으니까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거죠. 저 같이 머리 길고 곱슬기가 심한 사람은 절대로 그냥 못 나가요. 나중에 돌아가서 여기서 찍은 사진 보는데, 머리도 붕 떠있고 피부톤도 울긋불긋하면 그 사진, 다시 들여다 보고 싶겠어요?
이 부분은 이해해 줬으면 좋겠어요… 예쁘게 보이고 싶은 게 죄인가요?
화장이 필요한 사람이 한 시간 일찍 일어납시다.... | |
로션만 바르면 끝 아닌가요? | |
꾸며야 하는 친구가 더 일찍 준비. 사실 꾸미는 건 문제가 아니죠. 다만 늦지 말라고! |
|
로션만 바르면 끝 아닌가요? (2) | |
아침은 개인의 시간으로 두고, 전체 일정은 12시 이후부터. 사이좋게! |
ROUND 8. “트러블메이커”
“문제는 입 밖에 꺼내는 순간 더 커진다”
의미 없이 한 행동에 친구가 이유 없이 거슬릴 수도 있고, 친구가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에 제가 상처 받을 수도 있죠. 그럴 때 마다 문제를 들추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왜, 관계를 확인하려 하면 할수록 더 멀어진다고 하잖아요. 문제될 것도 없는 걸 문제시 하니까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우린 지금 여행 중이잖아요.
일부러 기분을 상하게 할 일을 만들 필요가 있나?
VS
“문제가 생기면 바로 바로 풀어야 한다”
저는 ‘덮어둔다’는 말을 이해할 수 없어요. 덮밥도 아니고 덮긴 뭘 덮어요? 그런 건 눈 가리고 아웅이에요. 너도 알고 나도 알고 있는 걸 모르는 척 하는 건 코미디죠. 전 아무것도 해결 되지 않은 채로는 여행을 계속 할 수 없어요.
찝찝해서 도저히 못 해요.
화나는 상황에서 서로 상처 주는 말을 계속 주고받기보다는, 감정이 조금 가라앉으면 말해보는 게 어떨지. |
|
덮어두는 것은 답이 아님. 세상에 영원히 덮어둘 수 있는 것은 없는 법. |
|
그 친구를 여행 다녀와서 다시 안 볼 거면 참고, 계속 보고 싶으면 꺼내야 풀립니다. |
|
설령 싸우는 이유가 아주 사소한 거라도 풀자. 인도 스님이 그랬다. |
|
입 밖에 꺼내는 게 두려운 것은 사실. 참다가 생길 겉잡을 수 없을 빡침은 선택. |
BONUS ROUND. “나라면 말이다.”
니네 여행 왜 같이 나왔니…? 혹시 이별여행…? 처음부터 리스트를 만들어서 계획대로 움직이는 방법이 최선. |
|
여행을 떠나기 전까지는 먼저 충분히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그게 안 되면 이불 속에 있던가. |
|
혼 - 자 - 가 | |
내가 힘든 만큼 남도 힘들다는 걸 조금만 생각했으면! 친구들아 듣고 있나! 내 목소리 들리니! |
|
우정을 더하는 여행으로 만들 수 있어요. 충분히, 미리. |
의 이름으로 나온 최근 기사 (모두 보기)
- 이 시대의 수많은 ‘사이먼 D’에게 - 2018년 9월 16일
- 소확행이 아니꼽습니다 - 2018년 9월 16일
- “창업하는 각오로 진지하게 랩 하고 있는거에요” - 2018년 9월 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