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을 위한 플레이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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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플레이리스트를 훔쳐보다
길을 걸을 때, 지하철을 탈 때, 누군가를 기다릴 때. 음악은 철저히 혼자인 시간조차 아름답게 만든다. 그래서일까. 오랜 시간 우리가 즐겨 듣는 음악은 참으로 소중하다. 한 번은 핸드폰 초기화때문에 재생목록이 몽땅 날아간 적이 있었다. 월드컵에서 한국이 진 것보다, 지갑을 잃어버렸을 때 보다 더 화가 치밀었다. 내가 어떻게 모은 건데! 하지만 막상 새로 재생목록을 만들다 보니 귀찮아서 내버려 뒀던 음악들도 청소되고, 새로 좋은 음악도 발견하고 해서 결론적으로는 만족스러웠던 기억.
우리의 재생목록에는 참 많은 곡들이 왔다 간다. Top100에 랭크되어 있어 가볍게 클릭하거나 요즘 유행해서 한 번쯤 들어본 음악들보다, 훨씬 길게. 누구나 진득하게 자리를 지키고 사랑을 듬뿍 받는 곡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특히 요즘 들을 노래 없어 고민하던 사람들은 주목하시길, 입맛에 딱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취향을 발견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당신이 그리워지는 음악
상일 : Adele - Someone like you
전 여자친구의 18번이었다.
유진 : 가을방학 - 취미는 사랑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그리워하게 되는 음악이라고 할까. 가사에 그려내는 ''누구''처럼 나도 ''누구''를 상상하며 그 사람을 펼쳐보고 뜯어보고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게 됐다. 나도 사랑을 취미 삼을 날이 오려나하고 나조차도 궁금한 누군가를 그리워했었다. 나와 이 노래가 어울린다고 말해준 사람이 있었는데 보컬 목소리며, 가사 내용까지 전혀 근거가 없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나의 취미가 사랑인 것처럼 보였나 보다.’라고 가끔은 떠올리게 된다.
해찬 : 015B - 신 인류의 사랑
옛날에 인연이 있었던 사람들에 대하여 미련은 없다. 어떻게 사는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딱히 물어보고 싶지는 않다. 다만 진짜 그리운 사람은 나의 새로운 인연이다. ''맘에 안 드는 그녀에게 계속 전화가 오고/내가 전화하는 그녀는 나를 피하려 하는'' 엇갈리는 상황을 보면 사람 사귀는 일 참 어려워 보인다. 어느 한 쪽이 용기를 내고 다른 한 쪽이 그걸 받아주는 관계 자체가 요즘 멋있어 보이지만 질투도 난다(나도 저렇게 할 수 있는데!) . 이 노래를 듣다 보면 그런 멋진 사람 한 명이 생길 것 같은 짜릿한 쾌감이 든다.
자인 : 뜨거운 감자- 봄바람 따라간 여인
내게는 봄바람 따라간 여인이 없는데도 누군가 떠나가 버렸었던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있지도 않았던 그 사람은 날 잊었을까, 어디를 살고 있을까. 만약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다시 나의 무엇이 될까. 장기하와 얼굴들의 ''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에서는 누가 보고 싶은 건지 좀 알 것만 같아진다면, 이 노래는 끝까지 그 여인이 누구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누군가가 너무나 간절하고 아련하게 그리워지는 노래.
새봄 : ?재주소년 - 조깅
나도 상상해 본 적이 있다. 살면서 한 번쯤은 그 아이와 우연히 마주치지는 순간을 말이다. 물론 그런 일은 기적에 가깝다는 걸 나는 알고 있다. 혹시라도 가사처럼 그 아이를 다시 보게 되는 순간이 나에게 온다면 떨리는 목소리라도 인사를 건넬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별 : 지아 - 술 한잔해요
연인과 이별한 슬픔을 담은 노래 가사와는 달리 난 이 노래를 들으면 절친이 생각난다. 둘이 항상 술을 진탕 먹고 이 노래를 부르며 골목길을 휘청휘청 걷곤 했었는데. 지금은 아주 멀리 있지만, 아직도 뺨이 발그레하던 스무 살의 우리가 눈에 선하다. 그리운 내 친구와 영상통화로라도 노래 한곡 뽑아야겠다.
종원 : Nic Chagall - This Moment
지금도 자주 듣는 음악인데 입시 준비를 이 노래를 들으면서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글에 BGM으로 사용된 걸 우연하게 들은 뒤로 입시 기간 동안에는 이 노래만 들었다. 짧은 가사가 계속 반복되는데 낱말 하나하나가 커다란 용기를 주었다. 내가 처한 상황과 아주 잘 맞아떨어지기도 했고. 그리고 쉽지 않은 입시를 알게 모르게 도와준 친구가 있는데 그래서인지 이 노래를 들을 때면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곤 한다.
나른한 오후 버스 창가에 앉아 듣기 좋은 음악
상일 : 오지은 -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갈 때 왠지 내 하루를 대신 정리해주는듯한 가사가 와 닿는다. 멜로디도 무난 무난하다. 길을 걷다 보면 옆에서 누가 말해주는 것 같다. 내일은 더 힘들 거라고.
유진 : bang gang - stop in the name of love
자주 타지 않는 버스를 탈 때면 항상 멍 때리게 되는 것 같다. 그냥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버스에 올라타 자리에 앉거나 서게 되는데 그때 나오는 음악이 그날의 BGM이 되는 것. 그 BGM에 따라 멍~의 깊이와 시간도 달라지며 때론 초점이 사람에 머물 수도, 풍경에 머물 수도 있다.
사실 버스에선 어떤 노래를 들어도 썩 훌륭하다. 미치도록 신나서 어깨를 들썩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몇 가지 마약 같은 노래를 제외하고는. 이 노래를 들을 때면 풍부하고 깊게(?) 멍을 때릴 수 있다. 일단 가사 내용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정신을 어디에 둬야 할지 갈피를 잡기조차 힘들며 리듬을 따라 고개도 까딱거리며 이것저것 관찰하게 만든다. 뭐라도 이해하고 싶단 생각에.
자인 : 에피톤 프로젝트 - 떠나자
남자 보컬이 소근거리는 느낌으로 조용히 노래를 불러준다. 떠나자, 우리 행복했던, 우리 사랑했던 수많은 날로 다시 걸어가자… 그래, 이제 가보자. 저 멀리 어딘가에, 환하게 웃던 날로 가자… 어디에 가고 있었든 간에, 기억도 안 나지만 그냥 무작정 웃고 있었던 그런 날로 가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누구랑 함께였을까, 누구와 사랑하고 있었을까. 명확한 상황이 떠오르지 않아도 아련한 기분을 즐기며, 그래, 이제 가보자.
이렇게 포근하고 좋은 기분으로 햇살을 즐기며 버스를 타고 가는 목적지가 학교 아니면 웹진 회의인 건 함정.
해찬 : 이승열 - 라디라
고등학교 때 처음 들었던 이승열의 노래는 그때의 내 취향을 저격했었다.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결과를 통해 알게 된 그의 3집 노래들 중에서 몇 개는 하루 종일 이어서 들었다. 그다음으로 나온 4집의 가사들이 대부분 영어였기 때문에 이전만큼 좋아하진 않았다. 아마 그때 나는 그의 목소리보다도 가삿말을 좋아했나 보다. ''부담 갖지 말길/뭘 더 바라지는 않아/오늘 입은 그런 옷차림처럼/편하길 바래''라는 읊조림을 시작으로 ''너의 노래''와 ''너의 불꽃''이 계속될 거라고 말하는 노래는 예전에 내가 내 스스로 정한 셀프 응원곡이었다. 지금도 그렇다.
새봄 : 베란다프로젝트 - bike riding
노래 제목처럼 자전거와 함께는 아니어도 바람 솔솔 불어오는 버스 창가 자리는 사람을 저절로 설레게 만든다. 그렇게 햇살도 따뜻하고 창밖의 풍경들도 좋은 날 김동률과 이상순의 사람을 편하게 하는 목소리를 듣고 있자면 따뜻한 햇살에 노곤해진 몸이 더 나른해지곤 한다.
별 : Jason Mraz - live high
한참을 버스 정거장까지 달려 버스에 딱 타면 온몸이 땀에 젖고 숨이 가쁘다. 그런데 거기에 자리까지 없으면!… 그럴 때 이어폰을 끼고 므라즈의 노래를 플레이하면 이 모든 일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just take it easy” ㅡ 그냥 좀 여유를 가져보라는 그의 제안에 괜히 내가 쩨쩨한 사람이 된 기분. 때마침 창밖으로 푸른 한강까지 보인다면 아까 느꼈던 짜증 같은 건 기억도 안날 것이다.
종원 : Daughtry - Over You
듣기 시작한 지 정말 오래된, 그야말로 내 동반자 같은 노래인데도 아직까지 가사를 모른다. 결정적인 이유는 영어를 잘 못 해서. 처음 들었을 때 멜로디가 너무 좋아서 가사를 알게 되면 뭔가 내가 아는 노래가 아닐까 봐 일부러 찾아보지도 않았다. 수업이 일찍 끝나는 날 텅 빈 지하철에 앉아 이 노래를 듣고 있으면 시간이 잘 간다.
잠 못드는 새벽, 손이 가는 음악
상일 : Enya - Isobella
애초에 불면증 환자를 위해 만들어졌단다. 눈 감고 듣다 보면, 내가 물 위에 떠있는지, 하늘로 솟구치고 있는지.. 어느 순간 나른나른해지며 약을 먹은듯한 기분도 든다. 영어가 아닌 다른 국가의 언어로 불렸다는데, 그래서 난 아직도 이 노래의 가사를 모른다. 왠지 알아버리는 순간 이 노래를 집중해서 듣게 될 것 같다. 이 노래의 묘미는 엔야의 목소리에 홀려서 도중에 잠들어버리는 것이다.
유진 : 김거지 - 독백
내 안의 또 다른 ''나''들의 끊임없는 질문 때문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차라리 이 물음들에 맞서야겠다는 생각으로 듣는 노래다. 잠이 오지 않는 이유가 내 속의 너무 많은 나의 모습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일 때 들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다만, 잔잔한 멜로디 덕분에 오히려 모든 생각을 지운 채 잠들어버릴 수도. 혹은 가사에 심취해,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심취해 뜬 눈으로 지새울 수 있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천장만 바라보며 날 새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자인 : 장기하와 얼굴들 - 정말 없었는지
이 노래는 사실 언제 들어도 좋긴 하지만, 잠 안 올 때 듣기에도 좋다. 이미 메이저로 올라서버린 장기하가 아직 마이너함을 간직하고 있던 시절의 옛날 옛날 노래인데, 좋아서인지 싫어서인지 아는 사이인지 모르는 사이인지도 알 수 없는 그런 모호한 감정이 애매하게 흘러나온다. 긴장감이 세지 않고, 정말로 없었는지 나 한 번만 더, 하고는 보고 싶었어… 하고 다시 이완시켜준다. 장기하의 휘파람 소리를 몽롱하게 들으며, 그렇게 뭉글뭉글한 마음으로, ''한 번만 더 보고 싶어서'' 꿈나라에 간다.
별 : Radiohead - creep
요즘은 하도 바빠서 눕자마자 잠에 들지만, 방학 때는 수면제를 먹어야 할까 고민을 할 정도로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럴 때마다 좋아하는 노래인 creep을 들으며 홀로 새벽 감성에 젖곤 했다. 노래에 빠질수록 생각이 많아져 잠이 더욱 달아나는 건 감수해야 한다.
새봄 : 원모어찬스 - 그럴 때도 있어요
괜히 억울한 마음에 쉽게 잠에 들지 못하는 날이 있다. 휴대폰을 보는 것도 예능을 보며 시간을 때우는 것 모두 소용이 없다. 그렇다고 이 새벽에 토닥이며 나의 투정을 들어줄 사람도 곁에 없는 그런 때면 그저 ‘괜찮아-그럴 때도 있어’라고 말해주는 이 노래에 위로받고 잠에 들게 된다.
종원 : Ulrich Schnauss - Shine
새벽에 잠이 안 오는 대부분의 경우는 글을 쓰는 경우. 잠이 안 와서 글을 쓰는 건지 글을 쓰려고 잠을 참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미지의 새벽마다 나를 아주 먼 곳으로 데려가 주는 음악. 최근에 북극에 관한 소설을 쓰면서는 이 노래만 듣기도 했다. 몽환적이고 어딘가 아련한 게 새벽과 참 잘 어울리는 노래.
여유돋는 주말, 집에 틀어놓는 음악
상일 : Calvin Harris - Bounce ft. Kelis Vigora online, nolvadex online
잠시라도 가만히 있는 것을 못한다. 주말인데, 여유가 있다? 집에 있다? 그러면 혼자서라도 미친 듯이 논다. 몇 년이 지나도 춤출 때 가장 흥이 돋는 음악 중 이만한 것을 찾지 못하겠다. 노래방에서 간주점프가 매너라고 하지만, 이 노래는 절대로 허용 불가. 불을 끄고 간주에서 미친 듯이 흔들어 제끼면 그날은 TGIF
유진 : 이상은 - 비밀의 화원
심심한 오후에 듣기에 이만한 노래가 없지. 여유롭지 않은 기분도 여유롭게 만들어주는, ''다시 태어난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하는 노래. 덩실덩실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적당한 템포의 밝은 노래다. 조금은 귀찮은 일을 할 때 효과적인 BGM. 한가한 주말 오후, 설거지를 하거나 청소기를 돌리는 것과 같이 무언가를 정돈하는 일을 할 때 들으면 한층 산뜻한 기분을 더할 수 있다.
자인 : 옥상달빛 - 수고했어 오늘도
주말에는 일주일 내내 수고했던 나를 위로해줘야 한다. 주 중에 미뤄뒀던 복습과 과제를 처리하기 전에 우선 노래 한 번 듣고 좀 쉬다가 할까. 아무도 내가 왜 힘든지 몰라줘도, 내가 슬픈지 기쁜지 관심도 안 가져 줘도, 이 노래를 부르는 옥상달빛도 내가 어떤지 몰라도 괜찮다, 그냥 괜찮다. 너는 충분히 수고했다고, 아무것도 묻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고 해 주는 고마운 위로 같은 노래.
해찬 : 김건모 -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노래방에 자주 가진 않지만 분위기는 망치지 않는 정도의 눈칫밥이 있는 나의 18번 노래는 박진영 노래였다. 요즘 친구들끼리 갈 때마다 듣는 ''될 대로 되라고 해''처럼 랩을 잘하지도 않고, ''인연''을 원키로 불러 제낄만큼 폭발적인 가창력은 심지에 불붙을 틈도 없이 사라졌다. 그 대신에 분위기를 나름 살릴 수 있는 흥나는 노래들을 한 번씩 꼭 부른다. 하지만 요즘 들어 박진영보다 끌리는 사람이 생겼다. ''오늘 밤이 이 세상에서/마지막이 될 것처럼 혼신의 힘을 다해서'' 얼마 전에 노래방에서 불렀는데 100점이 나왔다. ''좋았어, 너로 정했다!'' 새로운 노래방 레퍼토리가 생겼다.
별 : maroon5 - sweetest goodbye
나의 별로 여유롭지 못한 주말에게 주는 선물. 그의 목소리를 들으면 나도 더불어 여유로워진 느낌이다. 한 것도 없는데 주말이 벌써 끝나간다니. 노래처럼 달콤하진 않지만 주말에게 안녕을 고할 시간. 아 참 애덤 리바인이 유부남이 된 걸 얼마 전에야 알았다. 애덤 리바인도 안녕…
새봄 : corinne baily rae - put your records on
주말엔 주중 학교 다니느라 정신없이 쌓아놓은 빨래나 설거지거리와 같은 것들을 정리하면서 바빴던 일주일을 마무리하게 된다. 이 때 내가 좋아하는 이 경쾌한 노래와 함께 집안을 정리하다 보면 햇볕에 바짝 말려진 빨래를 보는 듯 기분도 개운해지고, 정리도 더 잘 되더라.
종원 : Chet Faker - 1998
굳이 주말이 아니더라도 집에 오면 몇 시간 동안은 아무도 없어서 거의 매일 음악을 틀어놓는다. 집에 와서 샤워 준비하면서 틀어놓으면 그날 하루의 피로가 씻겨나가는 느낌. 너무 경박스럽지도 않고 리듬이 절묘해서 듣고 있으면 절로 몸이 움직인다.
낙엽지는 가을이 생각나는 음악
상일 : 김광석 -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연초에 계획했던 것들 중 뭐가 되도 돼야 하는 시기인데, 아직도 우물쭈물하고 있다. 근데 이 사람 노래가 내 맘을 읽는다. 괜찮다고 한다.
유진 : 델리스파이스 - 고백
멜로디가 주는 잔잔한 분위기 때문일까? 아니면 숨겨왔던 무언가를 고백하며 새 계절을 맞고 싶은 요동치는 마음 때문일까? 어쩌면 영화 <클래식>이 나에게 가을이라는 계절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한여름의 소나기가 쏟아지는 여름이 주된 배경이지만 나에게 <클래식>은 오히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뜨거웠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식어가는 느낌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이 노래를 듣고 있자면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는 배경에 자전거를 타며 강변을 따라 활주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달릴 때 좋은 노래인가. 그래, 가을은 어디론가 힘차게 달리기에 좋은 계절이다.
자인 : 몽구스 - 나빗가루 립스틱
솔직히 말해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진 모르겠는데 어쨌든 아련하다. 가을이 되면 차분해지고 축 처지고 우울해지는데(나만 그런가?), 그런 감성을 느릿느릿 뽑아낸 실 같은 노래. 약간 신비로운듯하기도 하고, 뭔가 그리운듯하기도 하다. 가을이 고독의 계절이라면 그 고독이 이런 느낌은 아닐까 싶은데,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왠지 센티해지고 외로워지는 그런 모호한 느낌을 은유하자면 이 노래가 적당하지 않을까.
해찬 : 김광석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김광석 노래의 하모니카, 기타, 그리고 목소리 자체가 이미 가을이다. 떨어지는 낙엽을 막을 수 없듯 아련하고 유난히도 높은 하늘 때문에 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떠오르는 계절에 어울린다(어느 계절에 들어도 좋지만). 때마다 공감되는 노래가 다르지만 요즘에는 ''그대 보내고 멀리/가을새와 작별하듯''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가 내 마음을 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종일같이 있고 싶은 사랑이 둘 사이의 연애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마음보다도 그걸 포장하는 기술이 더 중요한 것 같은 생각이 계속 든다. 해답은 ''적당히''에 있겠지만 그 가장 애매모호한 말의 의미를 나는 아직 모르겠다.
새봄 : 브라운아이즈 - with coffee
매년 가을만 되면 나는 자연스레 브라운아이즈의 노래를 듣게 된다. 파랗던 이파리들이 점점 갈색빛으로 물들여 가는 걸 오고 가면서 의식하지 않아도 함께 했기 때문일까. 예쁘게 물든 단풍 아래 커피 한 잔과 이들의 노래는 가을을 오감 가득 받아들일 수 있는 꽤 괜찮은 방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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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 John mayer - XO
가을이 되면 많은 변화가 일어나지만 나는 먼저 해가 짧아졌음을 느낀다. 밤에 집에 혼자 가는 걸 무서워하는 나에게는 골목의 밝기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해가 지기 전에 집에 가보자며 혼자 약속을 해보지만 어느새 나의 손엔 맥주 잔이…“곧 불빛이 사라진다구요. 그대여 어서요. 햇빛이 낭비되고 있어요.“
종원 : Ryan Lewis - The End by Macklemore
가을이라고 꼭 쓸쓸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가을의 정서를 상기시켜주는 노래. 가을은 가장 마지막으로 따뜻한 계절이고 또 한 해를 나름대로 정리해가는 시기가 아닐까. 조용히 이야기하듯이 이어지는 노랫말이 일품인 노래. 요즘에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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