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멍써머] 여름, 어쩜 이렇게 더우세요?
아직은 봄이라고 우기던 5월도 끝나고 어느덧 완연한 여름이 찾아왔다. 여름만큼 호불호가 심한 계절도 없을 것이다. 여름만을 죽자고 기다린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제발 오지 말라고 사정 사정을 하던 사람도 있을 테고.
하지만 아무리 빌어도 무더위는 이미 찾아와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고, 또 아무리 사정해도 때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하게 우리 곁을 떠나갈 것이다. 지금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 당신은 여름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싫어하는 사람인가?
어느덧 성큼 다가온 여름을 바라보는, 두 에디터의 이야기.
덥고, 습하고,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덥다. 정말 덥다.
그것만으로도 여름을 싫어할 이유는 충분하다. 겨울에 추운 건 덕지덕지 옷을 껴입으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된다. 하지만 여름은 다르다. 짧은 옷도 한계가 있는 데다, 선크림을 덕지덕지 발라도, 족히 내 얼굴의 두 배는 넘는 플라스틱 부채를 있는 힘껏 부쳐도 더위는 어디 가시질 않는다. 해라도 쨍쨍하게 뜨는 날에는, 어둠의 자식이라도 된 마냥 내리쬐는 햇볕을 피해 그늘로 숨어야만 한다. 아니면 4천 원을 내고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얼굴에 대고 다니거나.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그 날 하루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다. 점심을 먹겠다고 10분 땡볕을 걸었다가, 그대로 더위를 먹어서 하루를 버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심지어 그때 입었던 옷이라고는 얇은 브이넥 티셔츠에 파란색 반바지가 전부였는데도!
덥기만 하면 또 모를까. 습도가 높아 유난히도 푹푹 찌는 한국의 여름은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다. 끈적하게 붙는 살갗은 애인과 손잡는 것조차 힘들게 하고, 기분은 충분히 불쾌해서 괜한 짜증이 솟구치게 한다. 이제 출근길 지하철쯤 되면 더욱 심각해져서, 1시간 이상 통학하는 내 경우 냉방을 가동하든 뭘 하든 이쯤 되면 빨리 지구가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는다.
더군다나 나는 유난히 땀이 많은 체질이라 여름이면 금세 땀에 절어버린다. 원체 젖는 걸 싫어하는데, 혹시 앞에 잘 보이고 싶은 사람이라도 있으면...? 민망함은 배로 늘어난다.
더 화가 나는 사실은,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 직후에도 여름엔 절대 뽀송뽀송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끈적하고 방금 닦아낸 것이 물기인지 아니면 땀인지 분간이 되지 않으니, 샤워 후의 개운하고 뽀송뽀송한 느낌을 즐긴다는 것은 순전히 꿈 같은 이야기가 되어버린다.
더위를 잘 타고 땀이 많다 보니, 뜨거운 국물 음식은 여름에는 자연히 피하게 되어버린다. 진한 육수 맛에 즐기는 돈코츠라멘도, 칼칼하고 시원한 국물의 지도리우동도 과음 후 속을 풀어주는 순대국밥도 모두 여름에는 입에 대는 것부터 너무나도 힘든 일이 되어버린다.
물론 여름에도 이 음식들은 여전히 맛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이 녀석들은 여름에는 왠지 부담스러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 가게는 시원하지만 먹고 나가면 덥지 않을까, 안 그래도 더운데 속까지 뜨끈하게 만들어야 하나. 오만 가지 걱정이 들다 보면 자연스레 다른 메뉴를 찾게 되는 것이다.
실제 더위를 무릅쓰고 찾아가 먹더라도, 한겨울 추운 날에 얼어붙은 속을 풀어주는 그 느낌은 아무래도 느낄 수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식후에 찾는 커피도 아이스 외의 다른 메뉴는 주문할 수가 없다. 더우니까. 누군가는 냉면과 빙수를 먹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틀렸다.여름은 냉면과 빙수밖에 먹을 게 없어 슬픈 계절이다.
게다가 여름이면 날아다니는 파리와 모기는 온갖 방법으로 사람을 괴롭힌다. 자려고 누운 귓가에 위잉대는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안 그래도 더워 뒤척이고 있는데 그때부턴 온 신경이 그리로 쏠려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간신히 잠이 들어도 자고 일어나면 처참하게 뜯겨서, 가려움만 남아 미쳐버리는 것이 여름인 것이다.
여름은 그런 미친 계절이다. 여름 제발 다 망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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