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오빠들의 라디오 천국 – ① 해가 떠 있을 때
여기, 화사한 벚꽃 흩날리는 아름다운 4월에, 다리를 다쳐 벚꽃은 커녕 봄 햇살 조차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취방에 갇혀있는 한 여대생이 있다. 맛있는 밥 챙겨줄 엄마도, 수발 들어줄 남자친구도 없는 안쓰러운 여대생에게 봄, 사랑, 벚꽃은 사치일 뿐…이라는 생각은 다메요!
이 세상은 이런 나를 위해 외로움을 타개할 수 있는 많은 매체들을 만들었다. 하루종일 집에 있으면서 TV를 볼 수도 있고, 라디오를 들을 수도 있고,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그 중에서도 라디오는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고,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인, 그야말로 음악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길 좋아하는 백수에게는 최고의 매체이다.
창문만 열어도 로맨틱한 이 날씨에 밖으로 나갈 수 없다면, 혹은 밖으로 나가고 싶지는 않다면 적막한 1인가구를 24시간 내내 달달한 감성으로 채워줄 남자 라디오DJ들을 추천해본다. 그리고 그들의 말투가 묻어나오는 오프닝 멘트는 덤이다.
* 오프닝은 4월 6일 월요일 기준, 주파수는 수도권 기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낮 시간대의 라디오 천국
여러분. 우리의 미래는 '지금까지 우리가 얼마나 배웠느냐'보다는요,
'앞으로 얼마나 배우려는 의지를 가지고 학습에 투자하느냐'에 따라서
우리의 전체 인생도 다 달려있죠.
네, 맞습니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인생 자체가 하루하루 새로운 것을 깨닫고 배우는 과정이여서
특별히 공부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우지 않아도
어차피 평생학습을 하는 거라고도 볼 수 있겠죠.
맞습니다. 공부는 도서관에서만 하는 게 아니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주변에 모든 것에 마음을 열고 관심을 가지면,
매일 매일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 잊지 마시구요.
이번 한 주도 the crazy and passionate JJ Brothers와 함께
힘차게 채워보도록 하자구요.
'오빠'들의 목소리를 아침에 듣고 있으면 뭐랄까, 현실은 마포구 원룸이라도 어쩐지 뉴욕의 팬트하우스에서 눈을 뜨는 듯한 그런 기분…? 원래는 ?서울/경인 지역만 수신되는 KBS Cool FM 프로그램이지만 본 프로그램 만큼은 유일하게 전국에서 청취할 수 있다. 전 국민이 청취하는 굿모닝 팝스의 위엄. 잘 알다시피, 팝송과 영화, 뉴스를 통해 영어를 공부하는 프로그램. 월별로 교재도 있어 매달 서점에 출간된다. JJ Brothers의 특유의 힘찬 목소리를 들으면서 하루를 시작하자.
황량하던 길가에 푸른 빛이 도니까 훨씬 보기가 좋죠?
낡은 담벼락 아래 핀 꽃들 덕분에 한 번이라도 눈길이 머물고 말이죠.
뭐랄까, 이 아침이 눈뜨고 봐주기 힘든 우리 작가들.
눈썹이라도 그리고 입술이라도 바르면
그나마 좀 사람같아 보이는는 요런 느낌이랄까요?
너무 삭막하지도 너무 요란하지도 않은,
그래서 괜히 더 설레고 더 기대가 되는 딱 요즘의 풍경.
덕분에 괴롭기 그지 없는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그나마 활력이 돋는 것 같구요.
막히는 차 안에서
그나마 눈 둘 곳이 있어 다행입니다
. 흑백이었던 우리네 일상이
총천연색으로 변하는 그 날까지 말이죠.
오늘도 신발끈 제대로 묶고 한 번 달려볼까요?
작년 가을,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특집에서 박명수가 맡아 진행했던 아침 프로그램으로 기억되는 '굿모닝FM'. 평소에도 박명수 못지않은 전현무의 파이팅 넘치는 진행을 들을 수 있다. 그 덕분인지 동시간대 청취율 1위를 달성한 이 프로그램은 출근길에 듣기 딱 좋은 방송이다. 깐족거리면서도 똑똑하고, 대충 사는 아저씨 같으면서도 의외로 꼼꼼한 전현무의 반전매력을 듣다보면 사람이 살다가 한두번쯤 지각 할 수도 있는게 아닌가라는 여유로운 마음마저 생긴다.
<사월 비빔밥>, 박남수
햇살 한 줌 주세요
새순도 몇 잎 넣어주세요
바람 잔잔한 오후 한 큰술에
산목련 향은 두 방울만
새들의 합창을 실은 아기병아리 걸음은 열 걸음이 좋겠어요
수줍은 아랫마을 순이 생각을 듬뿍 넣을래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마음을 고명으로 얹어주세요
시 콘서트는 원래 배우 강성연이 하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다 그녀의 출산휴가로 밴드 브로콜리너마저의 윤덕원이 임시 DJ자리를 맡다가 위의 오프닝 시를 낭독한 4월 6일부터 정식 DJ가 되면서 많은 여성들의 환영을 받았다. 매일 낭송하는 시 하나와 함께 시작되는, 동굴형 스테레오를 자체 내장한 듯한 그의 목소리를 침대에 누워 듣고 있자면 매마른 감성도 봄비처럼 팔딱거릴 것이다. 아쉽게도 일요일은 방송을 하지 않으니 참고하자.
'이건 멘사의 가입문제'
그런건요, 정석대로 풀면 안되더라구요.
때론 쌩뚱맞게 풀어내야 답이 나옵니다.
어쩌면 머리가 좋다라는 뜻은요,
다양한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능력을 말할 수도 있겠네요.
정직한 길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다양한 방식으로 웃음을 만들어 냅니다.
덕원의 시 콘서트로 아침의 감성을 한껏 채웠다면 이제 다른 자리는 웃음으로 채워보는 건 어떨까. <박명수의 두시의 데이트>에서 우리의 가슴을 울린 수많은 어록을 남겼던 박명수가 다시 라디오로 돌아왔다. 한 시간의 짧은 편성이지만 어쩌면 짧고 굵은 그의 개그와 잘 맞는 것 같다. 디제이 쥐팍(G-Park)이라는 이름도 얻으며 쌓은 음악적 깊이를 과시하고 싶지만 매번 구박만 받던 그의 취향을 마음껏 만날 수 있는 허락된 공간. 무도 맴버들의 구박 없이 쏟아지는 멘트를 듣다보면 서레마을 브란젤리나라는 그의 별명도 어느새 납득하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시간은 없는데, 바빠 죽겠는데 안 막히던 도로가 꽉꽉 막혀있을 때 있습니다.
'아, 좀 조심들 하시지. 당신들 때문에 지금 삼천미터가 막혀있어.'
그러다 보면 또 어떤 차들이 밉냐,
사고 나는 것 구경하느라고 느릿느릿하게 가는 차들.
'아, 뭘 또 구경하고 앉았어. 좀 그냥 가지.'
그러다 보면 또 어떤 차들이 밉냐, 그냥 나와있는 차들이 다 밉습니다.
이렇게 원망하고 짜증내고 미워하다보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사람 마음이죠?
그렇다고 뭘 또 그렇게 나아지는 것도 없어요.
도로 정체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구요.
여러분 무엇 때문에 답답하시든 간에, 뭐가 속을 긁어대든 간에
그것만 보고 있으면 더 힘들어지거든요.
애써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굿모닝FM의 전 엠씨는 김성주였고, 말 많은 그 남자 전현무는 이전까지 '가요광장'을 진행했었다. 아침에서 오후로 넘어왔어도 김성주의 다정한 목소리는 여전하다. 청취자와 스스럼없이 대화를 하거나 사연을 소개해주는가 하면, 노래가 나오는 동안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엄마의 수다를 듣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여기에 주말의 가요광장은 아이돌 계의 아줌마라고 불리는 2AM의 창민이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 그렇게 끊임없는 수다와 함께 하다보니, 점심시간도 순식간.
꽃 축제가 싫은 것도 있죠, 꽃가루 알르레기입니다.
봄에는 또 알르레기가 유독 또 심하신 분들도 계신데,
온난화 때문에 꽃가루 발생량이 더 많아졌답니다.
그래서 알레르기 환자들도 있고, 미세먼지, 황사에 꽃가루까지.
이야, 알르레기 환자들 조심하십시오. 저도 그 환자들 중에 하나입니다.
에취. 어쨌든 벚꽃은 지금 피어납니다. 돌아다니세요.
비오면 다 떨어지잖아요, 벚꽃이.
어제 많이 떨어졌었는데, 돌아다니세요.
그리고 오늘이 찬 음식을 먹는 한식이랩니다.
잘 모르고 넘어가는 분들도 많지만. (제가 찬우니까요)
설날, 단오, 추석과 함께 4대 명절에 속하죠?
이름이 한식인 분들 축하드리구요. (두식아!)
성묘도 많이 가야되는데, 저도 한 번 다녀왔어야되는데 못 가서..
시간 나는 대로 아버지 어머니께 꼭 한 번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는 대한민국 대표 라디오 프로그램. 몇 년 째 청취율 1위를 찍고 있고, 그 날의 게스트나 핫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다. 최고의 인기를 이끄는 가장 큰 동력은 뭐니해도 두 DJ의 미친 애드립에 있다. 오프닝도 사실 작가가 써주는 대본이 있으나마나 한 정도라고 하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또 하나의 특징은 ‘매일 공개방송’을 컨셉으로 제작되어서 매일 방청객이 있고 실시간으로 반응이 들린다는 점. 이렇게 준비된 청중에?내공 탄탄한 청취자들의 사연까지 더해지니, 앞으로도 컬투쇼의 위엄을 넘볼 프로는 찾기 힘들것 같다.
어떤 아저씨 한 분이 혼자 막 걸어가시다가요,?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를 꺼내셨어요.?
그리고 두 팔을 높이 들어서?
머리 위에 펼쳐진 꽃나무에다가 초점을 맞추고 사진 한 방, 찰칵.?
셀카도 아니고, 인물도 안 들어가고
그냥 꽃만. 이쁘니까, 찰칵.?
예, 그러게요.?
아이도, 어른도 잠깐 잠깐씩 걸음을 멈추게 하죠.?
꽃들한테 취해서.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부터 토토가까지, 요즘 몇 년 간 음악에서 복고라는 큰 흐름을 무시하기 힘들다. 유행을 넘어 진짜 90년대를 라디오를 통해 느껴보자.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다음으로 인기가 많았던 <김현철의 디스크쇼>의 주인공이 당신의 오후 4시를 책임지고 있으니, 여행 가이드로 이보다 더 든든할 수 없겠다. 1980~90년대에 멈춰있는 듯한 시간감각으로 그때의 감성에 푹 젖어들 수 있는 유일한 기회. 단,?옆집 아저씨 같은 썰렁한 농담을 듣다가 홧김에 꺼버릴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조금만 참으면 정이 들 정도니까 참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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