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뮤컴백] ③ 어쩌면 위기일지도 모르는 ‘YG’
악동뮤지션 컴백 → YG엔터테인먼트?→ ?!
이번 주 ‘먼탐라’ 키워드는, 지난 5월 4일 0시에 “Re-Bye”를 발표하며 컴백한 악동뮤지션입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악뮤’의 신곡이나 컨셉 등은 평가하지 않기로 합니다. 사실, 최신 가요에 대해 가장 공감 가는 비평은 멜론 베댓에 있으니까요.
저희는 악동뮤지션의 “컴백” 자체에 주목했습니다. 그들은 “어쩌면 위기”(③)인 YG로서 컴백했고, 군입대 직전에(②) 컴백했으며, K팝스타의 간판스타로서(①) 컴백했기 때문이죠. 이제부터 보시겠지만, 그들을 둘러싼 연예계 상황이 꽤 묘합니다.
마지막 제3부는 ‘YG엔터테인먼트’를 다룹니다. 악동뮤지션도 그렇고 다들 공백기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일관되게 길거든요. 그게 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하는 건지, 한번 읽어 보시죠.
이 악뮤가 그 악뮤 맞아요?
반 년 넘게 업데이트가 없던 악동뮤지션 유튜브 채널은 지난달 말쯤부터 갑자기 술렁였다. ‘사춘기’ 앨범 티저 영상이 나왔고, “사람들이 움직이는 게”, “Re-Bye”의 음원 티저가 세 편이나 올라왔고, 드디어 4일이 되자 상권 앨범의 두 타이틀곡 뮤직비디오가 공개됐다. 반갑긴 했지만,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글쎄… 음악 좋고 뮤비 좋은데… 내가 알던 악뮤는 어디로 갔지?
장르적 약속이라는 것이 있다. 지금껏 악동뮤지션은 ‘200%’와 각종 음악 활동을 통해 발랄한 청춘?어쿠스틱 보컬 듀오라는 장르를 약속해 왔다. 심지어 감성 돋는 ‘사춘기’ 앨범 티저 때까지만 하더라도 악뮤의 컨셉은 유지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나온 결과물은 화려하고 버라이어티했다. 그들이 장르적으로 약속해 왔던 어쿠스틱, 발랄, 청춘과는 거리가 좀 많이 멀었다. 좋긴 한데, 어딘지 아쉬웠다.
이 아쉬움의 정체가 뭘까를 고민했다. 음악 자체에서 흠 잡을 부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일개 소비자인 내가 그들의 앨범 준비에 뭘 보태준 것도 아닌데, 왜 나는?못내 아쉬움을 느끼는?걸까??결론을 내려 봤다.?‘오래 기다렸던 보람’이 나질 않았던 것이다. 그들은 친숙하게 반가워하기엔 너무 변했고(사춘기였으니), 가끔 볼 수 있는 변주라고 하기엔 너무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훌쩍 음악적 모험을 떠날 거였다면, 좀 진작 말이라도 해 주고 미리 좀 보여주지, 하는 야속함이 있었다.
이 공백, 악동뮤지션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몇 날 며칠이고 조용히 공백기를?지내다가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YG 스타들이 적지 않다. 빅뱅은 작년?활동이?무려 3년 만의 컴백이었고, 이하이는 잠시 있었던?‘하이 수현’을 제외한다면, 역시 1집 이후로 컴백까지 3년이 걸렸다.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서 데뷔시킨 Winner는 첫 앨범 이후로 1년 반 만에 겨우 돌아올 수 있었고, 악동뮤지션의 정규음반은 2년 만이다. 그나마 이찬혁이 곧 군대를 가니, 앞으로 최소 2년의 공백기가?벌써?예정돼 있다.
활동을 하는지 마는지 알 수 없는 팀들도 적지 않다. 2NE1은 2014년 박봄의 마약 밀수입 스캔들 이후로 활동을 중단한 지 2년째다. K팝스타에서 양현석이 영입한 장한나는 솔로 데뷔 풍문이 나온 게 작년 4월인데 아직까지 아무 뉴스가 없고, 케이티김도 마찬가지로 1년째 잠적하다시피 감감 무소식이다. 이쯤 되면 궁금하다. 아니 그럼 지금… 이 회사에 누가 출근하고 있는 거야?
정리해서 말하자면, 요즘 YG 소속 가수들의 공백기는 지나치게 보편적으로 길고, 그래서 조금은 걱정스럽다. 공백을 가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래도 “메이저급” 한 명쯤은 꾸준히 ‘말뚝근무’로 활동을 해 줘야 그 공백이 비어 보이지 않을 텐데, 척 보기에도 이건 너나없이 모두 다 집에 가 있는 꼴이다. 게다가, 음반 하나 활동 몇 달 준비하자고 다들 이렇게나 긴 시간을 비워야 하는가 하는 부분에서,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아티스트주의’라고 믿어 주기엔 어딘가 위태로운
혹자는 YG의 아티스트병이 도져서 그런 것뿐이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YG의 ‘아티스트주의’에 대한 고집은 한국 가요 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공백기가 좀 길어지더라도, 완벽한 계획과 만반의 준비를 갖추어 대중예술가가 되자는 것이 YG의 일관된 방침이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YG의 아이돌들은 타사 경쟁 아이돌에 비해 좀더 느긋한 사이클로 활동해 온 것이 사실이고.
하지만 공백기는 대부분의 경우 별로 좋은 것이 아니다.?특히 아직?확실히 자리잡지?못한 신예들에게는?더욱 치명적이다. 위너만 해도 그렇다. 올해 초 있었던 위너 콘서트가 ‘텅텅콘’이었다는 루머는 거의 전적으로 기획사인 YG의 잘못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1년 반이나 공백기를 가지고 아직 불안정한 입지의 그룹이 갑자기 콘서트를 연다는데 반응이 좋은 것이 되려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너 서바이벌부터 쌓아왔던 인기를?유지할 수 있도록 YG가 공백기를 관리해 줬더라면, 이런 소문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백보 양보해서,?준비만 완벽하다면?얼마든지 공백을 기다려 줄 수 있다고 하자.?하지만 정작 긴 공백기를 가졌던 Winner나 악동뮤지션, 이하이의 복귀가 그렇게 성공적이었냐고 하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악동뮤지션에 대해서는 방금 이야기했고, 이하이의?‘한숨’?과 ‘My Star’의 경우엔?“왜 3년이나 걸려서?나와야만 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는 결과를 보여줬다. Winner는 타사의?블락비와 방탄소년단, YG 내부의?Ikon과?‘다시’ 경쟁하게 되었으면서도, 이 예상된 경쟁을 뚫고 나올 뭔가를 장착하고 컴백한 것 같지는 않았다.
혹시 이건 영업 준비 시간이 아니라?개점휴업 아닐까?
공백기가 치명적인 것은 신예들만의 일은 아니다. 공민지의 탈퇴가 이를 입증한다. 14년 활동 중단 이후로 2년간 ‘2NE1’이라는 그룹이?어떤 유의미한 활동도 재개하지 못했을 때, 공민지를 제외한?멤버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을 했다. CL은 미국 진출, 산다라박은 연기로 팀 없이도 먹고살 수 있었지만,?갑작스럽게 맞이한 팀의 정체기 한가운데에서, 공민지만은?개점휴업 상황으로 별 일을 해내지 못하다가 탈퇴를 하게 됐다.
나는 이것이 팀에서 겉돌던?공민지의 존재감 탓이라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비상 상황에서 그래도 일감을 물어다 주고, 다른 개별 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도 분명 기획사의 일이기 때문이다.?심지어 공민지는?YG 패밀리 중에서도 베테랑에 속한다. 그런 그녀조차?개점휴업 상황을 견디다 못해 팀을 탈퇴하기까지 한 것은, 겉으로는 별 파장이 없었지만, 회사 내 ‘좋지 않은 선례’로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다.
당장 악동뮤지션이 그렇다.?이찬혁은 양현석에게 전화해서 “앞으로 2년 동안 수현이 솔로 활동 잘 부탁드린다”라며 악뮤의?공백기를 부탁했다고 하지만, 과연 실제로는 어떨까? 이번 앨범이 혹시나 망하거나 대중의 냉대를 받는다면? 매일 합정동 사옥에 출근해서 연습하다 집에 가는 개점휴업 상태가?이어지다가?섭외 전화가 끊기면, 이수현 역시 공민지의 전철을 밟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있나?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그래도 생각해 보게 된다.
부업은 잘 하는데 본업이 개점휴업인 상태인 만큼
사실 이 시점에서?YG는 꽤 잘 나가고 있다. 사업의 영토 확장과 다각화가 활발하다. 해외 아티스트들과 적극적으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추진하고, 중국 소설 원작의 드라마를 찍기 위해 NBC유니버셜과 계약하고, ‘문샷’이라는 신생 화장품 브랜드를 시작하면서 루이비통 자회사와 협업하고 있다. 2015년?YG엔터테인먼트의 연매출은 1,9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 기록은 문자 그대로 역대급이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부업이고, 자국에서의 본업이라 할 수 있는 한국 음악 사업을, YG는 생각보다 잘 못 하고 있다고 보인다. 핵심 역량인 아티스트들을 얼마나 잘 관리하는지를 보여주는 ‘공백기’라는 지표를 보았을 때 그렇다. 그런 까닭에,?YG의 사업 확장만을 보고 그들이?마냥 그렇게 잘나가고 있다고, 잘 해나가고 있다고 낙관적으로 보엔 조금 난점이 있어 보인다.
개점휴업이 사실은 영업중인 상황이듯, YG 역시 악동뮤지션을 비롯한 다수의 연예인들을 활용한 대중가요 사업을 하고 있다.?그리고 그것이 그들의 본업일진대,?부업에서 선전하고 본업에서 고전하고 있는 YG는 어쩌면 앞으로 위기를 겪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예감이 든다.?과연 YG가 이 문제를?잘 해결해서 공백 길다고 불안해하는 팬들의 불안감을 떨쳐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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