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폭력의 생존자들이다

그렇게 살아남은 자들은 ‘꼰대’가 된다

더 이상 ‘젊은 꼰대’의 폭력은 놀랍지 않다

지난 달, 홍대 응원단 ‘아사달’의 군기 문화가 언론에 터져 나왔다. 신입 부원들은 지각을 하면 운동장을 1분당 세 바퀴씩 돌았다. 인격적 모독도 있었다. 85학번 아버지뻘 선배가 찾아오면 그를 ‘오빠’라고 불러야만 했다.?무릎에 검푸른 피멍이 들 때까지 연습했다. 병원 진료도 눈치를 봐야만 했다.나이가 들었다고 꼰대가 아니다. 젊은 꼰대도 있다. 기존의 꼰대가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와 자신의 틀에서 벗어나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여기면서 그것에 대해 눈치를 준다면, 젊은 꼰대는 보다 더 물리적이고 조직적인 폭력을 행사한다.

젊은 꼰대들을 그것을 사회생활이라고 말한다. 복종 없이는 조직을 끌고 갈 수 없단다. 고작 몇 년 더 산 선배로서 ‘예의’를 가르치고자 하지만, 그건 단지 구실이며 수단이다. 그렇게 반복되는 ‘태움’ 문화가 있고, 대학 내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문화가 있다. 그래서 간호사가 죽었고, 술을 사발로 먹다 신입생이 죽었다.

폭력의 내재화, 그리고 보상심리가 악습을 만든다

체대에 입학했던 2013년도를 기억한다. 차가운 바닥에서 무릎이 시리게 체벌을 받고, 또 누군가는 뺨을 얻어맞았다. 짬을 먹으면 덜 맞을 것이고, 우리 대신 후배들이 더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 무뎌질 것이라는 암묵적 약속. 그것은 끔찍하게 비겁했다. 우리는 폭력을 내재화하고 있었다.

해가 바뀌었다. 피해자들은 다시 신입이다. 그 밑바닥에 가라앉는다. 침전하고 있다가 부유하는 이들은 다시 하부에 폭력을 가한다. 그들은 할 말이 있다. 억울하다고 한다. 받은 만큼 돌려주고, 누리지 못한 만큼 누리고 싶다. 보상심리의 기제가 작용한다. 행여 그러지 못한다면, 자신이 당했던 까마득한 피해의 역사를 읊어낸다.

침전과 부유의 반복은 계속된다.? “내 밑으로 한 놈만 들어오라”는 말은 그 고통스러운 굴레가 진행되는 짧은 시간의 간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한 놈’씩 밑으로 깔릴수록 피해자였던 그들은 단계적으로 떠올라 가해자가 되어간다.

내부고발자는 없었냐고? 있었다. 그리고 조직 안에서 참담한 대우를 받았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 꼰대들은 화를 내고 침을 뱉고 찾아내려고 들었다. “어떤 새끼야”와 “편한 줄 모르고”는 그들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문장이다. 폭로자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 잘못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적폐의 조기교육

지속적인 관심과 폭로는 그래서 중요하다

동물의 분변이 온통 뒤섞여 흐르는 갠지스 강은 인도인에게만 신성하다. 신앙이 삶이 된 그들에게 강은 더러운 것이 아니다. 폭력도 마찬가지다.? 잘 짜여진 폭력 속에서 개인은 지속적으로 무뎌진다. 덜 맞으면 그저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 이를 부당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홍익대학교 ‘아사달’의 문화가 폭로되어 해당 응원단이 모든 활동을 정지한지 한 달이 지났다. 당연히, 후속 보도와 사후 입장은 없다. 그래서 폭로한 피해자는 괜찮은지 그 누구도 묻지 않는다.?이미 우리는 강물을 뒤집어 쓴 사람들이기 떄문이다.

지속적인 관심과 폭로가 중요하다. 다음 주자, 그리고 그 다음 주자가 모일수록 미개함은 사라지고 상식이라는 것이 도입될 것이다. 두렵지만 누군가는 입을 열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치열한 진흙탕 싸움은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다른 이들은 그 말에 집중해야 한다. 방향이 뚜렷한 고발과 의문을 더 이상 외롭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P.S. 꼰대는 꼰대임을 알아야 합니다

가장 깔끔하고 즉각적인 개선 시나리오도 있다. 조직의 자기반성을 통한 정화다. 그러려면 젊은 꼰대는 자신이 꼰대라고 인지해야 하는 일이 먼저이겠지만. 아, 당신 이야기는 아니라고.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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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조영훈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비오는 날과 홍학을 좋아합니다. 공산당을 싫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