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명작열전 : 《어린알바》

지난 이야기

지구에 가기 위한 경비가 필요했던 어린왕자는?주변 소행성에 일자리를 잡기로 했다.?하지만 지구와 거리가 가까워서 그런지 어린왕자는 유독 이상한 사장님을 참으로 많이 만나게 되는데....

 

첫 번째 직장의 사장은 왕이었다

항상 근엄한 표정을 짓는 그는 권위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임아연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왕자는 곧 왕에게 찾아갔다.
선배 알바생이 이유없이 괴롭힐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왕에게 말했다.

"사장님, 요즘 일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높은 사람 앞에서 불평을 함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니라."

왕은 이어서 말했다

?"짐은 그대에게 이를 금하노라."
"하지만?먼저 일하던 분들이 자꾸 이유없이 괴롭히시는 걸요."
"윗사람이 하는 일엔 항상 아랫사람이 알지 못 하는 이유가 있는 법이니라."

왕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렇지만 알지 못 하는 이유로 괴롭힘당하는 건 슬픈 일인 걸요."

어린왕자는 고개를 숙였다.

"왜 그러시냐고 물을 때마다 선배는 이해하기 힘든 말만 하세요."
"흠! 흠!"

왕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짐이 한 말이 틀렸다는 것이냐?"

그는 좀 빠른 말로 얼버무렸으며, 화가 난 것 같았다.

"그러시니 겁이 납니다... 일단 들어가 보겠습니다...."

고개를 조아리면서 어린왕자는 생각했다.

'여기 사장님은 참 무서워, 걍 옮겨야 겠다...'

두 번째 직장의 사장은 허영쟁이였다

어린왕자는 그 사람 밑에서 영업직을 시작하게 된다ⓒ임아연

옆 행성으로 영업을 다녀온 어린왕자에게 허영쟁이가 물었다.

"어린왕자야, 이번에 실적 잘 나왔니?"
"네. 하루에 한 개씩 하고 있는 걸요!"

어린왕자는 자신있게 대답했다.
다른 사람들은?사흘에 실적 하나 올리는 게 보통이었기 때문이다.

"뭐? 그게 잘한 거라고?"

허영쟁이는 검지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면서 말했다.

"그건 아무 것도 아니야. 옛날엔 제일 못하는 사람이 하루에 두 개씩은 했단다."

어린 왕자는 놀라 허영쟁이를 바라 보았다.
허영쟁이는 으쓱해졌는지 계속 말을 이었다.

"심지어 나는 잘하는 편이라 하루에 열 개씩은 거뜬했어."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다른 걸요."

어린왕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요즘엔 하루에 한 개도 힘들다고 같이 일하는 분들이 그러셨어요."
"어디 어른이 말하는데 말 대꾸를 하니?"

허영쟁이는 이런 종류의 말을 모조리 핑계라고 생각했다.
어린왕자는 생각했다.

'여기 사장님은 꽉 막혔어.'

허영쟁이가 원하는 실적을 채우기 위해 어린왕자는 매일같이 허덕였다.

그러다 몸살이 난 어린왕자는 연차를 신청했지만, 바로 짤렸다.

세 번째 직장의 사장은 술꾼이었다

그는 다른 사람과 함께 술 마시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다 ⓒ임아연

어린왕자의 이번 직장은 매일 같이 회식이 있었다.
술을 무서워하는 어린왕자는 매번 회식을 빠졌다.
하루는 술꾼이 모든 알바생에게 말했다.

"이번 주 회식은 아무도 빠지지 말도록 합시다."
"저는 술을 못 마시는데요?"

어린왕자가 주정뱅이에게 ?물었다.

"방금 아무도 빠지지 말라는 말 못 들었나?"

술꾼은 눈을 치켜뜨면서 말했다

"그렇지만 회식 때마다 사람들이 술에 취해요"

어린왕자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계속 대답했다.

"다음 날 아침에 너무 고통스러워 하구요."
"원래 술은 같이 마시다 보면 취하고 그러는 거라네."

술꾼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건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상하게 할 수도 있어."
"그렇게만 지킬 수 있는 사이라면 저에겐 버거운 것 같아요."

어린왕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술꾼은 잠깐 멍하다가 입을 꼭 다물어 버렸다.

'여기 사장님도 아주아주 이상해.'

어린왕자는 곧 다른 일을 찾았다.

 

네 번째 직장의 사장은 사업가였다

그는 돈을 버는 것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임아연

어린왕자가 사업가 아래에서 일을 한지도 한 달이 지났다.?하지만 임금이 나오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어린왕자는 사업가에게 쾌활하게 인사를 건냈다.

"아무래도 월급을 깜빡 하신 것 같아서요."
"셋 더하기 둘은 다섯, 열둘에다 셋은 열다섯. 미안. 다음에 올래? 지금은 너무 바쁘구나."

"그렇지만 며칠 째 바쁘다고만 하시는 걸요."

어린왕자가 통장잔고를 한 번 더 확인하곤 말했다.

"그리고 주휴수당도 챙겨 주셔야 해요."
"열다섯에 일곱은 스물둘, 스물둘에다..응 뭐라구?"

그제서야 사업가가 고개를 들었다.

"나는 이 일을 10년이나 했지만 임금에 불만을 가진 사람은 세 명밖에 없었다."
"10년!"

어린왕자가 놀라서 사업가를 바라보았다.

"처음은 5년 전이야. 초과근무 수당을 달라고 하더군.
그놈이 자꾸 일하는 중에 전화하는 바람에 덧셈이 네 군데나 틀렸지.
두 번째는 1년 전인데,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노동절엔 일을 안 해도 일급을 줘야 한다며 시끄럽게 굴었어.
새끼가...바쁜데 말이야.
세 번째는... 바로 지금이야!
헛소리 하지 말고 경험을 쌓아!"

사업가는 다시 고개를 숙인 뒤 계산기를 두드렸다.

"그래도 받는 게 맞다고 배웠는 걸요?"
"불만이면 일 그만 둬. 너 말고도 일할 사람은 많다."

사업가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여기 사람들은 정말 이상해.'

사업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어린왕자는 다른 일을 구하러 떠났다.
물론 월급은 들어오지 않았다.

마지막 직장의 사장은 감시자였다

그는 언제나 CCTV로 알바생들을 감시했다.ⓒ임아연

불경기라 그런지 온종일 손님이 없었다.
3시간 동안 서서 손님을 기다리던 어린왕자는 너무 피곤했다.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자 마자,??매장에 전화가 왔다.

"이봐, 지금 뭐하는 거야?"

감시자가 수화기 너머로 소리쳤다.

"네? 무슨 일이세요?"

갑작스런 호통에 놀랐는지 어린왕자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일이냐니?"

김시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지금 네가 일을 안 하고 놀고 있잖아!"
"네?"

어린왕자는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계속 열심히 일했는 걸요. 지금은 손님이 없어서 정말 잠깐 쉰 거예요."
"그래서 지금 잘했다는 거야?"

감시자가 화난 목소리로 되물었다.

"당장 일어나. 이래서 감시를 안 할 수가 없다니까."

그로부터 머지않아 감시자는 어린왕자를 잘랐다.
그가 불성실한 모습을 보였단 이유에서였다.
어린왕자도 더러워서 ?알바를 포기하기로 했다.

에필로그 : 여우에게

너와 약속했지. 지구에서 다시 만나기로.

근데 아무래도 포기해야 할 것 같아.

철새를 타고 가려고 알바를 여러 곳에서 해봤는데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어.

게다가 마지막 알바는 되게 억울한 이유로 잘린 거 있지.

어른들이 원래 이상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어.

그 새끼들 이랑더 있다가는 마음이 무너질지도 몰라.

시발 내가 장담하는데 지구에 가는 건

내가 어른이 되고 난 다음일 거야.

네가 만날 그때의 나는,

네 추억과 얼마나 멀어져 있을까?

또 편지할게. 총총.

 

 


우리가 아는 명작들을 이 시대에 다시 꺼내봅니다.
트웬티스 타임라인, '우리시대 명작열전' 시리즈

① 다시읽는 <광장>
"학생은 어느 쪽으로 가겠소?"
취준생은 움직이지 않았다.
http://20timeline.com/1379

② 다시 읽는 <동백꽃>
오늘도 또 우리 자보가 막 찢기었다.
http://20timeline.com/5629

② 다시 읽는 <성냥팔이 소녀>
사람들은 죽은 소녀를 보더니 말했습니다
“어휴, 집값 떨어지면 ?어쩌려고...”
http://20timeline.com/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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