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에 짝사랑을 끝내보자 (Feat. 크리스탈)

~프롤로그~

새해가 밝았다

늘 그랬듯 신년 목표를 세우는 주변 사람들을 보니

이번 겨울에는 꼭 내 시린 손을 잡아줄

누군가를 만나겠다며 다짐하던

작년의 내가 떠오른다.

그리고, 내 소원이 거의 이뤄졌다고

철썩 같이 믿었던 때가 있었다.

내 손을 잡아줄 사람이, 바로 너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시간들.

어느 새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서

이제 곧 우리가 처음 만났던 때가 돌아온다.

오리엔테이션에서 너를 보지 않았더라면

조금은, 달라졌을까?

수정이를 처음보는 순간 나는

몸이 얼어버린다는 표현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고

멍하게 서 있는 내게 그녀가 말을 걸어오는 순간

나는 진짜 심장이 멎어버리는 줄 알았다

"미안한데, 좀 나와줄래?"

…그 날 이후,

수정이를 다시 보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동기들에게 물어봤는데, 그냥 수업 시간이 끝나자 마자

바로 가버린다는 말 밖에는 없더라고.

어릴 때는 외국에 살다왔고

집도 대치동 쪽이라는 말도 있고.

거기에 비하면

나는 그냥 그저 그런 흔남일 뿐

우리 사이엔 아무런 접점도 없어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 너?"

수업시간에 수정이가 먼저 날 알아 봤을때

내심 놀랐었다.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아… 내 이름은…

"아 맞다. 미안, 내가 이름을 잘 까먹어서. 너도 이 수업 들어?”

우리는 그렇게 말을 트게 된 이후 부터

길에서 마주치면 자연스럽게 인사도 하다가

공강 시간이면 따로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수정이랑 얘기를 나눌때 마다

주변사람들이 우리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이미 익숙한 모양이었다.

"어릴 때 부터 그랬어. 그냥 신경 안 써"

보여지는 모습과 달리

의외로 수정이는 낯을 많이 가렸고

‘콧대 높은 애’ 라는 오해에 대해서도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본래 성격 탓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

자기도 다른 사람들이랑 스스럼 없이 친해지고 싶다며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니

괜한 고정관념을 가졌던 기억이 떠 올라 미안했다.

"다행이다… 그래도 너라도 있어서"

참으로 나쁜 마음이지만

수정이랑 친하게 지내는 몇 안 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은 알지 못하는 수정이의 모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수정이의 외로움을

내가 위로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곤 했다.

나의 착각이 무럭무럭 자라났던 시간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기들과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멀리서 수정이가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손을 들려는 것도 잠깐,

낯선 남자가 수정이 옆에 있었다.

…그때 그 모습은

그간 남들에게 보여줬던 차가운 이미지도 아니었고

나만 알고 있던 친근한 이미지도 아니었고

좋아하는 누군가 앞에서 자연스럽게 배여나오는

수줍은 표정이었다

물론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지만

괜한 어색함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대충 인사를 하고 걸음을 빨리한 다음

뒤를 돌아 보았다

깨지기 쉬운 유리를 대하듯

항상 그녀 앞에서 수줍었던 나와는 다르게,

그 남자는 수정이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는 등

너무도 친숙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녀만의 특별한 남자가 될 수 있으리란

혼자만의 착각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났다.

그 후로 어쩐지 그녀를 멀리하게 되었고

그녀는 몇 번이고

내게 할 말이 있다는 표정이으로 다가왔지만

결국 우리는 학기가 끝나도록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가을이 다가왔지만

우리는 이제 길에서 마주쳐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그런 사이가 되었고

그녀에게서 볼 수 있었던 미소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

수정아, 있잖아.

참 많이 좋아했다.

잘 지내.


3분 만에 짝사랑을 끝내보자
~다음화 예고~

"야, 너는 무슨 과생활도 안하고 그러냐?"

희연 선배, 있잖아요.
저는 좋은 후배가 아니라
멋진 남자가 되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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