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충'이란?
2. 10대라는 사실은 같은데
2-1.?'급식충'으로 취급한다면
2-2.?'청소년'으로 바라본다면
3. 주부라는 사실은 같은데
3-1.?'맘충'으로 취급한다면
3-2.?'주부'로 바라본다면
4. 진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같은데
4-1. '진지충'으로 취급한다면
4-2.?'진지함'으로 바라본다면
5. 노인이라는 사실은 같은데
5-1.?'틀딱충'으로 취급한다면
5-2.?'노인'으로 바라본다면
6. 마치며
1. '충' 이란?
“모든 개인이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시대에 공론장의 경계는 점점 흐릿해지고 있고, 발언의 수위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
- 윤보라 (서울대학교 여성학 협동과정 박사과정수료)
'충'이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한 계기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였다. 개인의 만족도 대비 팀 기여도가 낮은 특정 캐릭터들을 즐기는 이들을 가리켜 ‘마이충’, ‘베인충’이라고 부르는 표현들이 ‘리그오브레전드’의 선풍적인 인기와 함께 대중화되었다.
그러다 이 표현은 ‘급식충’, ‘틀딱충’ 등, 특정 연령대에 대한 표현은 물론이고 성별(한남충), 성격(진지충,노력충), 가족 내의 역할(맘충), 기호(흡연충, 인스타충) 등 인간이 속할 수 있는 다양한 범주들에 비하 표현으로 발달하였고, 지금도 지속적으로 생겨나며 파급력을 얻고 있다. 그만해 미친놈들아
곤충학의 아버지 장 앙리 파브르는 30년의 연구를 통해 10권의 곤충기를 집필했는데, 현대 한국의 곤충학자였다면 10권이 아닌 100권쯤은 집필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본인은 인터넷 상에 각종 ~충에 대한 밈(meme)들을 갈무리 하여 그 혐오의 언어들을 일반의 언어로 번역해보았다. 어떤 편협한 시선이 멀쩡한 존재를벌레로 만드는지 알아보자.
2.?10대라는 사실은 같은데
2-1. '급식충'으로 취급한다면
급식충은 한반도 곤충계의 유충들을 일컫는 말이다. 급식충들은 ㅇㅈ? ㅇㅇㅈ이나 ~각과 같은 그들만의 언어를 외치며 외부와의 소통(...)을 거부한다 카더라.
14세 이상의 급식충들은 중2병이라는 무시무시한 병에 걸려, 왼손에 흑염룡이 깃들거나,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인다고 호소한다.?그러라고 사준 컴퓨터가 아닐텐데
2-1.?'청소년'으로 바라본다면
청소년은 만 18세 이하의, 아직 성인의 권리와 의무를 지니지 못한 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청소년들은 다른 세대가 그러듯, 자신만의 문화코드를 공유하며 특유의 신조어를 만들어낸다.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자의식이 발달하고 감수성이 풍부해 자신의 특별함을 확인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자신이 특별하기를 기대하고, 그를 위해 노력하는 일, 모두 정상적인 발달의 한 과정이다.?■ "저보고 급식충이래요"... 10대들 불만
3.?주부라는 사실은 같은데
3-1. '맘충'으로 취급한다면
맘충 A의 하루는 다음과 같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에게 아침을 던져주고 아이는 유치원에 박아 둔다. 카페에서 동료 맘충들과 비싼 커피를 마시고, 시댁을 욕한다. 청소는 청소기가 다 해주고 빨래는 세탁기가 다 해준다."
자세한 내용은?추가 바람
3-1. '주부'로 바라본다면
직장인 A는 결혼 후 임신과 출산, 육아를 거치며 자연스레 경력단절 여성이 되었다. 그녀의 하루는 다음과 같다, 아침에는 남편과 아이의 식사를 차리고 남편의 출근을 배웅하고, 아이를 유치원에 등교시킨다. 아이가 자라남에 따라 늘어난 빨래와 설거지 등 각종 집안일을 끝내고, 잠시나마 카페에서 친구들과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어느 새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려올 시간이 됐다.?■ 30대 경단녀 10명 중 9명은 "결혼?임신?출산 때문에 퇴사"
4.?진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같은데
4-1. '진지충'으로 취급한다면
진지충들은 예능을 다큐로 받아드리는 선천적(...) 노잼러들이다. 높은 확률로 프로불편러나 설명충을 겸업하고 있으며, 어떤 드립도 죽여버리는 드립계의 언더테이커들이다. 망했어요?
이 웃음사망꾼들이 속한 단체대화방의 분위기는 액체질소를 들이부은 야채 마냥 얼어붙고 바스러진다. 더 이상 설명이?必要韓紙?
4-2. '진지함'으로 바라본다면
진지함은 장난기나 감수성과 똑같이 존중 받아야 할 성격 중 하나에 불과하다. 친구나 가족 가운데 진지한 성격이 있으면 다소 분위기가 경직될 수 있지만, 이들은 집단이 극단을 향해갈 때 경종을 울리는 자정작용을 수행한다.??■ 어른과 아이의 차이 : 순진함과 진중함
5.?노인이라는 사실은 같은데
5-1.?'틀딱충'으로 취급한다면
틀딱충은 틀니딱딱충의 약어로, 60대 이상의 노인층을 지칭하는 말이다. 틀딱충들은 빈 자리와 노약자석을 빠르게 찾아내는 감각기관(...)을 통해 대중교통의 지배자가 되었다.
틀딱충들이 자랑하는 시대착오적 장유유서 정신에 어긋나는 당신에겐 순식간에 틀딱충의 비기 ‘우리 때는 말이야’와 ‘어린 놈들이’로 시작되는 헛소리가 날아온다. 더 심한 말들이 있지만 모든 사람들이 보는 문서인 만큼?검열삭제
4-2.?'노인'으로 바라본다면
노인은 대표적인 취약계층 중 하나로, 소일거리를 찾거나, 외로움을 면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곤 한다. 치열했던 젊음을 뒤로 한 채 늙어버린 이들의 푸념은 타인보다는 자신을 떠나버린 세월 그 자체에 대한 원망이 담겨있다.?■ 왜 한국의 노인은 가난한가?
6.?마치며
?"아버지, 저 벌레가 그레고르라는 생각을 관두세요.
그 동안 그리 믿어왔던 것이 우리의 모든 불행의 원인이었어요!"-카프카의 소설 <변신> 中 그레테의 대사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그레고르는 잠자는 가족을 위해 벌레처럼 일하던 어느 날, 정말로 벌레로 변해버린다. 그는 가족들의 혐오와 무시 속에 살아갈 의지를 상실하고, 실제로 죽음을 맞이한다.
그레고르의 본질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누군가 그를 향해 혐호적인 시선을 던지는 순간 그는 정말로 벌레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2017년, 소설 속 그레고르에게 향했던 혐오와 배제의 언어는 일반화라는 무기로 무장한 채 우리 모두를 향한다.
배타주의를 넘어서 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개인이 ~충으로의 <변신>을 피할 방법은 결국, 없을지도 모른다.
전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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