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주택] ② 이것이 행복주택이다! ~희망편~
꿈을 꾸는 건 자유니까!
사태의 발단은 지지난 주 토요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회의를 끝낸 트탐라 멤버(당시 16명)들이 신촌 어딘가에서 치맥을 까고 있었는데, 문득 트탐라 편집장 김모 씨(29)의 권력남용 문제가 제기됐었다.
나는 원고에 내가 넣은 짤방이 쓰인 적이 한 번도 없어
난 초고대로 올라가본 적이 없음 ㅋㅋ
저기요 저는 기획서 3개 쓰면 3개가 다 까이는데옄ㅋㅋㅋㅋ
그러자,?그날 오전 2시까지 술을 퍼마시고도 또 치맥을 들이붓고 있던 편집장이, 픽픽 웃으면서 가만히 듣고만 있더니, 농담인지 진담인지 이런 얘기를 했다.
그러면, 야 이러면 어때? 안 그래도 슬슬 하고 싶었던 건데, 매주 어느 요일을 정해서, 그날은 내가 아무것도 안 건드리는 거야. 너네가 지금 잘 알고 있거나 관심 있는 소재 하나를 가지고 하루 동안 타임라인을 도배를 하는 거지. 어때?
처음 들었을 때는 “좋네여 편집장 프리데이 만들죠” 하면서 깔깔 웃고 지나갔다. 그런데 웬걸, 그날 저녁 편집장이 몇몇 에디터들을 단톡방으로 불러내더니, 진짜로 페이지 관리자 접속법을 가르쳐 주고는 방을 나갔다. 헐… 진짜인가…
그래서 한 주 동안 (편집장 모르게) 진행됐던 극비리 프로젝트, 먼데이스 타임라인. 피처 에디터들이 생각하기에 중요하다 싶은 (나름 최신) 키워드를 가지고, (편집장이 약간 기겁할 정도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글과 콘텐츠를 여러분의 타임라인에 뿌려 드리려고 한다.? 편집장이 좀 있다 일어나서 이걸 보면, 아마 기절초풍을 하겠지.
첫 번째 키워드는, 단톡방에서 얘기가 나오자마자 너도나도 입주하겠다고 난리가 났던, 국토교통부 주관 공공임대주택사업 ‘행복주택’이다.?근데 소문을 듣자 하니, 이거 보통 좋은 게 아니더라. 무슨 지상낙원 느낌이다. 여기서부터는 그냥 내 맘대로 이런 일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 행복주택의 아름다운 모습들을 적어 봤다. 꿈을 꾸는 건 자유니까! ㅋㅋㅋ
집 바로 아래에 지하철과 회사가?!
오는 4월 21일부터, 서울에서도 두 군데 지역에 행복주택 입주 신청이 가능하다. 그것도 무려 가좌역 쪽과 노원구 상계동 쪽이란다. 이 동네에 빈 땅이 없을 텐데, 도대체 어디서 땅이 나서 아파트를 짓는 거지? 답은 의외로 공식 웹툰 쪽에서 쉽게 알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 자체가, 유수지(뚝방 등)나 철도부지 위의 노는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라서, 정부 주도의 설계와 시공으로 실현 가능한 일이었다고 한다.
정부 주도 사업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사회적 기업이나 취업/창업 지원센터가 함께 들어올 거라고 한다. 애초에 사업의 취지 중 하나가 청년층의 주거나 결혼, 취업 등을 도와주는 것이라서 그렇다나? 하긴, 사회적 기업을 표방하는 곳들 중에서도 사무실 사정이 어려운 곳들이 있다고 하니까, 기왕 짓는 김에 그런 오피스텔이나 사무공간도 만들 수 있겠지.
그러니까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지하철 역이나 기차역 위의 노는 땅에 주상복합 건물이 올라오는데, 거기에 내가 갈지도 모르는 기업도 있고 내 집도 있다는 소리. 와 이거 좋은데?! 사는 집 지하에 지하철역이라니!! 초역세권 핵이득!!!
옆집 그 남자, 윗집 그녀에게 드디어?!
행복주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된다는 것이다. ‘젊은 계층’이라고 부르는 유형의 입주자들 비율을 무려 전체 입주자의 80%로 책정하고 있는데, 주로 대학 재학생, 취업한 지 얼마 안 된 사회초년생 그리고 신혼부부가 대상자다. 문 열고 나오면 고만고만한 나이대와 생활의 사람들이 건너집에서 비슷한 시간대에 문 열고 나올 확률이 매우 높다. 반상회 같은 것 하면 꽤 재밌을 듯 ㅋㅋㅋ
여기서 끝이 아니다. 청년계층의 입주 기간은 최대 6년이지만, “예외적으로 거주 중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 신혼부부가 될 경우 최대 1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런 게 가능해진다: 매일 옆에서 스쳐지나가던 그(녀), 서로 비슷한 삶과 취향을 공유하며 가까워지다가… 어느 날인가는 드디어 방을 합치고 여보 당신 하면서 4년을 더 사는 거다!! 으아ㅏㅏ 뭐죠 이 광고 같은 이야기는!!!
덕후아파트의 꿈★은 드디어 이루어진다?!
SNS 좀 한다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씩은 들어 보았을 꿈의 주거개념이 있다. “덕후아파트”가 그것이다. 입주민은 ‘능력자들’이며, 주상복합 상가에는 각종 굿즈 스토어와 오락실과 노래방과 행사 개최 가능한 대형 홀 등이 갖춰져 있고, 같은 ‘장르’ 파는 사람들끼리는 매일 모여서 덕질의 즐거움을 실컷 발산하며 사는 것이 가능한 아파트다. 시끄럽다고 작작 좀 하라고 딴지 거는 사람이 있냐고? 있을 수가 없는 부분!
행복주택이 이런 의도(…)로 기획되고 추진되는 사업은 아니지만, 대상자들의 인구 구성이 워낙 한쪽으로 모이다 보니, 행복주택 입주자들 중 같은 ‘장르’를 ‘파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할 경우, 이들의 덕질 라이프는 굉장히 단결력 있고 쾌적해질 전망이다. 우선 남들 눈치 안 보고 자기 집 전체를 사진과 굿즈와 각종 포스터로?도배해 놓는 것이 가능하다.?독신자/셰어형 주거공간은 16㎡형과 29㎡형의 두 가지 타입이 있는데, 정말이지 한 사람이 한 장르를 ‘덕질’하기에는 딱 알맞는 크기다.
게다가 건물 자체가 주상복합 구조라서, 생활문화센터, 작은도서관, 소상공인지원센터가 들어올 예정일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상점도 단지 내 소규모 시장 형태로 들어오게 된다. 강력하게 요청해서 오덕굿즈몰 지점 하나쯤 입주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정 뭐하면 그냥 내가 비어 있는 상가 임대 하나 얻어서 차리지 뭐! “거주 중 대학생이 취업을 할 경우”에도 최대 10년까지 살 자격이 생긴다고 하니까!
꿈을 꾸는 건 자유지만 입주신청에 붙는 건 운이란다
망상을 신나게 펼치다가 다시 행복주택 공식 홈페이지를 들어가 본다. 이런 사업이 실제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서류만 봐서는 절대 알 수 없고, 항상 사람들이 주고받는 질답을 확인해야 하는 법이니까. 그래서 FAQ에 들어가 봤다. 그 목록은 생각보다 길고 자세했다. 오죽하면, 이 FAQ를 다운로드해서 잘 읽어보라고 아예 버튼까지 달려 있었다.
처음 들었을 때 솔깃하게 들리는 이야기들이 으레 그렇지만, 행복주택 역시 뭔가 사전에 전제하는 것과 여러 조건과 예외사항들이 있는 것 같다. 부모와 본인의 합산 자산 기준이 어떻고, 청약통장이 어떻고, 우선공급 대상자가 어떻고… 확실히 국가 사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복지 혜택의 차원이고, 꼭 필요한 사람들 위주로 주겠으니, 좋아 보인다고 무작정 다 오지는 마시오, 뭐 그런.
과연 내가 입주를 신청했을 때, 운이 따라서, 내가 여기에 입주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세상엔 조건부확률이라는 것도 있지 않던가. 방금 망상해 본 결과로는, 내가 행복주택에 입주한다는 조건 하에, 그곳에서 지내게 될 1년, 2년, 어쩌면 10년의 시간은 그렇게 썩 나쁘지 않을 확률이 크다. 에라 모르겠다,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일단 신청이나 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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