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학교, 그 학교에 가고 싶다
연기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7명의 연예인들이 모였다. 모든 처음이 그렇듯이 배우학교도 각자 자기소개를 하면서 시작된다. 위너의 남태현이 드라마에 폐를 끼쳤다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고, 원로 배우 이원종이 연기가 더 이상 재미가 없다고 토로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배우학교의 학생들도 사회에서 상처를 받거나 더 이상 새롭게 도전할 마음이 없는,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과 닮아있었다.
그리고 이들 옆에는 연기라는 일을 정말로 하고 싶은지 날카롭게 질문하는 스승이 있다.
학교란 사회에서 갖추어야 하는 능력을 학습하는 장소라고 정의한다면, 배우학교의 가장 큰 목적은 배우제자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는 일이 될 것이다. 더군다나 '믿고보는 tvN'의?예능 프로그램에서 수강생들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 눈에 드러나도록 편집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배우학교는, 박신양은, 정석대로 행동하지 않는다. 지금 당장의 계산된 연기 대신 오래 걸리더라도 장기적으로 배우를 키울 수 있는 연기를 가르친다. 폭풍같은 성장과 함께 하는 스파르타 드라마를 기다렸던 사람들에겐 매우 아쉽겠지만, 원래?이러한 것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각자 남들에게 보여주기 싫은 마음 속 어두움까지 모두 들여다보고 인정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요령보다 용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이 최소한으로 개입한다는 점, 자막을 통해 출연진에 캐릭터를 부여하는 면에서 같은 방송사의 <삼시세끼>를 떠올리지만 배우학교는 그 이상이다. 하고자 하는 의욕으로 가득 찬 사람들과 그들을 돕는 절대적인 존재, 그리고 그들의 사회에 타인이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는 세상. 오직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해서 만들어진 공동체가 예능의 형식을 빌려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물론 극적인 요소로 학생과 선생 사이에 갈등을 보여주지만, 배우학교는 출연자들과 시청자들을 계속해서 방치하지 않는다. 상호 간에 가진 감정을 털어놓고 화해하는 과정까지 꼼꼼히 담는다. 사람들의 눈을 계속 붙잡아둘 현란한 편집과 자막이 중요한 시대에, 인내를 가지고 출연진 전체를 아우르는 눈을 가진 예능. 성숙한 예능의 등장이다.
하지만 정석을 벗어나는 것은 예상된 리스크를 가져온다. 배우학교의 야심찬 용기는 그만큼의 관심을 확보하지 못했다. 초반 3%에 육박했던 시청률은 최종화를 앞둔 현재 1% 이하로 떨어졌으며, 화제성이 된 클립 역시 첫 자기소개 이후 뚜렷한 장면이 없다. 사람들에게 배우학교는 뜬 구름 잡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곳으로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회에서 실패는 쉽게 허락되지 않기 때문이다. 동영상 클립의 단 몇 초로 연기력을 평가 받는 배우처럼, 우리는 오늘도 자기소개서 몇 장과 면접 시간 몇 분으로 밥벌이에 부딪히고 있다. 능력 이상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안에서?우리의 어느 어둡고 부끄러운 부분은 여전히 고개를 들지 못한다.
그렇기에, 배우학교는 사회로 진출하기 전에 우리가 제일 먼저 거쳐야 했던 곳이다. 지금, 우리 모두에게는 배우학교처럼 실패가 허용되고 자신 그대로 솔직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이 필요하다. 그것을 알게 해준 배우학교가 오늘 종영한다. 시청률 1%도 넘지 못한 '실패한' 예능 프로그램이 되겠지만, 내가 그 1%의 수강생이었던 ?사실이 무엇보다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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