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고, 일하고, 일하지만 희망은 없어요”

지금 터키에서 가족이랑 지내고 있니?

우리 가족은 7명이야. 결혼해서 가정 꾸린 두 형 가족까지 합치면 13명이지. 형제는 다섯. 원래 같이 살다가 5년 전부터 이즈미르에 와서 형제들은 결혼해서 독립해서 지금은 세 집에 나누어 살고 있어.

시리아를 떠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뭐야?

전쟁이 시작된 후 비행기 폭격이 많아져 사는 곳이 위험해졌어. 전쟁 지역이 고향 지역으로까지 넓어지다가 완전히 우리 집 근처까지 포함되니까 떠날 수 밖에 없었지. 형들이 먼저 터키로 도망을 갔어. 군대 갈 나이였으니까.

그 두 달 후에 가족과 함께 나도 같이 나왔어. 물가도 심하게 오르고 폭격도 날이 갈수록 심해졌거든. 엄마와 여동생?걱정에라도 나와야 했어. 남자만이라면 그 마을에서 어떻게든 견디면서 살 수는 있었겠지. 하지만, 여동생과 어머니가 아무래도 힘들 테니 터키로 나오게 되었어.

터키로 나가기로 결정했을 때 기분은 어땠는지 기억나?

그때는 기뻤지. 고향 상황이 많이 어려웠거든. 하루 4시간씩 일주일에 4일만 전기를 쓸 수 있었으니까. 아무래도?터키가 시리아보다 훨씬 편하고 안전할 거라 생각했어.

터키에 오고 나서는 괜찮았어?

터키에 들어와 살다 보니까 시리아가 얼마나 좋은 나라였는지 뒤늦게 깨달았어. 시리아에서 그냥 조금만 참고 조금만 더 견디었으면 지금 터키 생활보다 나았을 것 같아. 고향에는 말이 통하는 고향 사람들이 있으니 더 지내기 좋은?면도 있잖아.

국경 넘어가던 날을 생각하면 좀 후회스러워. (탈출을) 결정하고 나서 터키로 들어갈 때 국경 경찰이 국경을 막고?있었거든. 그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하시는 걸 내가 반대했어. 우리가 이 고생해서 국경까지 왔는데 포기하면 안 된다, 잘 버텨서 터키로 가자고 했지. 왜 그 때 부모님 말씀대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터키로 나가자고 고집을 부렸는지…

터키 생활이 많이 힘들어?

처음 터키에 왔을 때는 행복했어. 하지만 본격적으로 생활하면서 쉬운 게 없더라고. 인간 관계, 언어도 어렵고 터키?사람들 대하는 것도 어려워. 생활이 힘든 건 적응했지만, 인간 관계나 사회 문화는 적응하기는 아직도 어려워.

다른 아랍 나라보다는 우리 시리아인을 잘 받아주고 있으니 터키 사람들이 고맙기는 해. 하지만 이곳에서는 15년 동안 얼굴 보며 지낸 사이도 작은 실수 하나가 있으면 그걸 트집 잡아 등을 지고 관계를 끝내는 경우도 있어. 이것 때문에 터키 사람을 대하는 게 쉽지는 않아.

시라아인이라 차별을 당하기도 해?

시리아인이라서 특별히 차별받는 것은 없어. 시리아 사람들을 도와주고 응원하는 터키 사람도 많아. 그런데 단점은?그거 하나. 열심히 일하고, 일하고 일해도 실수 하나만 하면 외면하고 그 사람을 안 보려 하는 사람이 있어. 그게 단점이야.

몇 시간 일하고 어떻게 살고 있어?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나가서 12시간 일하고 밤 9시에 집에 들어와서 씻고 쉬고 8시간 자고… 내가 쓸 수 있는 시간은 4시간뿐이야. 그 외는 모두 일이지. 그래서 터키 생활은 곧 일이라 할 수 있어. 일하고, 먹고, 자고, 그렇게 살고?있어.

일은 할 만해?

응, 괜찮아. 할 만해. 터키에서는 일자리만 있다면 살 수는 있어. 일자리 없이 터키에서 살기란 아주 어려워. 제일 안타까운 점은 우리의 미래가 사라졌다는 거지.

미래?

공부할 수도, 직업을 (선택해서) 가질 수도 없어. 내 꿈은 치과의사야. 그런데 이제는 그 꿈과 완전히 멀어져 버렸어.?공부를 아예 할 수가 없으니까. 모여서 공부하고 싶으니 도와 달라고 터키 교육부에 요구했는데, 응답이 없었어.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해. 우리 미래가 없어진 셈이지. 미래가 없으니 희망도 없어.

너의 삶에는 희망이 없다고 했는데, 조국인 시리아는 어떻게 될까?

시리아는 갈수록 무너지고 있어. 강대국들은 시리아 전쟁을 멈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아예 그 역할을 안 하고?있어. 전쟁이 갈 수록 어려워지고 있는데도 말이야. 정부군이 강해지고 반군이 약해지면 반군을 지원해서 싸울 수?있도록 하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그러면 전쟁이 안 끝나잖아.

그래서 국민들은 여러 나라로 흩어져서 자기 생활을 시작하게 된 거야. 시리아에서 싸움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으니까. 시리아는 갈수록 무너지고 있으니 아무래도 옛날처럼 회복되지는 않을 것 같아. 20~30년 후에는 회복될 거라?믿지만, (옛날처럼 돌아가려면) 무지 오래 걸릴 거야.

시리아 상황이 왜 이렇게 복잡해진 거야?

원인은 시리아 국민들이 한 팀으로 싸우지 않아서야. 다 흩어져서 여러 세력으로 나뉘어져 자기 이익만 찾다 보니?상황이 이렇게 된 거라 생각해. 만약 하나로 잘 뭉쳐 있었다면 전쟁을 멈출 수 있었을 거야.

요즘 가장 큰 걱정은 뭐야?

죽어가는 사람들, 죽어가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많고 힘들어. 시리아 사람들 너무 고생을 많이 하고 있어. 시리아를 원하면 (누구든) 가지라고 하고 싶어. 국민들은 어찌 됐든 괴롭히지 말고 잘 해줘야 하잖아. 사람들은 너무나 많이 죽고 있고 나라는 무너지고 있으니 이래선 안 된다는 생각에 괴로워.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뭐야?

나에겐 가족이 제일 소중해. 내가 지금 고생하고 일하는 건 가족을 돕기 위해서야.

고향 생각이 나면 뭘 해?

울어. 시리아로 돌아가고 싶고, 시리아 땅 흙 냄새 맡으면서 조국도 보고 물도 마시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어. 그럴 수 없으니까 울게 돼.

요즘도?

눈보다 먼저 심장이 울어. 시리아에 갈 수 있을까, 언제 갈 수 있을까 생각만 하면 심장이 울고 눈도 울어. 꿈에 시리아가 많이 나와. 언제 시리아 갈 수 있나, 어떻게 갈 수 있나 생각 자주 하니까 꿈에도 그런 게 많이 나와. 때로는 심장이 불타는 것 같아.

시리아에 평화가 올까?

가능해. 하지만 우리 세대는 볼 수 없을 거야. 아마 우리 자식이나 우리 손주들이 볼 수 있을지 몰라. 우리는 시리아의?평화를 볼 수 없을 거야. 전쟁이 멈추고 정치 상황이 바뀔 수 있겠지만 평화가 단번에 오지는 않을 거야. 무기가 여기저기 많아졌으니 갈등은 계속될 거야. 예전처럼 평화롭게 살 순 없을 거야.

그래서 새로운 세대가 시리아를 세워야 해. 그때 즈음에 평화가 돌아오겠지.

지금 그 ‘새로운 세대’가 없는 거야?

내전 이후에는 ‘아이’가 없어졌어. 모두 어른이 되어 버렸어. (아이들조차도) 지금 시리아 상황을 다 이해하고 있어.?외국 난민 생활이 아이를 어른으로 만든 거야. 너무 많은 고생이 아이를 어른으로 만든 거지.

그리고 외국에 있는 우리 젊은 사람들은 기존 어른 세대보다 책임감이 더욱 커졌어. 나보다 나이 많은 웬만한 기혼 남성보다 (우리 또래가) 책임감이 더 커.

2시간 동안 시리아에 들어갈 수 있다면 뭘 가지고 나올래?

먼저 내가 살던 집에 가 보겠지. 돌아오지 못하게 되더라도 상관없어. 시리아에 가서 고향 보고 돌아오지 않아도 돼.?시리아 안에서 죽어도 돼. 가장 중요한 건 내 고향을 보는 거야.

본인에게 전쟁이란?

미래가 사라지는 것.

평화란?

이미 사라진 것.

본인에게 꿈이란?

미래를 갖는 것 자체가 나의 꿈이야. 그런데 내 꿈은 그야말로 꿈이지. 현실이 될 수 없을 테니까.

남은 20대는 어떻게 보내고 싶니?

대학교에 입학해서 대학 생활도 하고 싶고, 의사 공부도 하고 싶어. 목표를 향해 노력하며 살고 싶지만 지금 우리 20대는 그냥 ‘일하고, 자고, 일하고, 자고’ 뿐이니 속절없는 떠돌이처럼 살고 있어. 희망이 없어.

다른 시리아 젊은이가 너에게 20대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해 줄래?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살아라. 시리아인이 고생도 많고, 많은 억압 받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만히 있지?말고 열심히 살아라. 왜냐하면 우리한테는 선택권이 없으니까. 인내심을 갖고, 용기를 가지기를.

한국 20대에게 시리아를 설명해 줄래?

시리아는 아름다운 나라야. 기술이 발전하지 않는 시골이라고 생각할 사람이 많겠지만, 시리아는 분명 아름다운 나라야. 우리는 그곳에서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평화롭게 살았어. 전쟁 때문에 모든 게 무너졌을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