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이 10주년이래요] ② 내맘대로 어워즈
솔직히 tvN 첫 어워드에 6개 부문은 모자라죠!
‘콘텐츠 트렌드 리더’를 슬로건으로 한 CJ E&M의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이 개국 10주년을 맞이했다. 엔터테인먼트에 초점을 맞춘 방송사인 만큼, 그간 tvN은 예능과 드라마에 몰빵(?)하며 각 분야에서 새로운 소재와 새로운 포맷을 통한 신선한 접근을 해왔고, 이제는?괜찮은 스케일을 자랑하는 tvN 어워즈(tvN Awards)를 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간 좋은 인상을 남긴 드라마, 예능, 그리고 그 속의 출연자들의 빛나는 역량을 여섯 부문으로만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조금은 다른 기준으로 몇몇 프로그램과 출연자들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 싶다. 혹시나, tvN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동력에 관한 실마리를 여러분께 드릴 수도 있을 거라고 기대하면서.
노인복지상: 디어 마이 프렌즈?― 왜 주인공은 항상 젊은 애들만 해?
<디어 마이 프렌즈>는 tvN 10주년 특별 기획 드라마로, 독특하게도 대체로 극중에서 조연급에 머무는 노년층의 배우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드라마였다. 특히, 수많은 연속극 드라마에서 중장년 혹은 노년층이 오로지 부모와 조부모라는 전통적인 역할을 맡는 것을 타파하고 등장인물 개개인의 성격과 스토리를 조명하는 데에 집중한 드라마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여느 청년층의 ‘썰’과도 크게 차이가 없어 보였다. 지나온 세월이 말과 행동에 조금씩 묻어 있을 뿐, 근본적인 감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프리랜서 작가 박완(고현정 분)이 극의 중심축이면서도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그는 차라리 엄마의 동창회라는 우연한 기회로 엄마 장난희(고두심 분)를 포함해 여덟 노인의 삶을 발견하고, 여러 생각과 감정을 가지며 그들의 삶을 울림 있게 전하는, 전달자의 역할을 한다.
호화 캐스팅도 아니고, 스릴러나 로맨스처럼 명확한 장르 구분도 되지 않는 이 드라마를 tvN은 왜 10주년 특별 기획으로 배치했을까? tvN은 그간 드라마를 통해 좀 더 실재적인 층위를 공략해 왔다.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사이의 간극을 오가며 여성 솔로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은 <막돼먹은 영애씨>와 <또 오해영>이 그랬고, 2030 직장인 전체의 취향을 단숨에 저격한 <미생>도 그랬다.
그런 차원에서, <디어 마이 프렌즈>는 tvN이 그간 종종 시도해 왔던 시청자층 확대 시도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판타지만이 가득한 드라마가 아닌 애써 눈 가리고 아웅 하지 않으려는 그런 현실을 적절하게 포장하는 그런 드라마를 더 좋아하고 있으니까.
간판상: 김슬기 ― 언제나 앞으로도 tvN과 함께!
장진 감독이 1년 치 등록금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SNL 코리아>에 합류한 김슬기는 현재 최근 3, 4년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을 소화해냈다. 아마 tvN을 통해 가장 성공적으로 개인적인 커리어를 이끌어나간 이가 아닐까 싶다. 초창기에는 <여의도 텔레토비>에서 쌍욕을 잘하는 뽀로 인기를 얻었다.
연기자로 전향할 것을 선언하며 SNL 크루에서 하차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는 많은 우려의 시선이 있었으나, 그는 어수룩하지 않은 정극 연기를 바탕으로 tvN에서 무려 네 개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단일 연기자로서는 최다 작품을 기록했다. <SNL 코리아> 이전에 방영된 <21세기 가족>에서는 인텔리한 물리학도를, <이웃집 꽃미남>에서는 감정 기복이 심한 피곤에 쩔어 있는 웹툰 담당자를, <잉여공주>에서는 일명 ‘잉여하우스’에 거주 중인 4차원의 히피를 맡았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처녀 귀신이 되어 구천을 떠도는 신순애 역을 맡았던 <오 나의 귀신님>이었다. 김슬기는 아버지를 도와 식당을 운영하던 살아 있었을 때의 신순애와, 온몸으로 남자를 원하며 음탕함을 떨치는 귀신일 때의 신순애를 완성도 있게 소화해 냈다. 이쯤 되면 공로상 하나쯤 줘도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tvN 어워즈에서도 공식적으로 그녀에게 Made in tvN 예능 여자 부문을 안겨주었다.
아직까지 주연급으로 찍은 작품은 특별히 없지만, 가상에서 튀어나온 듯하기보다는 어느 대학교에든 있을 법한 예쁜 외모를 가졌기에 앞으로 리얼리티를 꽤나 강조하는 tvN의 다른 드라마에서 주인공으로 캐스팅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왕이면 은근히 슥슥 욕설을 끼워 넣는 캐릭터면 더 좋고.
성공의어머니상: 라이어 게임 ― 실패해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사실 tvN만큼 실패를 여러 번 경험한 방송사가 또 없다. 이는 소재의 다양화, 뉴 페이스의 대거 기용 등에서 오는 리스크를 적절히 케어하지 못한 터였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실패가 성공의 어머니이기도 했다. SBS와 OCN을 통해 <무사 백동수>, <야차> 등을 연출했던 김홍선 PD가 좋은 예시가 될 수 있다. 그는 <개와 늑대의 시간>의 류용재 작가와 함께 최근?2년 간격으로 두 개의 작품을 tvN을 통해 선보였는데, 하나는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라이어 게임>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피리부는 사나이>다.
그중 <라이어 게임>은 안타까운 실패의 케이스다. 일본에서 속편이 나올 정도로 대거 영화화된 탄탄한 구성의 만화를 원작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소재가 가진 매력을 십분 살리지 못했었다. 원작과 다르게 천재 심리학 교수 하우진(이상윤 분), 멍청하다 싶을 정도로 착하고 순진한 남다정(김소은 분), 국내 최고의 애널리스트 강도영(류성록 분)의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엮었고, 그 탓에 개인과 집단,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마음을 치열한 심리 게임을 통해 보여준다는 극의 근간은 다소 퇴색됐었다.
그 실패로부터 2년 뒤 나온 <피리부는 사나이>는, 실패로부터 교훈을 제대로 배운 경우라 할 수 있다.?경찰 위기협상팀이라는 독특한 설정이 돋보인 이 드라마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동화를 원작으로 두면서도 그 안에 담긴 코어한 내용을 현대적으로 잘 풀어냈다. 주성찬(신하균분), 여명하(조윤희 분)가 협상에 임하는 서로 다른 스타일, 그리고 뉴스 앵커 윤희성(유준상 분)이 의문의 ‘피리남’으로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동원하는 폭력적인 방식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들어왔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피리부는 사나이>가 ‘시그널’급으로 히트를 친 것은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사실은 tvN 드라마 중 역대급으로 시청률이 낮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홍선 PD와 류용재 작가에게는 다른 제작자와는 차별화된 지점이 있고, 그 남다른 특징을 살려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실패를 통해 보여주었기에, 그렇기에 앞으로 그들만의 또 다른 작품을 들고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혹시 또 모른다. <굿와이프>처럼 좋은 원작의 매력을 온전히 잘 살리면서도, <시그널>처럼 장점이 넘쳐흐르는 장르물을 내놓게 될지.
브로맨스상: 이제훈 & 조진웅 ― 만나지 않아도 충분히 터질 수 있어
tvN 어워즈의 베스트 케미 부문에는 스무 콤비의 후보가 노미네이트되었고, 결과적으로 ‘오 나의 귀신님’의 박보영과 김슬기가 수상했다. 나로서는 올해 초 12%라는 초유의 시청률을 기록한 <시그널>의 박해영 경위(이제훈 분)와 이재한 형사(조진웅 분)이 선정되지 않아 아주 조금 아쉽다.?그들의 케미야말로, 지금껏 본 콤비 중 가장 독특한 콤비였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박해영과 이재한은 단 한 번도 대면하지 않는다. 그저 시간을 초월하여 서로를 이어주는 이재한의 이상한 무전기를 통해서만 대화를 나누고,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심지어 이재한을 짝사랑했던 차수현 형사(김혜수 분)조차도 비중만으로는 주연이지만, 그 둘의 케미에 틈타지는 못한다. 차수현 형사와 미제 사건들이 매개가 되어 촉발되는 간절함은, 두 배우가 무전을 주고받는 장면들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드라마에서 관계가 성립되고 발전되려면 얼굴을 들여다보고,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박해영과 이재한은 극중에서 단 한 번도 만나지 않는데도 과거의 자료와 무전의 내용을 통해 같은 목적을 공유하고 함께 달려간다. 거기서 주인공 각자가 살아 있을 것이고, 죽음을 막을 것이고, 미궁으로 빠진 사건을 파헤칠 수 있을 거라 믿는 믿음과 ‘누군가를 잊지 않는다는 마음’이 표현된다. 얼마나 특별한 콤비인가.
그리고 <시그널>의 이제훈과 조진웅은 그것을 잘 이해하고 소화해냄으로써?해당 감정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기는커녕 오히려 훌륭하게 성공시켰다. 그 결과?<시그널>은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많은 이의 가슴을 들끓게 한 뜨거운 작품이 됐다. 이런 관계, 이런 조합을 생각해낼 수 있었다는 것에 의의를 부여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그래서 남는다.
지속가능한예능상: 배우학교 ― 잘 팔리는 게 전부가 아니야
<배우학교>에서 박신양은 내내 진지하다. 단지 예능을 위해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진심을 다해 연기를 잘할 수 있게끔 도와주려고 한다.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도 있지만, 이원종, 장수원 등의 출연자들도 각자가 이 학교에 들어온 개인적인 계기가 충분하게 있다. 비록 <삼시세끼> 같은 시리즈마다 대박을 친 예능 프로그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래서 <배우학교>는 원래 기획을 예능의 틀에 맞춰 어그러뜨리지 않으려는 tvN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었다.
웃겨야 한다는 게 예능의 최소 철칙이라면, 굳이 박신양이 아니어도 됐다. 예능의 문법에 적당히 장단을 맞출 수 있는 다른 배우를 섭외했을 수도 있다. 학생 신분의 출연자 역시 그렇게 흔히 보는 익살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주는 사람들일 수도 잇었다. 하지만 <배우학교>는 그러지 않았다. 근본적으로 연기가 왜 하고 싶은지, 연기를 잘 하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괜한 포장지 없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꾸밈없는 대답을 원하는 박신양 앞에서 유병재와 남태현은 <극한직업>의 매니저도, 위너(Winner)의 막내 멤버도 아닌 그저 연기를 잘 해보고 싶은 한 사람으로 발가벗겨진다. 그걸 지켜보는 시청자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과 그 이유에 대해 저도 모르게 진지하게 고찰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배우학교>는 예능적으로는 웃긴 요소가 부족해 실패했을지는 모르겠으나, 세상을 살아가는 그 어떤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자신의 일’에 대한 진심을 건드리는 데에는 분명 성공했다.
그리고 사실은 그게 tvN이 다른 예능을 만들 때도 언제나 취해 왔던 자세였다. 예능의 틀에 출연하는 이를 끼워 맞추기보다는 항상 기획에 가장 적합한 누군가를 찾았고, 작위적인 연출 없이 우리의 삶과 그 삶 속의 욕망을 있는 그대로 내보이려 했었다. 그 결과 우리는 10년의 역사를 얻은 지금의 tvN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그들이 그들의 슬로건대로 ‘콘텐츠 트렌드 리더’로 각광받게 되었다면, 그 이유는 아마 이런 데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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