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탐사대] 노량진 심야식당 (feat. 야매요리)
배가 고픈 게 아니야, 마음이 고픈 거야
여기는 청춘들의 고민이 한데 모여 저마다의 모습대로 뭉쳐있다는 노량진. 그리고 이곳은 그런 노량지너들을 위한 심야식당. 메뉴판이 있느냐고? 그런 건 필요 없다. 그냥 자신의 사연과 뭐가 됐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욕만 있다면 무엇이든지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오늘만큼은 자취생이기 때문에 끼니를 때운다는 생각은 뒤로하고, 노량진에서 만들 수 있는 특별한 음식과 함께 속에 담아두고 있는 얘기를 꺼내어보자. 잠시 잊었나 본데, 노량진은 학원의 메카이기 이전에 ‘먹거리의 메카’인 동시에 걸어서 5분 거리에 ‘노량진 수산시장’이 자리하고 있단 말씀. 값싸고 양 많기로 소문난, 음식의 메카인 이곳에서 당신의 지친 영혼들을 달래줄 특별한 한 그릇을 만들어 보자.
사연 1. 자취경력 4년 차, 엄마 밥이 그리운 A양
Q) “자취한 지 어언 4년이 다 되어가네요. 엄마 음식은 명절 때나 특별할 때 말고는 딱히 먹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번거롭기도 하고, 품도 많이 들어서 편의점 삼각김밥이나 라면, 아니면 길거리 음식 같은 것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일상다반사죠.
근데 매일 이렇다 보니 한 번 뜨끈하고 건강한, 엄마표 밥상 같은 식사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엄마 손길이 느껴지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대신 전 자취생이니까 조리과정도 간단하고 먹고 난 후 치울 것도 많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이런 요리, 어디 없을까요?”
A) 그 부탁 들어드리리다. 엄마 손맛뿐만 아니라 요리하면서 엄마의 잔소리와 바가지까지 떠오를 수 있도록 해드리리다. 메뉴는 달곰하고 짭쪼름한 조개덮밥! 이 한 그릇에 몸도 마음도 훈훈해질 수 있을 것이니 잔말 말고 내 레시피를 따라해 보시게.
일본여행 다녀온 엄마의 손맛 - 조개새우덮밥
(1인분 / 조리시간: 15분)
재료: 밥 + 계란 2알(600원) + 조개살or새우(5000원) + 야채(양파, 대파 + 냉장고에 있는 모든 재료) = 5600원
워밍업. 소스준비! 간장 2 아빠숟갈 + 설탕 1 꼬마숟갈 + 식초 2 꼬마숟갈 + 양파 + 파 (설탕, 식초가 없다면 그냥 간장만!)
STEP1. 기름을 두르고 부재료의 양대산맥, 양파랑 파를 넣고 엄마가 박박 바가지 긁듯이 볶아줍시다. 볶기 전 미리 간장 소스에 재어 놓았다 볶아준다면, 이게 바로 며느리한테도 안 가르쳐준다는 엄마표 꿀팁!
STEP2. 양파가 맥 없이 흐물흐물해지면 준비한 계란 한 알과 냉장고에서 시들거리는 재료들을 넣어주어요. 마찬가지로 엄마 잔소리마냥 들들 볶아줍니다.
STEP3. 준비한 밥을 냄비에 담고 (자취생에게 접시는 곧 설거지를 의미할 뿐!!) STEP2의 볶은 채소를 덮고 편의점표 반숙계란 톡 깨트려 넣어주면
빠밤! 오사카 여행 갔다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한 엄마가 만들어준 한국과 일본의 하모니가 담긴 한 그릇 입니다. 맛있느냐구요? 먹고 나면 빨리 엄마를 한 번 더 여행 보내드리고 싶어질 걸??(엄마.. 대만 음식이 그렇게 맛있다던데…)
사연2. 노량진 연애경력 2년차, 남친과의 500일을 앞둔 B양
Q) “남자친구와 전 노량진 고시촌 커플이에요. 같이 공부하면서 서로에게 의지도 많이 하는 그런 사이죠. 그런데 아무래도 둘 다 노량진 안에 있다 보니까 언제나 데이트 코스는 학원, 노량진 어딘가 정도? 그러다 보니까 먹는 음식도 뻔하죠. 알아요. 고시생이니까 멀리 나갈 수도 없다는 거.
그런데 이제 곧 저희가 500일을 맞게 되는데, 이날만큼은 조금 특별하게 보내고 싶어요. 물론 노량진 밖으로 나가면 되지만 지금 남자친구가 하반기 공채 준비 중이라 말 꺼내기도 미안하고…. 마스터, 어떡하죠? 제가 저희에게 주어진 환경 내에서 남자친구를 위해 특별한 뭔가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A) 하하…인생은 솔로 플레이입니다. 여러분. 솔로 천국을 믿는 솔로 족이기에 이런 고민 따위 접수하지 않지만 그래도 난 오늘 심야식당의 마..마스터니까….
노량진에선 특별한 날을 보낼 수 없다는 생각? 노우노우! 간단한 꿀 팁으로 자취방 홈 파티를 벌여봅시다. 이 레시피 하나면 자취방 전체가 유럽의 향기로 충만해질지니, 믿고 따라와봐요. 이 날만큼은 맨 얼굴이 아닌, 오랜만의 풀메이크업처럼 식탁을 블링블링, 기분 좋게 만들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재료는 조금 고급지게 갈게요. (찡긋)
오늘, 그라탕 먹고 갈래? - 김치치즈그라탕
(2인분 / 조리시간: 20분)
재료: 노량진표 김치컵밥(3000원) + 우유500ml(1500원) + 맛살(1100) + 크림스프 분말(1500원) + 새우살(5000원) + 체다치즈(3500원) + (야채 있으면 투하) = 15600원
STEP1. 우유는 종이컵 2잔, 크림스프 분말 3.5 아빠숟갈 정도 넣고 약한 불에서 느끼하게 저어줍시다.
STEP2. 야채가 있다면 팬에 올려서 가스찜질을 시켜드립시다. 미리 찜질해야 부들부들해짐.
STEP3. 노량진표 컵밥을 도중에 까먹지 않고 집까지 잘 공수해온 내게 치얼쓰! 혜자스러움이 느껴지는 컵밥을 열고, 소중한 계란 프라이는 따로 분리해둡시다. 자취 요리엔 언제나 계란이 포인트!
STEP4. 컵밥의 내용물 + 덥혀둔 야채 + 수산시장 이모의 손맛이 느껴지는 새우를 넣고 쉐낏쉐낏 살짝 볶아주세요.
STEP5. 볶은 밥을 접시에 담고, STEP1의 크림소스를 밥 위에 투하! 이 정도가 느끼하다고? 그래서 우리가 솔로인 거야…
STEP6. 위에 체다치즈를 넉넉히 덮어서 마무으리! 뭐요? 피자치즈요? 자취생들한테 피자치즈라니? 체다치즈 짱임!
STEP7. 그렇게 오븐….말고 전자레인지 찜질을 약 10분간 시켜주면!!
짠! 오늘은 망설이지 말고 말해봐요. ‘오빠, 오늘 우리 집에서 라면 말고, 김치치즈그라탕 먹고 갈래?’ 그 이후는… 함께(부끄)…김치치즈그라탕을 먹어요! (이래서 내가 솔로인가!)
사연 3. 노량진 학원경력 1년차, 슬럼프에 빠진 C군
Q) “전 이제 1년 정도 된, 노량진 새내기입니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목표를 갖고 이곳에서 공부하기 위해 왔죠. 그런데 정말 너무 힘드네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아요.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지치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아직 초반이라서 이러는 걸까요? 지금 이 슬럼프가 계속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에 매일 고민하고 스트레스 받는 일상의 연속입니다. 마스터 어쩌죠…? 이런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는 맛있는 음식 한 그릇, 어디 없을까요, 마스터?”
A) 없긴 뭘 없어. 우울할 땐 울면, 복잡할 땐 볶음밥! 그럼 짜증 날 땐? 짜장면이라는 답은 다 옛날 말. 스트레스 받을 땐 눈물 콧물 쏙 빼게 만들어 줄, 시원한 국물이 제격! 그렇다면 오늘은 짬뽕라면이다! 노량진 새내기여, 얼큰한 국물과 함께 그대의 스트레스를 막힌 코 풀 듯 시원하게 풀어버리길! 자, 흥!
짜증날 땐, 짜짜짜짜짬뽕라면!
(2인 기준 / 조리시간:20분)
재료: 라면2개(1500원) + 계란 2알(600원) + 홍합or조개살(5000원) + 맛살(1100원)+(고춧가루 OR 고추장) = 8200원
(김치는 그냥 먹으려고 삼! 맛살 없어도 됨!)
STEP1. 짬뽕라면의 정체성을 살려주는 기초 작업! 파와 양파를 볶아줍니다. 양파님이 퓨어해 질 때까지 들들 볶아댑니다. 혹시 집에 고추장과 마늘이 있다면 투척해주세요. 고추장이 없다면 고춧가루를 고춧고춧 뿌리면 OK.
STEP2. 끓는 물에 쓰다 남은 조개살+홍합 모두를 퐁당퐁당 넣어줍니다. (해산물이 아직도 이만큼 남았다는 게 믿어지나요...노량진 인심 굿굿!)?보글보글 끓인 뒤 조개물을 반쯤 따라 붓고, 다시 물을 부어줍니다. 왜 물을 버리고 다시 붓냐구요? 조개 때문에 더 짜질 수 있으니까. 그러면 먹다 더 짜증나게 될 수도 있음.
STEP3. 물이 보글보글 잘 끓으면 마법의 스프를 스픗스픗 뿌려줍니다. 무슨 스프인지는 한국인이라면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 너와! 나의! 라면! 스프!
STEP4. STEP1의 볶은 양파와 라면과의 운명적인 만남. 이게 바로 데스티니! 끓는 라면에 채소 볶은 것만 투하하면 그대의 식탁에서 백주부 부럽지 않은 짬뽕라면을 맛볼 수 있습니다.
STEP5. 마지막으로 계란 톡톡 투하하면, 보이나요 이 고급진 비주얼? 이 짬뽕라면 한 입이면 오늘 그대의 슬럼프도 쎄긋바!
조개새우덮밥, 김치치즈그라탕, 짬뽕라면까지… 지금 여러분이 보시는 세 가지 메뉴는 비좁은 자취방에서 단 1시간 만에 차려낸 한 상입니다. 약간의 품과 약간의 시간을 들인다면 이게 바로 오늘의 당신 식탁 위의 만찬!
OUTRO: 결론
그러니까 결론은,
노량진은 사랑입니다.
조개살, 새우, 홍합살 다 합쳐서 15000원!
가격도 양도 혜자스런 수산시장 이모 짱 사랑해요
종류도 가격도 혜자스런 노량진 마트 겁나 사랑합니다. ♥
hidden track: 하지만
넘쳐나는 쓰레기와 밀려있는 설거지는 안 사랑함…
맛나게 먹었으면
설거지 좀 하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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