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사용설명서

 

다음의 설명서는 소심한 이들의 사회생활 및 인간관계를 원만하게 하고자 만들어진 가이드입니다.
MT, 소개팅, 뒤풀이 등 다양한 TPO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STEP 1
시크한 컨셉을 잡을 것

조용하게 할 일을 하자.

 

대화에 끼기 위해, 무리에 들어가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사람은 어쩐지 매력이 없다. 조용하게 할 일 하며, 꼭 필요한 순간에 시크하게 한 마디 찔러주는 캐릭터로 관심을 확보하자. 기본적인 소심함을 딱히 바꾸지 않으면서도 상당한 존재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컨셉 유지 중 확 외로울 수 있다.
그 순간을 컨트롤하는 게 관건.

 

STEP 2
무조건 처음을 공략하자

그렇다고 과할 필요는 없다.

 

자기소개를 할 때, 발표를 할 때, 하다못해 노래방에 가더라도 어차피 한 번은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기왕 할 거, 아예 처음을 노려라. 같은 키스도 첫 키스가 오래 남는 법. 그렇게 확실하게 기선을 잡아준 뒤에는? 걱정 마라. 이미 당신은 놀 땐 노는, 멍석 깔아주면 확실한 사람으로 기억되었다.

그렇다고 절대 오버하지 말자.
전설적인 무리수로 기억되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

 

STEP 3
토크 공백을 파고들어라

자연스럽게 파고드는거다.

 

요즘은 어째 그리 말들을 잘 하는지. 쉴새없이 이어지는 토크에 기죽지 말자. 화제가 다 끝나가는 순간, 기력을 소모한 이들이 잠시 숨을 돌리는 순간이 있다. 당신이 나서야 할 타이밍이 왔다. 이때는 피식 하고 웃어주기만 해도 시선이 확 몰린다. 그렇게 공백마다 리액션을 날려 주자. 품평하는 느낌을 살짝 주는 게 포인트. 어느새 사람들은 당신을 신경쓰면서 토크를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 가이드를 보고 난 후, 같은 타이밍을 노리는
다른 소심이들과의 치열한 내부 경쟁.

 

STEP 4
차라리 소심함을 과장할 것

그래, 차라리 소문을 내자.

자신의 소심함을 동네방네 소문내 버리자. “제가 좀 소심해서 고기를 작게 잘라버렸네요” 정도의 멘트가 적당하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소심함을 지속적으로 사람들에게 각인시킨다. 이후에는 조금만 나대도 의외로 적극적이라는 반전 매력을 확보할 수 있다. 어쩌면 가장 쉬우면서 효과가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소심하다고 광고만 하고 후속 조치가 없으면, 아예 존재감이 사라질 수도.

 

ONE MORE THING

위 가이드는 당신이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단계에서만 사용해 주길 당부한다.?우리는 당신이 끝까지 소심 사용 설명서의 캐릭터로 남는 걸 바라진 않는다. 수줍음 많고, 쑥스러움 타는 당신은 이미 충분히 사랑스럽다. 이 가이드는 당신의 그 매력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좋겠다. 정말 좋은 건 원래 천천히 다가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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