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해제
<인간이 아닌 것들 How We Humanize>
정희연, 디지털 벡터 이미지, 2016
일련의 복잡한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대상의 외견을 인체에 유비하여 인식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미 당신의 모국어는 대부분의 물건에 "머리"와 "허리"와 "다리"가 있다고 당신에게 전수해 주고 있었을 테다. 인간 내지 인간다운, 인간적이거나 하다못해 인간을 닮은 어떤 것을 발견하고 조우하여 상호작용함으로써 호혜적 관계가 되려는 것은, 그 옛날 human을 번역하던 동양의 학자들이 '사이 간(間)'을 채택하던 시절부터, 이미 널리 알려져 있는 우리 인간들의 습성이자 전통convention이다.
문제는, 대상에 자연히 내재된 인간성humanity을 발견하는 데 있지 않고, 이것을 넘어서 인간일 수 없는 대상에까지 인간관을 투사하는 데서 시작된다. 버섯의 "머리"는 생각을 하거나 시청각을 관장하는 부분일 수가 없고, 생강과자의 "다리"는 그저 우연하게도 뻗어나온 사지limbs의 아래쪽 부분처럼 생겼다는 점 외에 인간의 다리와 어떤 접점도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버섯에 "머리"가 있다고 말하고, 습관적으로 사람 모양 틀에 찍어 굽는 생강과자의 어느 쪽 "다리"를 먼저 먹을지를 생각한다. 결과는 자명하다. 일방적이고 전혀 호혜적이지 않은 동족취식cannivalism에 불과한 착취가, 기이할 정도로 정당화되고 일상화되는 지금이다.
정희연 작가는 디즈니를 보고 자란 세대이다.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의인화anthropomorphize되는 그 세계로부터 출발하여 인간관 투사의 습성에 의문을 가진 그는, 트웬티스 타임라인의 후원을 받아, '만화 작품 속에서 인간화된 생물 혹 무생물이 동료 생물 혹 무생물을 착취하는' 장면을 연작으로 제작했다. 작품 중에는 "게살버거 집게사장"이 게살버거를 꺼내 먹는 모습이 있다. 기괴할 것 같은가? 천만에. 작품의 비주얼은, 해설 없이는 알아차릴 수가 없을 정도로 익숙하게 교묘하다. 그것은 작가의 묘사touch의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사실은 이 연작이 고발하는 대로, 인간들의 일방적 인간성 착취의 모든 현장들이 바로 그러하다.
해제 = 김어진
前 더좋은교회 학생부 부회장
現 송파교회 1부성가대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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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1은 미국의 유명 카툰 “네모바지 스펀지송”의 집게사장이 ‘게살버거’를 자랑스럽게 들어 보이는 그림이다. 게살버거는 분명 게살로 만들었을 것이고, 집게사장에게도 게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실들이 주는 기괴함은, 원작에서 그렇듯 그 패러디로서의 본 작품에서도 거의 암시되지 않는다. 오직 집게사장의 “집게손”보다 더 작은 크기의, 토막토막 잘려 쌓이거나 끼워진 집게발을 감상자가 알아볼 때에야, 비로소 새삼스러운 충격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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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2는 일본의 유명 비디오 게임 ‘슈퍼마리오’ 시리즈의 주요 캐릭터인 키노피오가 버섯을 “먹고” 1개의 ‘목숨’을 얻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패러디의 원전인 ‘슈퍼마리오’는, 오직 맑고 밝기만 한 숲을 배경으로, 어떤 버섯에는 팔다리와 옷과 자율이 있지만 어떤 버섯에게는 그 중 어느 것도 없다는 사실을 무마해 버린다. 작가는 이 상투화된 괴이함을 부각하기 위해 키노피오의 입가에 버섯의 잔해를 남기기를 주저하지 않는가 하면, 그 배경을 사물 분간이 어려울 정도의 칠흑으로 처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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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3은 한국의 유명 모바일 게임 ‘쿠키런’의 대표 캐릭터 ‘용감한 쿠키군’이 오븐 속에서 쿠키를 “먹으면서” 달려나가는 게임 속 장면을 묘사하였다. 게임 플레이 화면 속 쿠키들에 표정을 부여했을 뿐인 이 그림은 원작 게임의 친숙함 대신 불편함과 낯섦의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은 이 그림이 그야말로 모든 쿠키에게 표정을 부여함으로써 인간화된 쿠키와 그냥 쿠키가 있음을 발설하고 있기 때문이다. 쿠키런의 세계에서, 어떤 쿠키는 인간을 대리하지만, 어떤 쿠키는 그저 먹히기 위해 잠시 등장할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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