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챔피언스 리그, 그 동화같은 이야기들.

둥근 공의 기적을 지켜보면 어떤 동화들이 떠오른다.

공은 둥글다. 1954년 스위스월드컵에서 서독을 우승으로 이끈 명장 제프 헤르베르거 감독의 명언이다. 그렇다. 이러한 둥근 공의 성질 때문에 경기에서는 기적이나 이변의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덕분에  축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동화에 비유되기도 한다.

각 국가의 리그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팀만이 출전하는 올해 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유독 이러한 동화같은 경기가 상당히 많았다.

인어공주 - 파리 셍제르망

인어공주의 열렬한 사랑은 물거품이 되었다.

16강의 인어공주, 아름다운 도시 파리를 연고로 하는 파리 생제르망(이하 PSG)은 지속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 몇 번의 챔피언스리그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이번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강팀 바르셀로나를 만났다. 그들은 8강이라는 왕자를 만나기 위해 필드에서 미친 듯이 달리며 압박했고 바르셀로나의 패스 줄기를 꽁꽁 틀어막아 버리면서 4-0 대승을 이뤄냈다. 2차전에서 바르셀로나가 뒤집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목소리를 잃은 PSG가 2차전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결국 옆 나라 공주, 바르셀로나는 PSG가 다 잡은 8강이라는 왕자를 6-1이라는 스코어로 역전해 버리며 낚아챈다. 언니들이 준 칼, 득점 찬스를 디 마리아가 바다에 내던져 버리며 물거품이 된 것은 덤.

미운 오리 새끼 - 레스터 시티 FC

레스터시티는 백조가 되어 날아올랐다.

15-16시즌 EPL에서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궈낸 레스터 시티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미운 오리 새끼였다. 16-17시즌 EPL 현재 14위라는 처참한 성적표, 우승을 일군 라니에리 감독의 경질, 그 과정에서의 선수들의 태업 논란. 경기력은 계속 형편없었다. 그들은 분명히 다른 팀들과는 달랐다.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한 모든 오리들은 미운 오리 새끼,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만나길 원했다.

그렇게 결정된 16강 대진은 전 시즌 유로파리그 우승팀, 현재(3월 23일 기준) 16-17 프리메라리가 3위 세비야. 아무도 레스터를 백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2월 28일, 16강 1차전에서 그들은 2:1로 졌다. 상대 팀인 세비야가 8강에 올라가는 것은 자명했다. 하지만 봄볕 가득한 3월 15일, 16강 2차전에서 레스터 시티는 2:0으로 세비야를 잡으면서 역전에 성공했고, 그들은 백조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구두 - 아스널 FC

빨간 구두를 신고 고통을 맛보는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

아스날에는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과학이 있다. 리그 4위, 챔피언스리그 16강 이상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는 법칙이 그것이다. 2017년에도 아스날의 사이언스는 맞아 떨어졌다. 축구에서는 약팀이 강팀을 상대할 때 불문율이 있다. 평소보다 수비적으로 경기하거나, 미친 듯이 뛰어서 조직적으로 압박하거나. 하지만 아스널은 빠른 템포의 공격축구를 선보였다. 마치 화려한 빨간구두를 신은 것 처럼.

단단한 뮌헨의 수비는 아스날의 흥을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집중해야 할 수비에 집중하지 못한 채 정신없이 춤을 추기 바빴고, 그 모습은 스스로 가시밭이나 냇가에서도 춤을 추는 빨간구두의 주인공을 닮아있었다. 그 결과는 사형 집행인, 바이에른 뮌헨을 맞아 도합 10-2로 지며 발목이 잘리는 것으로 끝났다. 하지만 내년에 아스날이 카렌처럼 참회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16강 탈락은 이미 과학이니까.

브레멘 음악대 - 유벤투스 FC

행복한 브레멘 음악대의 유벤투스 선수들

유벤투스의 당나귀, 다니 알베스는 바르셀로나의 전성기를 이끌다가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쫓겨나듯 집을 떠났다. 가는 길에 AT 마드리드에서 실패한 고양이, 마리오 만주키치를 만났고, 연봉 인상을 요구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쫒겨난 개, 사미 케디라, 잦은 부상으로 바이에른 뮌헨에서 밀려난 수탉, 메흐디 베나티아를 만난다.

전 주인이었던 소속팀에서 쫓겨났던 그들은 유벤투스라는 오두막에 들어가 FC 포르투와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 만난다, 네 동물들은 1차전과 2차전 선발 혹은 교체 투입으로 모두 출전하고 총합 스코어 3-0으로 유벤투스의 8강행을 이끈다. 늙었다던가, 몸이 자주 다치거나, 키만 커서 쓸모가 없다던가, 적절한 임금을 받고 싶어 졸랐다는 이유로 쫓겨나듯 주인을 떠났던 그들. 이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행복하기를.

 

잠자는 숲속의 공주 -  AS 모나코

오래토록 잠들어있던 모나코 공주는 우승컵에 입을 맞출 수 있을까

참으로 오래 잠들어 있었다. AS 모나코가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올라온 것은 03-04시즌 이후 16-17 시즌까지 13년만이다. 03-04시즌 당시 AS 모나코는 결승전에서 그 유명한 무리뉴 감독의 FC 포르투에게 3-0으로 패하며 눈물을 삼켰다. 이후 물레바늘에 손가락을 찔리기라도 한듯 모나코는 잠들어 결승까지 오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조금 다르다. 지난 몇 시즌 간 챔피언스리그에서 괄목할만한 성적을 보이지는 못했던 그들이 16강에서 맨체스터 시티와 8강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잡았다.

4강 대진은 유벤투스 FC다. AS 모나코에는 세 요정들도 있다. 젊은 요정들인 킬리앙 음바페와 벤자민 멘디, 토마스 르마는 이번 시즌 공주를 충실하게 도왔다. 4강에서까지 승리한다면 그들은 결승에 올라갈 수 있다. 과연 AS 모나코는 왕자인 빅 이어에게 입맞출 수 있을까?

 

그리고, 계속되는 5월의 동화

어떤 팀은 매번 그랬듯 16강에서 탈락했고 어떤 팀은 강팀의 저력을 보여주었다. 다 잡은 경기를 놓친 팀도 있었고 반대로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경기를 뒤집은 팀도 있었다.

5월 3일부터는 UEFA 챔피언스 리그의 4강 토너먼트가 다시 시작될 예정이다. 또 어떤 동화 같은 경기들이 우리를 맞이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직 5월의 동화는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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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조영훈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비오는 날과 홍학을 좋아합니다. 공산당을 싫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