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7,530원
상당히 올랐다. ?10년 만에 10% 이상(16.4%), 최초로 1000원 이상(1060원) 오른, 기념비적인 상승이다.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이상으로만 보이던 구호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허나 이 숫자들이 마냥 기쁘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영세상인들이다.
세계 최상위권의 평균수명 (82.3%,세계보건기구 발표 기준 11위)과 그에 한참 못 미치는 평균 퇴직연령 (52세)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은퇴 후 자영업자로의 전환은 많은 이들에게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선택된다. 그리고 그들은 최저임금 일자리의 상당수 (84.5%, 한국경영자총협회 발표 수치)를 고용하는 영세상인이 된다.
전세계 맥도날드 매점보다 매장 수가 많다는 치킨집의 레드오션을 피해 진입장벽이 낮고, 사업 초기비용이 낮은 편의점이 각광을 받았다. 그렇게 매년 수천개 이상의 매장을 확대하던 편의점은 어느새 '원조 편의점 공화국' 일본의 양적 규모를 뛰어넘었다.
편의점의 대부분은 연중무휴 24시간 영업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 그리고 여기에 최저임금 7530원 시대가 시작되었다. ?편의점 점주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어떠할까?
* 서울/경기지역 편의점 수십곳을 방문한 결과를 하나의 인터뷰로 재가공한 기사입니다.
독자분들의 참고 부탁드립니다
▲ 요즘은 거리마다 편의점이 없는 곳을 찾기가 힘든 것 같아요. 너무 많다 보니, 많다는 생각을 넘어서 있는 게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솔직히 이게 정상이라는 생각은 안 들어. 편의점 본사 측에서야 왠만하면 출점하려는 가맹주가 나타나면 환영하지. 본사 입장에서는 일 매출 70만원만 확보돼도 경상이익이 확보가 되니까. 또 한 지역에 동일 회사 매점들이 많으면 본사 입장에서는 물류비용도 절감되고, 사실 손해보기가 힘든 구조야.
하지만 가맹점주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지. 연 수입 5000만원을 보장해준다는 말에 속아 들어온 가맹점주들은 다른거 없어. 그냥 5년만 보고 버티는거지
▲ '5년'을 보고 버틴다고요?
대부분 신규가맹점 계약이 5년이거든. 5년 동안은 망하는 것도 마음대로 못해. 5년 안에 폐점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거든. 폐업을 하던, 재계약을 해서 매출 배분율을 조정하던, 하여튼 5년 동안은 알바도 최소한으로 쓰며 이 악물고 살아남아야 해.
▲ 최저수입 5천만원을 보장해준다는 말도 믿음직스럽게 들리진 않는데...
나도 그렇고 많은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그 5천만원 보장에 속아서 시작을 하는데, 사실 그 5천만원은 각종 비용을 반영하지 않은 5천만원이야. 임차료나 폐기비용, 인건비 등 각종 비용을 제하면 본사가 가맹점주에게 최소보장해주는 금액 같은 건 사실상 없다고 생각해야 해.
▲ 최저임금이 인상되는 내년에는 사정이 악화될 텐데, 본사나 측에서 이에 대해 나오고 있는 이야기는 없나요?
최저시급이 1000원 오른다면 그에 대한 주휴수당 상승도 생각해야 하고, 그러니까 인건비 지출이 최소한 몇 백만원 이상 늘어나는거지. 근데, 지금도 최저시급이나 주휴수당을 안주는 점장들이 널렸잖아, 그걸 본사에서 모를거라고 생각해?
▲ 모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최저시급이랑 주휴수당 안주는 점장들이 정말 잘못 된 거 맞아.
하지만 본사 얘기도 좀 해보자. 본사는 점장들을 대상으로 인건비와 관련된 관리감독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는거 알아? 이건 사실상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소리야. 그러면서 여러가지 의무와 강요들은 많지.
▲아....
진짜 5년만 참는 심정으로 버티는거야. 그렇게 계약이 만료되면 하다못해 다른 편의점 브랜드로 바꿀 수 있는 자유가 있거든? 그런데 얘네들이 어떤 짓을 하냐면?보복 출점을 해. 엿 먹으라는거지.
거기다가 건물주들도 문제야. 밤낮없이 일해서 좀 키워두면 건물주들이 거저 먹으려고 난리야. 저번에 모임에서 들은건데, 매출 800짜리 편의점을 내놓으라는 것도 모자라서 월 200에 근무를 하라고 했다네? 우리만 봉이지 뭐.
▲조금 희망적인 얘기로, 정부측에서 최저임금 상승의 대책으로 카드수수료 인하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우리 매장이 평균적으로 한달에 카드 수수료로 약30~40만원을 지불하니까, 뭐 없는 것 보다는 낫겠지. 하지만 크게 도움 되지는 않아.
▲ 결국 인건비 증가에 대한 대책을 본사 측에서 마련해주기를 바랄 수 밖에 없는건가요?
이제 나이도 있고 자식도 있는데, 예전처럼 18시간씩 카운터 앞에 서있을 수도 없고. 그래도 최대한 내가 뛰어야지. 결국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 손익분기점이 더 높아지는거니까. 점주 입장에서는 일 매출 120만원이 나와야 단기적으로 손해를 안보는 수준이고, 적어도 일 매출 150만원이 되어야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야.
▲?혹시 본사에 꼭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현재 본사와 맺어지는 계약 내용들이 십 몇 년 전, 편의점 산업이 한창 성장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그 때와 비교해서 최저임금이 배 이상 올랐는데, 아직도 인건비를 다른 비용과는 다르게 분담 처리하지 않는게 점장들 입장에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담이 돼.?인건비라는게 기본적인 ?영업비용에 포함이 되는건데.
▲ 편의점 시장이 과잉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능력이 안되는 가맹점은 없어지라는 거지? 그래. 그 말이 맞다 하더라도 최저임금이 1000원 이상 오르는데, 이러한 변화 앞에서는 정말 살아남을 가맹점이 얼마나 있을까?
직접적으로 매출 분배 이전에 인건비를 제하는 방식이나, 간접적으로 다른 지원금을 확대하는 방식 중 정답을 정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식으로든 가맹점주와 본사가 함께 분담해야만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
취재를 진행하며 ?편의점 20여 곳 정도를 방문했다. 그 중 심야영업을 실시하지 않는 점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한 점장은 폐기처리 중이던 바나나를 건내주었다. 마찬가지로 폐기처리 된 샌드위치가 카운터 옆에 올려져 있었다. 그의 저녁 식사였다.
편의점 3사(GS25,CU,세븐일레븐)는 2016년 연 매출 14조를 기록하여, 3대 백화점 기업 (현대,롯데,신세계 백화점)의 연 매출 12조를 뛰어넘었다. 2016년 기준 영업 이익도 4800억원에 달했다. 허나 이러한 양적 성장의 뒷편에는 점주의 희생과 출혈이 있었다.
현재 각 브랜드는 동일 브랜드의 근접(200M) 거리 내 영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단순히 브랜드 내부의 원칙에 불과하다. 한 브랜드의 편의점이 성공을 거두면, 바로 옆 점포에 타 브랜드의 매장이 입점하는 식의 경쟁은 막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적 수익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기에도 많은 가맹점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유통업계의 16.5%를 차지하면서도 상당 부분 자영업자들의 희생으로 지탱되는 편의점 업계가 마주하는 2018년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추신
현재 편의점 3사 중 GS25는 가맹점주 보장금액 확대를 골조로 한 지원안을 8월 26일에 내놓았다. 9000억을 풀어 가맹점주를 지원한다는 방안이다.
다른 의견을 듣기 위해 세븐일레븐과 CU 본사에 문의했으나, 본지 문의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전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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