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 내 삶을 바꾸기 위한 가이드 북이 필요하다면?

‘전국투표전도 2018’ 조현익 디자이너 인터뷰

가끔씩 텀블벅에 들어가서 진행 중인 펀딩 프로젝트들을 보곤 한다. 후원하진 않더라도, 다양하고 개성 있는 생각들이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는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텀블벅 프로젝트를 보던 중, 우연히 <전국투표전도 2018>이라는 프로젝트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맞아 전국의 각 지역별로 선거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이슈들을 정리한 책자였다.

신기했다. 정치·사회 분야에 빠삭한 기자들 여러 명이 만든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나와 비슷한 또래 디자이너 두 명이서 만들었다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궁금했다. 디자이너들이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하게 되었는지.

알고 보니 두 디자이너 중 한 명이 전직 트웬티스 타임라인 에디터 였다는 의외의 인연을 기회 삼아 직접 만나 이야기 나눠보기로 했다. 선거나 정치를 평소에 굉장히 무겁고 진지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굉장히 걱정했었다. 하지만 막상 인터뷰를 하면서 느낀 건, 선거나 정치는 무거운 것이 아니라 나의 삶에 가장 가까운 것이며 중요한 것이라는 점이었다.


“유력 정치인들 몇 명이 나와서 얘기 하는 게 다가 아니에요"

▲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저는 시각 디자인을 업으로 하고 있는 조현익 이라고 합니다. 이직을 위해 디자인 회사에서 퇴사한 상황에서 이제 이번 작업을 하게 되었구요.

텀블벅 프로젝트에도 나와 있겠지만, 저는 저를 개인적으로 정치적후라고 표현하고, 그리고 정치 혹은 사회 관련된 이슈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관심 있는 주제가 생기면 거기에 맞춰서 디자인 작업을 개인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 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언제에요?

업으로라고 한다면, 고등학교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 디자인의 어떤 부분이 좋아서 라고 생각하세요? 원래 그림을 그리셨나요?

아뇨. 원래는 고등학교 때 이과 쪽으로 공부를 했었는데, 그 때는 지금과는 약간 결이 달랐어요. 제품 디자인 쪽이었는데, 실제로 입체적인 제품의 디자인을 하면 제가 배웠던 과학적인 지식을 제품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사용자들이 필요한 기능이나 인터페이스에 적용해서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그쪽으로 전공하려고 했었어요.

그러다가 대학교에 들어가서 제품보다는 시각적으로, 간단하게 얘기하면 포스터 같은 것으로 사람들과 대화 내지는 이런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시각디자인 쪽으로 나가게 된 게 대학교 한 2학년, 3학년 때 인 것 같습니다.

▲ 그러면 정치에는 원래 관심이 많으셨어요?

언제부턴가 라고는 잘 모르겠는데, 예를 들어 중학교 때 신문의 정치 사회면을 종종 봤던 기억이 있어요. 그리고 고등학교 때 지금의 정치 성향과 맞는 친구들을 만나고, 그 친구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면서 정치 사회 관련 이슈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어요. 그리고 저희 학교의 도서관에 졸업했던 선배님들이 모금해서 시사 주간지를 도서관에 보내주는 활동을 해주셨어요.

▲ 고등학교 때요?

네, 고등학교 때요. 그래서 정치 사회 관련 이슈를 접할 기회가 많이 있었어요. 그 때부터 유력 정치인들 몇 명이 나와서 얘기하는 주제 너머에 있는 것들을 알기 시작했어요.

▲ 티비 뉴스에 나오는 뉴스들 말고도 실생활에 정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정치, 사회 이슈들을 알 수 있으셨다는 얘기시군요.

실생활이라던가, 어떤 사람들한테는 굉장히 절실한 이슈인데, 많이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못했던 것들. 지금만 해도 노동 이슈, 최저 임금, 노동 현장에서 겪는 산업 재해 같은 얘기들이 꽤 많이 나오지만, 그 때가 2008년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이런 논의들을 주변에서 접할 수 없던 시절이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당시 제 주위 환경 덕분에 좀 더 일찍 접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됐던 것 같습니다.

▲ 그러셨군요. 그런데 사실 현익 씨는 트탐라 에디터로서 저보다 먼저 활동하셨잖아요. 에디터로 있으셨을 때 주로 어떤 콘텐츠를 주로 만드셨고, 어떤 주제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주로 정치 쪽인가요?

트탐라 시절의 이슈는 제가 한 가지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그 주제를 많이 파는 종류의 기사보다는, 그 때 그 때 사람들이 사람들에게 설득될 만한 껀덕지로 굉장히 좋은 이슈다 라고 생각되는 걸 그 때 그 때 골라내서 쓰는 편이었어요.

▲ 네 그렇죠 그 중에는 대마초 관련 된 것도 있었고요.

네 대마초도 그 때 이슈가 됐었죠.

 

▲ '여성혐호 타임라인' 도 진행하지 않으셨나요??

네. 워낙에 당대 이슈가 됐던 문제다 보니까 오랜 기간 동안 조사를 해서 내보낸 거죠

현익 당시 에디터가 기획, 집필, 디자인을 모두 맡았던 여성혐오 타임라인. 고대 삼국시대부터 2016년 12월 30일까지의 한국의 여성혐오 관련 기록들을 하나로 묶어 정리했다.

[여성혐오 타임라인] 바로가기

▲ 저는 사실 이번에 조사하면서 현익 씨가 하셨던 거 보면서 여성혐오 타임라인에서 만드셨던 게 연장선이 돼서 여기까지 왔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왜냐하면 자료들을 조사해서 그걸 아카이빙해서 시각적인 디자인을 통해서 보여주는 거라는 맥락에서.

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네요. 시각화라는 측면에서? 연장선상에 있기는 해요.

“어느 지역은 당연히 특정 당만 찍어야 하나요?"

▲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건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두 가지로 나눠서 보면, 우선 이 책자를 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거는 올해 1월, 2월부터였어요. 졸업전시회용으로 만들어놨던 *인포그래픽들이 있는데 그걸 사용해서 어떻게 돈벌이가 될 수 있을까? 그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의문점들이 있었어요.
(*인포그래픽 : 정보, 데이터, 지식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정보를 빠르고 쉽게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 의문점이라고 하면 어떤 걸 까요?

지방선거 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주 접하는 중앙 언론에서는 아무래도 지역마다의, 지방에서의 삶의 이슈에 대해선 거의 다루지 못하는 게 있더라구요. 그리고 지방마다의 정치 구도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까 어느 지역은 당연히 어느 당을 찍을지 퉁 쳐서 얘기하는 게 있더라구요.

▲ 경북은 자유 한국당, 광주는 민주당, 약간 이런 식으로요.

네, 그런데 자세히 조사를 하다보면, 예를 들어서 경북 얘기를 하셨으니까 성주에서 사드 배치 이후에 이제 원래 보수 정당 지지율이 7-80 퍼센트 되던 게 한 10 퍼센트 20 퍼센트씩이나 줄어든다던가 그런 변화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유권자들한테 알려줘서 본인들이 투표를 하는 데 좀 더 다양한 생각들, 그 지역 안에서의 이야기라던가, 아니면 다른 지역을 볼 때의 관점에 대한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면 많이 관심을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지역은 늘 그럴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실제로 현장에서는 새로운 분위기가 생겨나고 있다. (출처 : 한겨레)

▲ 저도 아이러니하게 생각했던 건데, 지방선거인데 지방 얘기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서울, 경기 정도? 그 외 지역들에 대해선 정말로 모르는 게 사실이기도 하구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저도 이런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조사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 중에 지방지 언론들의 역할이 굉장히 많이 중요한 것 같은데, 그게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부 지역들 같은 경우에는 지방지 기사들의 많은 부분이 현직을 찬양하는 식의 내용들이 굉장히 많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조사를 하다가 기사를 보게 되면 그 기사의 신뢰도를 일단 의심을 하고 봐야 되잖아요. 그래서 기사를 보면, 유력한 지방 정치인과 커넥션이 있어서 잘 써주는 거라는 의심이 드는 종류의 기사가 굉장히 많더라구요.

▲ 그런 의심이 들게 할 만한 게 충분히 많았다 라는 말씀이시죠?

네, 그러니까 우리 군수가 또 해냈다, 이런 식의 기사를 보면 당연히 의심이 들 수밖에 없잖아요.

▲ 그쵸. 의심이 들 수밖에 없겠네요.

지역 일간지 기자분들 입장에서도 정작 이제 그 지역에 사는 분들의 이야기라던가, 그 진짜로 중요한, 투표에서 기준이 될 만한 이슈들을 파악하는 데는 많이 소홀했던 점들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 책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셨을 때,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시스템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제가 돈이 없어서죠.

▲ 그게 제일 큰 이유네요.....

네...

없어.... 아무리 봐도 없어....없다고....

▲ 그게 제일 큰 이유네요....

아주 간단하죠(웃음). 그리고 저나 저랑 같이 작업을 했던 디자이너 분이나 출판사랑 컨택을 한다거나 이런 걸 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어요. 그 분은 학생이었고, 저는 그 땐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출판사랑 컨택을 해서 영업적인 면을 조정할 정도로 시간을 쏟긴 어려웠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냥 제작을 간단히 하고, 유통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선택했어요. 그러다보니 처음에 접근하기 가장 쉬운 플랫폼으로 찾아서 했던 게 텀블벅 이었습니다.

▲ 펀딩을 시작하고 나서 제가 방금 보고 왔을 때 달성율이 684%였던 걸로 기억해요. 아예 초과 달성을 해서 성공했는데, 소감은 어떠신가요?

펀딩을 올릴 때는 안 팔릴 것 같아서 되게 엄청 쫄렸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굉장히 수요가 많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어요.

후원을 성공하다 못해 6배 넘게 초과 달성 해버린 <전국투표전도 2018>. (출처 : 텀블벅)

▲ 후원하고 나서 리워드 메일이 와서 확인해보니 독립서점들에서도 구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더라구요. 그 서점들에서도 이번 펀딩이 잘 된 걸 캐치해내고 현익 씨에게 먼저 연락이 온 건가요?

원래는 생각이 없었어요. 6월 13일에 선거인데, 그리고 사전투표는 6월 8일~9일이니까 그 전에 사서 보셔야 되는데. 발송되는 데 6월 1일이라 실질적으로 서점에서 살 수 있는 기간이 굉장히 애매하거든요. 그래서 생각을 안 하고 있다가 한 독립서점에서 먼저 연락을 줬어요.

그래서 입고 연락을 곳곳에 넣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열심히 메일을 써서 3-40군데 정도에 메일을 넣었는데 그 중에 입고 요청이 온 게 15군데 정도였어요.

▲ 하긴 저도 리스트 봤을 때 꽤 많더라구요. 그렇다면 아까 말씀하셨던 기한의 빡빡함 같은 건 어떻게 해결을 하시기로 했나요?

최대한 빨리 보내야죠(웃음). 별 수 없죠.

▲ 직접 인쇄를 의뢰하셔서 맡긴 다음에 포장해서 직접 보내시는 거 에요?

네 포장을 직접 하고, 그 다음에 보내는 작업을 해야 하는 거겠죠.

▲ 생각보다 가내수공업이네요. 두 분이서 하시는 거 에요 그럼?

이 정도 되면 알바를 써야죠. 원래는 100부 예상하고 둘이서 포장하면 될 줄 알았는데, 800부가 되버렸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제 포장재료 만으로도 저희 방의 3분의 1이 꽉 찼어요. 아직 책이 안 왔는데.....

온라인에서 <전국투표전도 2018>을 구매할 수 있는 판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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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나서도 남을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이번에는 디자인에 대해서 여쭤보고자 해요. 처음에 자기소개 하실 때 스스로 디자이너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그렇다면 훌륭한 디자인, 좋은 디자인이라는 건 어떤 걸까요? 어떤 걸 봐야 디자인 잘 됐다, 이렇게 말 할 수 있을까요?

제가 하는 게 사람들에게 내용을 전달하는 디자인이니까 그 쪽으로 맞춰서 얘기를 하면, 두 가지 조건이 있어야 될 거 같아요. 첫째는 사람들을 많이 피로하게 만들면 안 된다.

▲ 피로하게 만든다는 건 어떤 걸까요?

책자 같은 경우에는 집중력을 잃지 않게끔 긴 글을 읽는데 덜 피로해야 된다.

▲ 그래서 자간이나 줄 간격 같은 걸 신경 쓰시는 거고요.

네 그런 것들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게 되죠. 포스터의 경우로 본다면, 광고가 우리 주변에 굉장히 많이 있잖아요. 광고는 눈에 띄어야 된다는 가장 큰 목표가 있다 보니까, 시선이 어떻게든 내 쪽으로 오게끔 곳곳에 자극적인 방식을 어떻게든 많이 쓰게 해요.

▲ 자극적인 방식이라고 하면 선정적인 이미지를 넣는다거나 자극적인 색깔을 넣는걸까요?

선정적인 이미지도 그 중 하나겠지만, 이미지가 선정적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내용을 크게 강조되는 폰트로 엄청 두드러지는 색깔을 써서 딱 박는 경우들이 굉장히 많이 있지요.

강조되어야 할 부분들이 어떻게든 내 쪽으로 시선을 끌어당겨야 하다보니까 모든 구역에 그런 강조, 강조, 강조, 강조, 자극, 자극, 자극, 자극, 날 바라봐라, 이런 종류의 레이아웃과 폰트와 크기를 가진 것들이 많이 있다 보니, 자기가 내용을 오래 보려고 해도 되게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이 있어요.

▲ 실생활에서 예를 들자면 어떤 게 있을까요?

지하철 광고를 볼 때 보통 많이 느끼실 거 에요.

▲ 지하철 광고 중에서 구체적인 예시를 들자면....?

제가 홍대 쪽에 살다보니까 연예인 생일 광고들이 많이 붙어있어요,

▲ 그쵸. 좀 전에 홍대입구역에서 나오면서 저도 한 4-5개 정도는 본 것 같아요.

얼굴을 일단 크게 넣고 생일도 크게 넣고. 저는 그런 걸 굉장히 안 좋아해요. 그게 딱 설득을 할 때 별로 안 좋다는 예시인 것이, 연예인을 좋아한다는 마음을 표현한다는 목적은 잘 드러나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저 사람을 덕질을 해볼까 라는 생각이 들게 하기에는 한참 한참...

▲ 그 효과는 없는 거겠죠. 네 정말로 이미 그 연예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광고를 보고 좋지만, 나머지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게 만든 경우들이 예시가 될 수 있겠네요.

네, 그래서 저 같은 경우에는 자극을 넣어야 되는 부분과 안 넣어야 되는 부분을 구분할 줄 아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극적인 광고'

▲ 조화로운 게 중요하군요. 그게 일단 첫 번째 조건이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당장의 시선을 끄느냐 마느냐 보다는, 지나고 나서 계속해서 생각이 남을 수 있는 디자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좋은 식으로 계속 기억에 남아서 디자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는 의미신거죠?

네. 디자인 자체가 기억에 남을 수도 있고, 아니면 디자인이 강조한 내용이나 메시지 자체가 기억에 남는 것 일수도 있고요. 지금 말씀드린 거에 대해서 반대되는 예시라고 하면, 텀블벅을 보게 되면 시대가 시대이니 만큼 페미니즘에 대한 아이템들이 많이 나오죠.

▲ 저도 가끔씩 텀블벅을 확인하는 데, 정말 많더라구요.

네. 정말 많이 나오는데. 근데 그 중에서 <Girls Do not need a prince> 같은 많이 쓰이는 문장을 그냥 그대로 자신의 방식으로 굿즈로 만들어서 내보내는 경우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제가 스스로 걱정한 건, 그런 문장이 좋기 때문에 그런 아이템들이 많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지만, 디자이너가 자신의 방식으로 그 문장을 소비하는 데 그쳐서 사람들이 그 문장에 대해서 계속 리마인드를 하게 만드는 데는 실패하고 있지 않나, 라는 생각을 했어요.

▲ 예를 들어서 설명해 줄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스티커를 사서 노트북에 붙였다고 할 때, 맞은편에서 노트북을 보는 사람이 스티커에 쓰인 문장을 리마인드 할 수 있겠느냐, 라는 것에는 저는 약간 의문이 들어요. 보는 사람들도 생각하게 만드는 아이템들도 있고, 그것보다는 그냥 내가 들고 다니는 데에 만족할 만한 그런 포인트를 준 아이템들도 많이 있죠.

제가 둘 중의 하나를 고르자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생각할만한 아이템들이 많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이전에 디자인 관련 매체에서 인터뷰 하셨던 걸 보니까 '사회적 디자인'이라는 말이 나오더라구요. 사회적 디자인이라는 게 제가 찾아봤을 때 정의가 하나로 정해져있질 않던데, 그렇다면 현익 씨가 생각하는 사회적 디자인, 아니면 이걸 좋은 사회적 디자인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사회적 디자인이라는 용어가 워낙 곳곳에서 쓰이다 보니까 사실 좀 그래요. 하지만 생각을 커뮤니케이션 하는 작업을 만들어야 하는 시각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사회적 디자인을 하려면, 결국 정치적인 싸움의 일부에 본인이 들어가야 되는 건 아닌 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 정치적인 싸움이라고 한다면 어떤 걸 의미하는 걸까요?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인 싸움이란, 예를 들어서 어떤 두 가지 사상이 이제 정치권 안에서, 혹은 사회적인 이슈로서 다툴 수가 있지요. 대표적으로 이런 두 가지 입장이 싸울 수가 있죠. 대화로 (남북이)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쪽과 힘의 우위로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쪽, 이 두 가지 입장이 싸운다고 합시다.

▲ 네. 사실 한국사회에서 늘 제기되는 논쟁 중의 하나죠.

그리고 우리가 주변에서 두 입장들과 관련된 홍보물을 본다고 치죠. 나라를 지키는 군인 분들에게 더 힘을 실어주고 대우를 좀 더 잘해주자는 내용에 대한 캠페인을 하는 포스터를 만드는 경우도 있고, 그 반대로 평화를 위해서 우리가 어떤 식으로 협상을 잘 하고 경제적 혹은 사회적 교류를 키워나가자고 얘기를 하는 포스터가 있을 수 있어요.

▲ 네 네.

그 두 가지는 같이 사람들에게 보여지게 될 거고,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 대해서 싸우는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는 거죠.

그렇다면 두 가지 내용 중 하나를 가지고 디자인 할 때 정치적인 싸움이라면 내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전달을 해서 사람들이 내 편으로 설득되게끔 이끌어낼 것이냐, 그게 싸움이라고 봐요. 그리고 그걸 잘 하는 것이 사회적인 디자인이라고 생각해요.

▲ 그게 현익 씨가 생각하는 시각 디자인에서 좋은 사회적 디자인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보여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게 사회적인 디자인이라고 보는 분들은 많이 있어요.

저는 그거보다는 마치 내가 오늘 지금 이 거리를 지나갈 때 스쳐 지나가면서 듣는 음악, 맡는 향기 하나가 굉장히 스무스하게 사람들에게 접근을 해서 보이는 것들이 1년, 2년, 5년 뒤에는 오히려 사람들의 선택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믿거든요. 선명하게 드러내느냐 마느냐 보다는, 어떻게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 최대한 자연스럽게, 라는 말씀이시죠.

네, 그게 저는 더 중요하다고 봐요. 물론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기 위해서 선명하게 드러내야 되는 시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건 그 때마다 선택을 해야 되는 입장인거고.

▲ 사람들에게 어떤 자극을 주고 시각적인 충격을 주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고 익히게 되면서, 그것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생각을 해서 결과적으로는 디자이너의 의도대로 설득된다는 게 그런 방향으로 디자인이 설계된다, 이런 식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충격을 준다면, 줘야 될 시점과 방법을 굉장히 잘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 고민이라고 한다면, 윤리적인 입장에서 고민해야 한다는 말씀이신가요?

윤리적인 입장에서도 그렇고, 기술적으로도 그렇고요.

▲ 테크닉적인 면에서도 그렇고요. 어렵네요. 말씀하신 사회적인 디자인 중에 국내외 통틀어서 사회적 디자인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좀 괜찮은 것 같다는 예시를 혹시 들 수 있을 까요?

다른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것이지만, 며느라기 가 있었죠. 그걸 이제 작가분이 디자인이라고 인정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콘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암담하고 이상한 이야기인데, 그림까지 섞어서 상황까지 보여주니까 아주 아주 아주 이상하다는 게 대놓고 드러나고 사람들이 고구마를 먹었다면서 답답해하고. 그런 매력이 있죠.

“선거가 그렇게 이슈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아요.”

▲ 텀블벅 프로젝트에 써 놓으신 걸 보면, 기존의 정치, 선거 관련된 것들에서 식상함을 느끼셨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싶었던 게 혹시 있을까요?

전 못 봤어요. 단호하게.

▲ 아예 못 보셨어요?

네. 지난 번 대선 때부터 조금씩 조금씩 후보에 대해서 알아보자 라는 식으로 뭔가 많이 나오긴 했는데, 지방선거 기간에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 대선과 지방 선거 사이의 인프라 차이인 걸 까요? 예를 들어 대선은 후보 한 명에 전국의 지지자들이 다 모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뭐라도 건져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데, 지방 선거 같은 경우에는 다 흩어져 있다 보니까 그런 데서 나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죠. 그래서 지방지가 자체적으로 그런 역할들을 해줘야 되는 데, 지방지 자체가 자기네들의 자본이나 투입할 인력이 부족한 것도 있고. 그래서 잘 안 이뤄지고 있죠.

▲ 어려운 실정이네요.

정당에서도 그렇고 언론에서도 그렇고 선거가 그렇게 이슈가 될 수 있을 까 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것 같아요. 누가 나오고 어떤 정책이 있고 이 지역의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고, 이런 것에 대해서 이야기 했을 때,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까? 에 대한 공포가 좀 있어요.

▲ 하긴 지방의 소식을 들어주는, 잘 반영하는 콘텐츠를 자기네들이 만들어냈을 때 그걸 소비해줄까 라는 불안감에서 만들어진 게 저는 그 SBS의 휘황찬란한 CG로 만들어진 그게 그나마 자기네들이 돌파하려고 한 어떤 것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 것 같더라구요. 보면서 CG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래서 이게 공약이랑은 무슨 상관이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개표 때야 공약을 굳이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저는 이 지역에서 이렇게 지금 개표율 몇 퍼센트 이렇게 나오고 있는데, 예전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 지 그런 거라도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거 때마다 나오는 화려한 CG를 쓴 개표방송엔 다들 열광하지만, 정작 후보들의 공약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는다.

▲ 우리나라의 개표방송에서도 생각해봤을 때, 그냥 진짜 경주처럼 1번마 2번마 3번마가 있으면 몇 프로 몇 프로 몇 프로가 끝이지, 그래서 지금 1등인 사람이 작년 1등인 사람과는 몇 표 차이가 나고 어떤 소속이고 어떤 정치적인 지향성을 가지고 있고,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전혀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그런 경주마식 보도를 보고 싶은 사람들은 방송을 안 보고 그냥 선관위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개표상황을 보거든요.

▲ 네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좀 더 깊은 얘기를 하고 사람들에게 많이 생각하게 하는 그런 정치 관련 콘텐츠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사회적인 디자인 측면에서도 그런 콘텐츠들을 보고 사람들이 더 많이 생각을 했으면 하는 것들이 있으면 좋겠네요.

“시장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 앞으로 본인이 되고 싶은 디자이너는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세요?

디자이너로서의 방향성이라는 측면에서 얘기해 보자면요.

일단 디자인 실력을 키움과 동시에 저는 시장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어요. 그러니까 정치 사회 콘텐츠라던가, 아니면 꼭 그게 아니더라도 강조할 부분과 강조하지 않을 부분을 구별하고, 그리고 강조할 부분에서 힘을 많이 주어서 사람들에게 인상적으로 남든, 혹은 계속해서 이유 없이 머릿속에서 생각을 하게 만들든 그런 식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자극할만한 디자인에 대한 시장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어요.

▲ 그런 식으로 시장이 넓어진다면, 사람들이 정치 사회 쪽에 대한 이슈를 많이 다양하게, 쉽게 접하게 될 테고, 그런 걸 논의할 장 자체도 많이 넓어지겠네요.

네 그것도 그렇고,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그런 종류의 작업을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분명히 많거든요.

▲ 그런 작업을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은 가요?

네, 많더라구요. 그런데 보통의 디자인 회사, 일반적인 회사의 디자인실 같은 경우에는 아무래도 그런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적다보니까 본인들이 원하는 작업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그런 쪽의 시장을 넓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 아까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디자이너분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친구분들의 이야기인가요? 아니면 동료분들의 이야기인가요?

동료들의 이야기도 있고, 친구들 이야기도 있긴 한데, 최근에 만들어졌다가 사라지는 수많은 스튜디오들을 보면서 그런 스튜디오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어차피 그런 작업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는 거고, 반대로 많이 사라진다는 건 이제 지탱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 수익 면에서도요.

네 수익 면에서도요. 실제로 그런 것을 만들어달라고 얘기를 하는 클라이언트가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고요. 디자이너가 주도적으로 기획해서 만들어내는 작업물들, 디자이너가 기획을 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콘텐츠들은 이제 저랑 송수영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것과 같이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게 되기 때문에 더욱 더 새롭거나 풍부한 내용이 담긴 콘텐츠가 나올 수 있거든요.

▲ 기존의 위에서 ‘이대로 하세요.’ 보다는 훨씬 더 다양한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대로 하세요.’라고 하시는 분들은 보통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자극적이고 눈을 많이 가게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직접 만드는 사람이 먼저 기획을 하고 만들 수 있다면, 좀 더 보는 사람들에게도 좋고 생각을 전파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은 작업물들이 많이 나올 거라고 기대를 많이 합니다.

“이 책은 정말 가이드 일뿐이에요.”

▲ 이 기사가 나갈 때쯤에는 아마 펀딩하는 분들은 책자를 다 받으셨을 거고 독립서점에서도 다 구입하실 수 있을 텐데, 책자를 읽을 분들이 어떤 걸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세요?

책의 1쪽에도 써 놓은 내용이지만, 한 명이 조사하고 두 명이 만들어서 나온 책이 236쪽이에요. 사실 유권자 분들이 조사할 때 자기 지역에 대해서 알아보고, 후보에 대해서 알아보고 한다고 해도 일단 접할 수 있는 정보가 집에 오는 공보물 정도 말고는 어디서부터 조사를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 그쵸.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해봤거든요. 저같이 생각해왔던 사람들은 출마하는 후보들에 대해 찾아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선거관리 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후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약력, 후보가 낸 5대 공약들을 반드시 게재하게 되어 있어요. 아니면 그 지역에서 어떤 문제가 있는 지 지역 언론 홈페이지에 올라온 기사들만 봐도 얼추 알기 쉬워요. 그러니까 한 명이 조사해도 이 정도 분량이라면, 유권자 한명이 자기 지역 후보를 알기 위해서 몇 명의 후보와 그 지역을 조사하는 건 생각보다 쉬울 수 있고, 나올 수 있는 양도 엄청 많을 수가 있을 거 에요.

선거관리 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우리동네 후보자 찾기'를 이용하면 자기 동네 후보들을 바로 바로 파악할 수 있다.

▲ 자기 지역, 자기가 뽑을 후보를 조사하는 거니까 더 디테일하고 자세하고 풍부해질 수 있겠네요.

네, 이 책을 가이드 삼아서 여러분들도 조사를 하시면 후회 없는 투표를 하시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 이 책이 지방 선거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을 넘어 자기 지역을 스스로 조사하게 만드는 동기부여라고 하면 될까요? 스타트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시는 거네요.

여행으로 예를 들자면, 여행 가이드북을 사서 가이드대로만 여행을 다니는 분들도 있지만, 가이드북을 바탕으로 더 조사해서 새로운 여행 루트를 짜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 자기만의 여행 코스를 짜는 사람들이 있죠.

네. 그리고 이 책의 부제가 “나의 선택을 돕는 지방 선거 가이드”거든요. 이 책은 정말 가이드 일뿐이에요.

여행 가이드북이 여행을 책임져주지 않는 것처럼, 책자도 그저 당신의 선택을 도와줄 가이드북에 지나지 않는다.

▲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선택은 자신들이 직접, 유권자들이 직접 해나가는 거네요. 그렇다면 본인은 앞으로의 계획, 정확히 말하면 본인의 진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취직이 당연히 제일 급하고요(웃음).

▲ 취직을 한다면, 디자이너가 주축이 되는 스튜디오로 취직을 목표로 하고 계신가요?

그쵸. 저는 지금 실력을 키워야 하는 입장이기도 하고, 작업을 어떤 식으로 진행을 하는 지 경험을 해봐야 되기도 하고요. 좋은 디자이너분들이랑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고, 활동을 하면서 경험과 실력을 키워 나가는 게 우선 제일 급한 거 같아요.

▲ 그게 개인적으로든 디자이너로서든 둘 다 앞으로의 계획 이신거고요.

네. 어쨌든 디자이너로서 사회적인 디자인 같은 당위성을 떠나서 일단 잘 만들어진 작업물을 만들고 싶은 게 제 디자이너로서의 바람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 기사를 볼 독자들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아까 드린 말씀이 답이 되지 않을까요? 자기 지역을 조사하는 것. 그리고 독자 분들 중에 내가 어떤 당을 지지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 당의 후보를 찍어달라고 설득하실 분들이 있잖아요? 설득할 때, 그 지역의 이슈를 잘 알아보고 거기에 맞춰서, 그러니까 커스터마이즈드 된 방식으로 설득을 좀 해라, 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네요.

문재인의 당, 심상정의 당, 안철수의 당, 이런 식으로 설득 하지 좀 말고, 그러면 설득이 안 되겠죠.

▲ 예를 들어 우리 지역에는 이런 이슈가 있고, 이걸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이 당의 이 사람일 가능성이 높은 거 같으니까 이 사람을 찍자, 라는 식으로 설득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그쵸.

▲ 사실 되게 중요한 문제죠. 우리나라엔 그런 게 많잖아요. “이 사람 찍어야 돼, 안 그러면 우리나라 망한다.”라고 말하는 것들이요.

네, 그렇죠. 트탐라 독자 분들 중에서 설득의 역할을 하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서 특별히 말씀을 드려봅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나서, 사실 내가 그 동안 선거에 굉장히 무관심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SNS로는 온갖 정치·사회 뉴스를 접하고 수없이 뉴스를 공유했지만, 정작 내가 사는 동네 구의원은 누군지, 구청장은 어느 당 소속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게 어떤 것인지도 모른 체 정치에 관심 있었다고 스스로 생각해왔다는 게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지방 선거가 일주일 남은 이 시점에서라도 내가 사는 지역 선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긴다.

 

일단 시작은 우리 집에 도착한 선거 공보물 봉투를 뜯어 천천히 읽어보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예전처럼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당, 마음에 안 드는 후보들이 출마했다고 대충 읽다 쓰레기통에 버리지는 않아보려고 한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하나 하나 읽어보면서 누굴 뽑을지 곰곰이 생각해보려고 한다. 읽으면서 모르는 게 있다면 여기저기 검색도 해보고 전국투표전도 책자도 읽어보면서 깐깐하게 후보들을 비교해보려고 한다. 그렇게 꼼꼼하게 알아본 뒤에, 선거 날에 내 선택에 후회 없이 투표하고 싶다.

그렇게 투표를 하고 나면 정말 후회 없이 후련하게 투표장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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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박종우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좋은 영화를 혼자 보는 것도, 함께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