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주전경쟁, 너만 아니었으면… ②

지난 화에 이어서 계속되는, <주전경쟁. 너만 아니었으면> 특-집

 

두산 베어스 - 김재환 & 오재일

2010년, 두산 베어스는 리그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을 씀에도 불구하고 20홈런 토종 타자를 5명이나 배출해내는 괴력을 발휘했었다. 지금은 은퇴한 ‘두목곰’ 김동주, ‘타격기계’, '사못쓰'와 같은 별명으로 팀의 3번 타자이자 대한민국 간판타자인 김현수, FA가 되어 오래전 친정팀인 롯데 자이언츠로 돌아간 최준석, 군 제대 이후 혜성같이 등장해 안방을 차지한 양의지, 그리고 극악의 선구안에도 ‘걸리면 넘어간다.’ 식으로 타격에 임한 이성열이 그 주인공들이었다.

그중 이성열은 그 해를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다시는 20홈런 이상을 친 시즌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데, 특히 2012년에는 부진으로 인해 넥센 히어로즈의 오재일과 맞트레이드된다. 당시에는 아무리 이성열이 부진하다고 해도 검증되지 않은 1루수 유망주와 맞바꾼 두산이 진 트레이드라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안타깝게도 그 여론은 여전히 맞아 들어가고 있는데, 이성열은 20홈런은 아니더라도 2013년 18개, 2014년 14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넥센 히어로즈의 외야진을 두텁게 하고 있다.올 시즌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FA에 도전했다가 아무도 찾는 팀이 없어 씁쓸한 맛을 보긴 했지만, 어쨌든 그의 최대 가치인 장타력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그리고 2014년 4월 9일자로 한화로 전격 트레이드 되었다)

반면 오재일은 2013년 2할 9푼 9리를 기록하면서 나름대로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기량 부족과 기복으로 인해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에도 132타석에만 서서 타율 2할 4푼 2리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런 오재일에게도 올 시즌은 나름대로 더 많은 기회를 부여받을 만한 상황이었다. 용병 타자였던 1루수 호르헤 칸투(Jorge Cantu) 대신 3루수 자원인 잭 루츠(Zach Lutz)가 영입되었고,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었던 오재원은 2루수 자리에 정착하면서 1루수 자리가 자연스레 공석이 된 것이다. 하지만 두산의 김태형 감독의 선택은 오재일이 아닌 포수 포지션에서 뛰고 있던 김재환이었다.

현재까지는 김재환이라는 선택지가 성공적이다 ⓒ스포츠서울

김재환은 올 시즌 전에 자신의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과감히 1루수로 포지션을 전향한다. 2011년 금지약물 양성 반응으로 물의를 일으킨 그였지만, 타격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고, 수비 부담이 큰 포지션인 포수가 아닌 1루수가 되는 건 그에게 최적화된 선택이었다. 그 결과, 김재환은 일본 미야자키 캠프 연습 경기에서 4할 7리, 시범 경기에서 3할 8리를 기록하고, 개막전에서도 NC 다이노스의 좌완 투수 임정호에게 홈런을 뽑아내며 빼어난 타력을 입증해내고 있다. 이렇듯 김재환이 하위타순에서도 특유의 펀치력을 보여주며 활약하는 상황상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많았던 오재일로서는 또다시 입맛만 다시게 됐다.

 

롯데 자이언츠 - 강민호 & 장성우

이 매칭은 사실 충분히 알려질 대로 알려졌고, 올 시즌이 아니더라도 매번 위의 선수들과 같은 관계 구도로 언론에 꽤나 언급됐던 관계다. 롯데 자이언츠의 주전 포수는 그 누가 뭐라 해도 강민호다. 그는 2006년 양상문 감독 체제에서 기회를 부여받으며 어린 나이부터 1군에서 경험을 쌓았고, 매년 활약하며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2006, 2009년을 제외하면 모든 시즌에 걸쳐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했으며, 강력한 도루 저지 능력과 안정감 있는 경기 운용으로 롯데 투수진을 이끌어왔다.

2014 시즌을 맞이하기 전에는 4년 75억이라는 초대형 FA 계약을 맺는데, 안타깝게도 데뷔 이후 가장 낮은 2할 2푼 9리의 타율과 92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팬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긴다. 하지만 앞서 넥센 히어로즈 파트에서 언급한 한국 야구 전체가 겪고 있는 포수 기근 현상, 31살이라는 강민호의 비교적 젊은 나이, 그가 가진 펀치력을 고려하면 그는 여전히 리그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포수다.

반면, 장성우는 동 포지션에 강민호라는 너무 강력한 경쟁 상대가 있어 비교적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있다. 그가 주목받은 건 강민호가 2008 WBC 참가 이후 다소 부진했던 2009년이었는데, 그는 당시 빠른 상황 판단, 건실한 어깨, 강민호 못지 않은 경기 운영으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었다.

그에게 걸림돌이라고는 매번 강민호라는 출중한 타력, 수비력에 한 시즌을 온전히 소화할 수 있는 체력까지 갖춘 선수가 같은 팀에 있다는 것뿐이었다.그래서 그는 현재까지 2011년에 소화한 64경기가 한 시즌 최다 출장 기록이다. 이러한 이유로 심지어 강민호와 장성우가 불화에 휩싸여 있다는 루머까지 있었다. 이는 둘의 인터뷰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났다.

최근 일주일에 4홈런을 몰아치는 맹타를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시간이 지나고, 강민호가 FA 초대박을 터뜨리며 건재한 사이에 장성우는 지금은 두산으로 옮긴 당시 팀 내 최고의 토종 좌완 장원준과 함께 경찰청에서 2012, 2013년을 보낸다. 2014년에는 출장이 가능한 시즌이었지만, SNS를 통해 일어났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경기를 거의 나오지 못했다. 뭐가 됐든 간에 장성우는 계속해서 강민호에게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자칫 삼성 라이온즈 시절 진갑용에게 밀려 말년이 되어서야 타 팀으로 이적해 짧은 활약을 펼친 현재윤처럼 될 위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기아 타이거즈 - 윤석민 & 김태영

볼티모어 오리올스(Baltimore Orioles), 아니 그 팀의 산하 AAA 팀인 노포크 타이즈(Norfolk Tides)로 떠났던 기아 타이거즈의 에이스였던 윤석민이 단 한 시즌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윤석민은 지난해 AAA 리그에서도 4승 8패 5.74의 방어율은 기록하며 인상적인 활약을 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벅 쇼월터(Buck Showalter) 감독의 시즌 구상에서는 빠지게 됐고, 아예 윤석민을 올 시즌 전 스프링 캠프에 초청하지 않을 것이라 못 박는 보도가 나오기까지 했다. 윤석민은 계약 당시 넣었던 2년 차 시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독이 된다. 거부권을 쓰면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그저 윤석민을 방출하면 됐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윤석민은 메이저리그의 꿈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리턴하게 된다.

4년 90억이라는 조건으로 FA 최고 대우를 또다시 갱신한 윤석민은 현재 불펜이 불안한 팀의 마무리 역할을 하고 있다. 선발 투수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선수지만, 필립 험버(Philip Humber), 조쉬 스틴슨(Josh Stinson)으로 이어지는 외인 원투 펀치와 토종 좌완 에이스 양현종, 그 외에도 ‘BK’ 김병현, 좌완 임기준과 임준섭, 우완 임준혁이 대기하고 있어 김기태 감독은 그를 불펜의 버팀목으로 쓸 요량인 듯하다.

윤석민이 지키는 뒷문의 든든함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기아 타이거즈 ⓒ스포츠서울

실제로 윤석민이 들어온 기아 타이거즈의 불펜진은 이전보다 두터워진 맛이 있다. 마무리로 갈 예정이었던 구속과 구위가 출중한 좌완 심동섭이 윤석민의 뒤를 받치고, 사이드암 박준표, 올해도 노익장을 불태우는 우완 최영필 등이 필승 혹은 박빙에서의 셋업맨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안타까운 피해자(?)가 생겼다. 지난해 기아 타이거즈의 불펜에서 가장 고군분투를 했던 커브를 잘 던져 ‘김지토’라는 별명이 붙은 김태영이 바로 그다. 김태영은 2014년 전 시행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두산 베어스에서 기아 타이거즈로 팀을 옮기고, 이름도 김상현에서 지금의 김태영으로 바꾸기까지 한다. 지난 시즌, 시즌이 흐르면 흐를수록 잦은 출장, 많은 투구 수로 인해 과부하가 걸려 시즌 중후반에는 좋은 역할을 못 했었지만, 그는 확실히 당시 기아 타이거즈에서 가장 믿을만한 우완 필승 셋업맨이었다(5.68 5승 4패 11홀드 1세이브).

그러나 개막 엔트리에는 컨디션 저하로 인해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윤석민의 후광에 밀린 셈이다. 현재 기아의 불펜 상황이 김태영을 뺄 만큼 풍족한 상황도 아니고. 물론, 그 이후 곧바로 불펜진 강화를 위해 외야수 박준태 대신 1군에 콜업되긴 했지만, 어쨌거나 윤석민이 몰고 온 나비효과로 인해 시작부터 삐긋해버린 가장 큰 피해자.

 

한화 이글스 - 권혁 & 김기현

한화 이글스는 올 시즌을 맞아 야신 김성근 감독을 영입했다. 고양 원더스의 해체와 팬들의 적극적인 촉구가 맞물려 있을 수 있는 일이었으며,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한화 이글스의 선수단을 통해 특유의 지옥훈련에 돌입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체급이 되는 선수들을 영입하기까지 이르렀고, 검증된 재활용 용병 투수 미치 탈보트(Mitch Talbot)와 쉐인 유먼(Shane Youman)은 물론, 베테랑 권용관과 임경완, 그리고 FA로 배영수, 권혁, 송은범을 영입한다.

특히, FA로 준척급 투수를 3명이나 잡은 점이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승리라는 건물을 쌓아 올리기 위한 튼튼한 벽돌이 될만한 투수들이 팀 내에 부족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과인 듯하다. 현재 배영수와 송은범은 선발 자원으로, 권혁은 좌완 필승 셋업맨 자원으로 분류되어 있다.

권혁은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34 2/3 이닝을 던지며 3승 2패 1홀드와 방어율 2.86이라는 호성적을 기록한다. 하지만 홀드가 단 1개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 팀은 그를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하는 필승조로 활용하지 않았다. 과거 두 자릿수 홀드와 2점대 방어율은 거뜬히 해내던 권혁으로 대우해주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몇몇 삼성 라이온즈의 팬들은 한화 이글스로 권혁을 떠나 보낸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었다. 권혁은 한화 이글스에 온 이후에 캠프에서 김성근 감독에게 몸을 잘 만들었고, 전성기 시절 김광현의 공을 보는 듯하다는 굉장한 칭찬을 받게 된다. 지난해 그가 보여줬던 실력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한 셈이었다.

이렇듯 강력한 구위를 선보이고 있는 권혁으로 인해 밀려난 좌완 자원이 있다. 투수 김기현이다. 김기현은 지난해 많은 경기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23 1/3이닝을 던지며 1패 1홀드, 5.79의 방어율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얼핏 기록상으로는 평범해 보이지만, 그는 안정된 제구력을 바탕으로 140km 안팎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나 너클 커브를 섞어 던진다. 무엇보다도 신일고 시절 드래프트 미지명, 원광대 시절 역시 미지명, NC 다이노스 트라이아웃 합격 이후 2013년 방출까지 거친 그이기에 위의 성적은 전혀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권혁의 모습이 아직까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MK스포츠

실제로 그는 이번 시즌을 준비하며 야신 김성근 감독의 도움으로 10kg을 감량하고, 팀 내 자체 청백전에서도 5이닝 1실점을 기록하기까지 한다. 그야말로 야신의 다음 작품이 될 준비가 되어 있는 좋은 마인드, 좋은 기량의 인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김기현은 앞서 말한 권혁의 영입으로 개막전 엔트리에 들었다가도 금방 제외된다. 커리어나 현재 기량 상 ‘넘사벽’의 존재라 인정해야겠지만, 분명 이번 시즌을 자신의 야구 인생 최대 기회로 노렸던 김기현으로서는 상황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다.

 

KT 위즈 - 이대형 & 김사연

올 시즌 1군 진입을 하게 된 열 번째 구단 KT 위즈. KT 위즈는 올 시즌을 맞기 전, NC 다이노스가 그랬던 것처럼 각 기존 구단의 보호선수 20인 제외 명단에서 특별 지명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대도 않던 대어가 툭 떨어졌으니, 2014년 기아 타이거즈로 이적해 3할 2푼 3리 22도루를 기록한 ‘슈퍼소닉’ 이대형이었다. KT 위즈는 이대형을 영입한 이후에 미디어 데이와 같은 기자 회견에 그를 내세우며 간판타자로 대우했고, 실제로도 이대형은 테이블 세터진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그런데 왜 커리어 하이인 타율 3할 2푼 3리를 기록한 이대형이 왜 기아 타이거즈의 20인 보호 명단에서 빠져 KT 위즈로 오게 된 걸까? 많은 팬은 그 원인을 기아 타이거즈에 새롭게 부임한 김기태 감독에서 찾고 있다. 김기태 감독은 2012, 2013년에 걸쳐 LG 트윈스에서 1군 감독 생활을 시작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두 시즌은 이대형이 앞선 2007년부터 2011년보다 낮은 기록을 냈던 시즌이다.

2011년 사구에 다리를 맞은 이후로 부진이 이어져 오던 감도 없잖아 있지만, 확실히 김기태 감독은 당시 이대형보다는 백넘버 7번의 이병규나 우타 외야수 정의윤을 적극 기용했었다. 이대형은 그에 비해 주전보다는 백업, 그리고 대주자로서 경기에 많이 출장했었다. 바로 이 점에서 팬들은 김기태 감독이 애초부터 이대형과 사이가 안 좋았던 게 아니냐, 불화가 있을 것 같으니 미리 팀 내에서 내쫓은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았다. 본인은 결단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야구 팬이라면 다 아는 기아 타이거즈의 빈약한 투수진에서 보호해야 할 투수가 많았다는 변명은 어불성설이었다. 그 누가 골든글러브 감의 성적을 낸 팀의 주전 중견수를 다른 팀에게 뺏기려고 할까.

여전히 도루는 잘 하고 있지만… ⓒ스포츠조선

어쨌든 KT 위즈로 온 이대형은 당연히 주전 중견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대형이 KT 위즈에 오기 전, 팀의 중견수 자리는 단연 이 선수의 것이라고 한 입 모아 말하고 있었다. 2014년 입단해 퓨처스리그에서 무려 타율 0.371 장타율 0.671 23홈런 72타점 94득점 37도루를 기록한 김사연이다.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김사연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2군 폭격기’에 해당하는 선수며, 퓨처스리그를 통째로 씹어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예비 '괴물'이다. 신생팀이 아니더라도 기존 팀에서도 충분히 기회를 부여받을만한 성적이었다. 또한, 그는 한화 이글스, 넥센 히어로즈를 거쳤지만, 빛을 못 보고 입대를 했지만, 고난을 겪은 지금에서야말로 제대로 터진 전형적인 대기만성형 케이스다.

하지만 개막전에서 김사연의 자리는 외야의 중심이 아닌 우측이었다. 아무리 퓨처스리그를 들쑤시고 다녔다고 해도 이대형을 이길 수는 없었다. 물론, 이대형으로 인해 1군 엔트리에서 탈락한 것도 아니고, 또 우익수 자리에서 그와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기까지 하다. 다만, 기존 팀에 새롭게 부임한 감독이 신생팀의 주전 중견수를 노리던 선수의 포지션 변경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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