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무섭습니다, 그래서 도망나왔습니다”

제 4탄, 시리아를 혈혈단신으로 떠난 어떤 평범한 목소리.

“시리언트웬티스” 시리즈 기획의도

트웬티스 타임라인은 시리아 내전에 대해서 시중의 주간지만큼 잘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반도의 청년이든 저 이역만리 타국의 청년이든, 청년에게 말을 거는 법은 누구보다 자신있습니다.

카메라에 담겨 있는 청년들의 답변들을 겹쳐 보니, 어디서 많이 본 광경이 보입니다. 전쟁이 나서 가족들이 피신을 왔고, 정착을 해서 열심히 살고는 있는데, 까닭없이 서글프고, 미래는 보이지 않고, 정치/군사 세력들은 지리멸렬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형제의 나라’라는 터키의 어느 접경지대에서,
시리아의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취재 / 도수정
촬영 / 도수정
번역 및 통역 / AbdulWahab Al Mohammad Agha (헬프시리아 사무국장)

 

시리아 난민 너만

너만 (Nouman)

19세 남성. 시리아 홈스 출신.
2016년 3월에 시리아에 혼자 피난을 왔으며, 현재 여행 가방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Q

터키에 살기 시작하면서 생긴 가장 큰 변화가 뭐야?

너만

많은 것이 바뀌었어. 첫번째로는 여기엔 나 혼자 있고, 언어도 모르고 아는 사람도 없고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지금은 조금 익숙해졌어.

Q

왜 시리아를 떠나기로 결정한 거야? 그 때 기분 기억나?

너만

마음이 매우 아팠어. 가족을 떠나야 했으니까. 나는 일을 하려고 나왔어. 왜냐면 시리아 안에서는 일자리도 없고 생활비도 너무 비싸졌거든. 그래서 일자리를 찾으러 시리아 밖으로 나가야겠다고 결정했어.

Homs Syria Before & After

"syria homs"라고 검색하면 "전후 비교" 사진들이 나온다 ⓒ Guardian

Q

결정하기까지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해 줄래?

너만

일주일 동안 다 결정했어. 나갈까 말까를 일주일 내내 고민했어. 엄마는 나한테 나가려면 나가고 있으려면 있으라, 알아서 결정하라고 하셨어. 고민 끝에 나가겠다 결정한 거야. 왜냐면 시리아에서는 집에만 있었고 상황이 여러가지로 어려웠거든. 떠나기 전에는 정말 집안에만 있었어.

Q

왜 계속 집에 있었어?

너만

그냥, 집 밖에 나가도 할 일이 없으니 집에만 있었어. 특별히 할 일이 없었어.

Q

생명의 위협은 없어?

너만

아니. 딱히 위험은 없었어. 다만 군대에 끌려갈까 봐 걱정도 되고, 할 일도 없으니 나가는 게 낫겠다 싶어 나왔어.

Q

홈스는 위험한 지역으로 알고 있는데 가족들이 위험하지 않아?

너만

지금은 별로 위험하지 않아. 알레포나 다른 지역이랑 비교하면 괜찮아. 지금은 정부가 잘 통제하고 있어서.

(*역주: 홈스는 전쟁 전엔 인구 67만 명의 큰 지역이었다가 전쟁 이후에는 20만 명으로 급격히 줄어들었다.
격전 지역 위치에 따라 안전의 편차가 있을 수 있다.)

Q

아무 문제가 없는 홈스가 왜 답답했던 거야?

너만

나라 상황이 계속 이상하고 힘들어지니까 걱정도 많이 되더라고. 홈스만 보면 실제로 그렇게 위험하지 않지만, 나라 전체가 힘든 상황이잖아. 그래서 지금이 아니더라도 조만간 군대에 가야 할지 모르니 차라리 다른 나라로 가서 일자리를 구하는 게 낫겠다 생각했어.

Q

군대 가는 게 무서워?

너만

물론이지. 무서워. 왜냐면 제대할 날을 알 수가 없으니까. 보통은 2년이지만 지금은 더 오래 있어야 해. 그리고 이미 제대한 사람도 국가에서 다시 불러들이고 있어. 그래서 무서워.

 

자연스럽게 진학을 포기하고 안부전화를 하게 된다

Q

지금 터키 직장생활은 어때? 몇 시간 일하고 어떤 작업을 하는 거야?

너만

여행 가방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 아침 8시부터 오후 6시 반까지 일해. 휴식 시간은 세 번 있어. 점심 시간도 따로 있고. 이 기계, 저 기계 옮겨 다니면서 일해. 사장이 시키는 일도 하고.

Q

시리아 지금 상황의 가장 큰 원인은 뭘까? 네가 생각하는 해결 방법이 있어?

너만

시리아 정부군과 시위자들이 조급하게 행동해서 내전이 터진 거라고 생각해. 그건 초기였지만 지금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야. 그래서 누가 시리아 상황을 전체적으로 잡고 흔드는지 잘 모르겠어.

Q

그럼 지금 누가 제일 이익을 보고 있어?

너만

손해 보는 사람은 일반 국민. 이익 보고 있는 사람은 싸우고 있는 당사자들이야. 왜냐면 이건 전쟁을 내세운 사업이기 때문이지.

Q

어디까지 공부했어?

너만

그냥 고3까지 공부했어. 근데 졸업은 안 했어.

Q

더 공부할 계획이야?

너만

지금은 공부할 생각은 없어.

Q

꿈이 뭐야?

너만

옛날 꿈은 변호사였어. 하지만 이제는 가족이 안전하고 나도 안전하게 사는 게 내 꿈이야. 시리아가 전쟁 전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

Q

가족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

너만

당연히 가족 보고 싶어. 매일 매일 통화해.

Q

지금 시리아 상황을 빨리 해결하려면 뭐가 제일 필요할까?

너만

피가 흐르는 것, 그러니까 유혈사태가 멈추어야 해. 예를 들어 알레포에서 사람들이 최근 많이 죽었어. 그러니까 빨리 싸움을 멈춰야 해.

Q

피를 멈추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너만

우리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마땅히 없는 것 같아. 정부가 무얼 할지 모르거든. 지금은 여러 나라가 개입하고 있어서 복잡해졌어.

시리아내전 2016 전황

워싱턴포스트가 정리한 2016년 현재 시리아 전쟁 개황은 이러하다. ⓒ워싱턴포스트

 

전쟁만 끝나면 고향으로 바로 가고 싶다

Q

지금 생활의 가장 큰 고민은?

너만

가족. 가족 말고 터키 생활에서는 …일자리 찾는 것, 자는 것, 먹는 것을 걱정해.

Q

혼자 살아?

너만

친구랑 같이 살아. 룸메이트 1명이랑.

Q

너에게 가장 소중한 건 뭐야?

너만

가족. 엄마, 여동생, 형이 있어.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어머니가 가장 소중해.

Q

나머지 20대는 어떻게 살고 싶어?

너만

그냥 살고 싶어. 그냥 행복하고 스트레스 없이 살고 싶어.

Q

지금 터키 삶은 그런 삶이야?

너만

응. 터키에서는 괜찮아. 내가 원하는 미래가 있을 것 같아.

2015년 터키 내 시리아 난민 분포

2015년 9월 기준으로 시리아 난민들은 터키의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 Human Rights Watch

Q

직업적으로는 앞으로 뭘 하고 싶어?

너만

터키어를 배울 수 있다면 통역사 일을 하고 싶어.

Q

내가 생각하는 전쟁이란?

너만

무섭다. 그래서 도망나왔어.

Q

평화란?

너만

모든 것.

Q

가족이란?

너만

내 모든 것.

Q

마음만 먹으면 시리아에 돌아갈 수 있는 거야?

너만

지금은 아니야. 전쟁 때문에. 전쟁이 멈추면 바로 시리아로 돌아갈 거야.

Q

시리아에 평화가 올까?

너만

지금은 아니야.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할 거야.

Q

한국 20대가 시리아는 어떤 나라냐고 묻는다면?

너만

시리아에 일단 오면 특별한 걸 느낄 수 있을 거야. “이게 바로 시리아구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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