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사업] ③ 선정이 안 되면 과연 별일 없을까?
늑대를 피하니 호랑이를 만난다고 했던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PRIME 사업 최종 심사 대상 학교 목록이 지난 22일 발표됐다. 실제로 선정되는 대학들은 최대 300억부터 최소 50억을 받아, 예정된 구조 개혁 계획을 실행할 예정이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소규모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한 수도권 대학만 73개이며, 이 중 선발되는 대학은 단 두 곳이다. 백한 명을 모아놓고 11명을 가리던 ‘프로듀스 101’ 뺨치는 경쟁률이다.
그렇다면 이 사업 경쟁에서 탈락하는 학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별 일 없는 거 아니냐고? 유감스럽게도 그게 그렇지가 않다. 프라임 사업에 선정이 되든 안 되든 간에, “대학구조개혁평가”라는 것은 모든 대학이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프라임 사업과 무관한 대학들이 이 평가에 대응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크게 3가지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각각에 따라 학생들에게 벌어질 세 가지 상황을 가정해 봤다.
민방위 날 어설프게나마 책상 밑에 숨어보는?기분으로, 대략이나마 경험해 보시길 바란다.?아마도 프라임 사업을 비껴갈 당신의 학교에서, 이런 난리가 터지지 않으리라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복학생: “뭐? 우리 학교가 언제부터 평생교육 기관이 됐어?”
군입대로 4학기 동안을 휴학하고 복학 신청을 하러 학교에 왔다. 겉으로 본 캠퍼스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 맞아 이게 그리웠어’ 감격에 젖는 것도 잠시,?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상한 낌새가 보인다. 이것저것 묻어 있는 앞치마를 입은 사람들이 떼로 계단을 내려온다.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나이가 조금 있어 보이는 사람들도 솔차니 보인다. 아무리 봐도 미용 전공자들 같은데, 우리 학교에 미용과가 있었나 싶다.
복도에서 우연히 만난 졸업반 여자 동기에게, 궁금함을 이기지 못하고 물어본다. 우리 학교에 미용과가 생겼느냐고.?그녀의 답은 충격적이었다. 우리 학교가 종합대학에서 평생교육기관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문과 계열인 우리 과도 폐과를 면치 못할 뻔 하다가 겨우 살아남았다고 한다. 동아리방에 인사를 전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급하게 교무처로 방향을 바꿨다.?졸업 후에 내 학위가 어떻게 나오는지, 제대로 나오긴 나오는지 물어보러.
CASE 1. 프라임 사업 심사 탈락 후 별다른 조치가 없을 때
프라임 사업의 핵심은 ‘정원 조정’으로 대표되는 대학 구조 개편에 있다. 이 사업에 구조 개편안을 제출해서 지원한 다음, 그 적절성을 교육부로부터 인정받지 못해 탈락하면, 이후의 대학구조개혁평가에서 D등급이나 E등급의 저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학 구조개혁 평가 점수가 낮은 학교는 교육부의 컨설팅 대상이 되며, 학교 정원의 20%까지도 감축하게 될 수 있다.
사망년: “국가장학금도 안 되면서 개악저지만 외치면 다인가요?”
5학기 연속의 학교 생활은 여전히 피곤하지만, 서둘러 졸업하고 취직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번 학기도 등록을 하기로 결심했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신청하는 교내 장학금과 국가장학금. 한때는 외부 장학금도 이래저래 많이 노려봤지만, 어차피 또 최종 탈락할 것이 뻔하기에 이제는 그냥 한국장학재단에 ‘올인’하고 있다. 1유형은 소득 산정 기준 나와 봐야 알겠지만, 2유형은 대학 자체 기준이니까 그래도 좀 나와 주겠거니 하면서.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신청 버튼이 에러를 띄운다. 국가장학금 2유형 대상자가 아니라고 한다.?혼자 실의에 빠져 있었는데, 학교 ‘대나무숲 페이지’를 보고 더 놀랐다.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장학재단과 협상에 나설 것을 학교에 촉구’하자는 온라인 서명 링크가 돌고 있었지만, 난 학교가 바뀌길 기다리기보다 졸업하는 게 더 빠른 학번이 돼 버렸다.?모든 기대를 접고, 평일 알바를 구하기로 맘먹는다.
CASE 2. 프라임 사업과 무관하게 대학구조개혁평가 자체를 거부할 때
학교의 방침이나 이념에 따라서 대학구조개혁평가를 거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경우, 대학구조개혁평가를 주관하는 교육부가 임의로 해당 대학에 정책적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이미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43개교) 및 종교계 대학 중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 평가 미참여 대학(15개교)’에 대해 자격을 박탈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국가장학금 Ⅱ유형’이 있다.
신입생: “교수님 저희 진짜 이거만 가지고 실습 수업 다 해요?”
인고의 시절이던 수험생 때 문득 그 학과가 멋있어 보였다. “크리에이티브 앱 제작학과”라니! 나 앱도 좋아하고 크리에이티브한 것도 짱좋아하는데! 이를 바득바득 갈며 지원서를 보내고 입시를 치러, 드디어 ‘16학번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2~3달간의 행복한 잉여 생활! 드디어 캠퍼스에 입성! 벌써부터 생활비와 등록금과 선배와의 관계 등등이 걱정스럽지만… 일단 지금은 꽃 피는 춘삼월! 산뜻하게 첫 등교를 했다.
그리고 어느 새 1학기도 절반이나 지나갔지만, 수업과 과제는 여전히 ‘노답’이다. 친구의 ‘맥북’을 빌릴 수 있으면 양반이다. 대다수 동기들은 수업 때 교수님이 프로젝터에 띄우는 화면만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 선배님들 말씀을 들어 보니, 원래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따로 컴공 따로였는데, 자체 구조 개혁이랍시고 작년에 덜컥 합쳐서 만든 거라나. 프로그래밍도 어중간, 영상도 어중간하게 배우고 있다 보니, 내가 이 학과를 왜 골랐나 하는 생각만이 절실하다. 그렇다고?전과를 하자니, 뭐가 더 나아질 것 같지도 않고.
CASE 3. 프라임 사업 탈락 후 자체 구조개혁을 실시할 때
PRIME 사업에 선정되지 않을 경우, 교육부에 개혁 의지를 어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탈락 원인을 분석하여 자체적 학제 개편 및 정원 조정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정원 조정 기준을 심사하는 것은 정부나 기타 공적 기관이 아닌 대학 자체 심의기구가 되며, 따라서 학생-지역사회-대학 모두의 합의보다는 일부 결정권자의 주관을 따르는 학제 개편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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