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뒤부터 고향이 살기 어려워지더라고”
“시리언트웬티스” 시리즈 기획의도
트웬티스 타임라인은 시리아 내전에 대해서 시중의 주간지만큼 잘 알지는 못합니다.?하지만 우리는 이 반도의 청년이든 저 이역만리 타국의 청년이든, 청년에게 말을 거는 법은 누구보다 자신 있습니다.
카메라에 담겨 있는 청년들의?답변들을 겹쳐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 보입니다. 전쟁이 나서 가족들이 피신을 왔고, 정착을 해서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까닭없이 서글프고, 미래는 보이지 않고, 정치/군사 세력들은 지리멸렬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형제의 나라’라는 터키의 어느 접경지대에서,
시리아의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취재 / 도수정
촬영 / 도수정
번역 및 통역 /?AbdulWahab Al Mohammad Agha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자카리야 사브니 (Zakaria Shabuni)
21세 남성. 시리아 알레포 출신.
4년 전에 터키 이즈미르로 이주하고 올해 초 터키 가지안테프에서 결혼했다. 현재 이즈미르에서 어머니와 부인과 함께 생활하고 있으며, 과일 채소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
별 탈 없을 때 온 편입니다
언제 어떻게 시리아를 떠나게 된 거야?
4년 전에 떠났어. 그 때는 누나가 이미 결혼해서 터키 이즈미르에서 살고 있었어. 그런데 누나가 친척 없이 혼자 있자니 외롭다, 이즈미르에 와서 같이 살자고 했어. 마침 그 때 시리아 상황도 많이 어려워지기도 해서 터키로 왔어.
4년 전이면 본격적인 시위가 있기 전인데?
그땐 그랬지. 초기라서 어렵지 않게 나올 수 있었어. 그때만 해도 알레포는 안전했어. 알레포에서 전기, 물, 음식, 빵 모두 문제 없이 구할 수 있었어. 시리아 전쟁 초기였으니까.
그런데 떠나고 나서 상황이 점점 어려워졌어. 내가 나오고 나서 다른 누나랑 어머니도 차례로 알레포를 떠나 터키로 왔어. 나는 군대 갈 나이인데도 터키에 있으니 징집 대상이 아냐. 하지만, 지금 시리아에 돌아간다면 강제 입대를 해야 할 거야. 시리아 군대든, 반군 군대든.
알레포 지역에서 휴전 합의가 맺어진 지 하루만에 교전이 재개됐다. 바로 오늘 뉴스다.
와이프는 어떻게 만나 결혼한 거야?
어머니와 다른 누나, 형이 가지안테프로 피난을 오고 나서 누나네도 가지안테프로 갔어. 그러고 나서는 언젠가부터 어머니와 이모가 계속 나한테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
어느 날인가 이모가 예쁜 아가씨를 우연히 어딘가에서 알게 되었는데 마음에 든다고 어머니한테 연락하셨어. 아내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주고 나랑 잘 맞는지 확인한 다음에 며느리로 삼으라고. 어머니도 직접 아내를 만나고 나니 마음에 든다고 나한테 가지안테프로 오라고 하셨어. 나도 직접 가서 만나 보니 맘에 든 거지.
그래서 일단 약혼을 하고, 혼자 이즈미르로 돌아왔어. 4개월 동안 일해서 돈 모으고, 집도 빌리고, 신변 정리도 하고 나서 가지안테프로 가서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렸어. 그 후에 아내랑 어머니를 모시고 이즈미르로 돌아왔어.
알레포로 못 돌아가게 된 기분에 대해 이야기해 줘.
너무 어려워. 아는 사람들, 친구, 가족, 고향 추억들 모두 알레포에 있어. 터키에 살고 있어도 아는 사람 하나 없고, 사람이며 나라 분위기가 다 낯설어서 많이 힘들어. 여기엔 같이 이야기 할 사람, 놀 사람도 없어. 특히 가까운 가족이 곁에 없어서 많이 힘들어.
그나마 이제는 결혼해서 아내도 있고 어머니와 다른 가족, 이모 가족도 터키로 왔으니 옛날보다 훨씬 나아졌어. 다만 알레포로 못 돌아간다는 게 너무나 마음이 아파. 후회도 할 때도 많아. 가족이 생겼지만 그래도 뭔가 부족하고 외로워.
가족이 생겼지만 그래도 부족하고 외롭습니다
타향살이의 가장 어려운 점은?
외로워. 가족이 있어도 외로운 건 어쩔 수 없어. 알레포에서는 이모가 여섯 분이나 계셨고, 이모 가족들도 있었어. 우리 가족이랑 친하게 잘 지냈지. 그런데 여기 와서 많이 외로워.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가 외로워.
어렸을 때부터 같이 살면서 자란 각 가족들이 다 흩어져 살게 되었어. 옛날에는 삼촌, 외삼촌, 외사촌들, 이모 가족들이랑 한 가족처럼 식사도 같이하고 어울려 놀았는데 이제는 다 따로 살아. 지금처럼 다 흩어져서 나랑 아내, 어머니하고만 사는 삶은 좀 외로워.
그리고 많은 가족들이 알레포에 아직도 남아 있어. 그분들 걱정도 되고, 그간 돌아가신 분도 있어서 마음이 아파. 소식이 없는 분들도 걱정돼. 가난하고 먹을 것 없는 가족들도 있을 텐데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
시리아 상황을 트위터로 중계하던 바나 알라베드 양은 어제 작별인사 같은?메시지를 보내 왔다.
고향에 두고 온 가족이 너의 가장 큰 걱정이야?
그 가족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가족들도 걱정이지. 가족을 집에 두고 나올 때, 가족들이 필요한 물건이 집에 있을까도 걱정되고, 필요한 것이 있어도 언어와 문화가 다른 곳에서 혼자서 잘 구할 수 있을까, 대화 상대가 없어서 외로울 텐데 하는 걱정을 해.
너가?지금 21살이지? 언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
지금. 결혼하고 개인 집도 생겼으니 책임감도 생기고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해.
너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뭐야?
집 월세, 전기세, 수도세를 제때 내는 게 가장 중요해. 그게 해결되고 나서야 다음의 것을 생각해. 이걸 제대로 준비 못하면 길거리에 나앉을 거야.
지금도 나쁘지 않지만, 가족 모두와 함께 행복하고 싶어요
시리아 문제가 왜 해결이 안 되고 있을까?
시리아 내에 있는 사람들은 물고기처럼 서로 먹고 먹히고 있어. 각자 자기 이익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이야. 나는 정치에 관심도 없고 정치할 생각도 아예 없어. 그런데 보면 모두 단합할 생각은 안 하고 자기 이익만을 위해서 열심히 활동하고 모두가 대통령을 하려 해.
책임은 누가 제일 크다고 생각해?
누가 책임을 가장 크게 져야 되는지는 모르겠어. 알고 있는 사실은, 과거의 우리는 잘 살았다는 거야. 부정부패며 작은 문제들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름 잘 살았어. 그건 내가 확실히 알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는 잘 모르겠어.
이 상황에서 제일 이득을 보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득 입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손해를 보고 있어. 시리아 정부군, 자유 시민군도 손해를 많이 입었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쪽은 시리아 국민이야. 특히 목숨을 잃은 사람들.
최신 발표에 따르면 지난 주말부터 지금까지 알레포를 탈출한 시리아 시민은 최대 1만 6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남은 20대는 어떻게 살고 싶어?
지금 이대로도 나름 행복하고 편하게 살고 있지만 다른 가족들을 한 곳으로 모아서 살고 싶어. 가까이에 같이 살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싶어. 가족들도 시리아에 모여서 살 날을 바라고 있을 거야. 지금은 서로 얼굴 보기도 어려우니 그것보다 더 큰 상은 없을 것 같아.
지금은 행복하다 생각해?
행복하지만 조금 아쉬운 느낌이 있어. 가족도 있고 그런대로 잘 살고 있으니 이 자체도 행복이려나.
안전하다는 느낌은 행복에서 오는 것 같아요
행복이란 무엇일까?
모든 좋은 것. 안전하다는 느낌은 행복에서 오는 거야. 행복은 좋은 것이야.
네가 생각하는 평화란?
내 생활에서 모든 것이 평화를 지향하고 있어. 안전, 종교, 행복, 모든 것이 평화에 뜻을 두고 있어.
2시간 동안 시리아에 들어갈 수 있다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내 고향 흙 냄새도 맡고 구경도 하고 나서 다시 터키로 돌아올 거야.
젊은 난민들이 너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 줄래?
20대에는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게 좋고, 열심히 공부하고 많은 것을 배우는 게 최고라고 말하고 싶어. 배우기에 제일 좋은 시절이니까.
곧 딸이 태어난다며? 태어날 딸에게 알레포를 어떻게 설명해줄 거야?
나는 알레포라는 고향에서 태어나 자랐고, 사람들이랑 잘 어울려 지냈으며, 여러 가지를 키우고 만들어 왔단다. 그래서 그곳을 자랑스러워하고 많이 좋아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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