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적으로도 명절은 우리 몸에 좋지 않다

집에 돌아오면 괜히 몸이 아픈 것이 아니다

명절 연휴가 끝나간다. 괜히 몸이 으슬거리고 머리가 아픈 느낌이라고? 단순한 느낌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명절은 의학적으로 우리 몸에 좋지 않기 때문이다.

WARNING!
- 장시간의 이동으로 허리가 남아나지 않습니다

몇시간째 갇혀있으면 이렇게 느껴진다

‘민족?대?이동의?날’이라?불리는 명절 연휴. 한국도로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목포→서울까지는 6시간?15분,? 부산→서울까지는 7시간?30분이?걸린다.

인천에서 푸켓까지 갈 수 있는 그 시간?동안?우리의 허리는 무참히 혹사당하고 있다. 여기에, 도착하자마자 쏟아질 잔소리들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몸이 아파온다.

SYSTEM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가?발견되었습니다.

잘 들으세요. 선생님은 다시는 허리를...

한?자세로 오랜시간 앉아있는 행위는 몸무게를 신체 특정 부위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때, 요추에 가해지는 압력은 무려 30%나?증가한다.

으악

엉덩이를?자꾸만?들썩이고?몸을?배배?꼬는?것은 정서불안 때문이 아니다. 우리의 요추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운전자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더욱 고정된 자세로 앉아있기 때문이다. 아이고 허리야!

WARNING!
- 장시간의 노동으로 손모가지가 남아나지 않습니다

이런거 다 누가했게요...?

요통을?참아가며?할머니?댁에?도착.?목숨을?걸고?무사히?도착했지만, 명절 제사상을?차려야 하니 바로 부엌으로 징병당한다. 오봉(그릇) 좀?가져오라는 말을?시작으로 숨 쉬는 시간 빼고는 전을?뒤집고?또?뒤집는다.

그러다?보면?손목은 월미도 바이킹처럼 180도로?휙휙?돌아가기 바쁘다. 그리고, 깔깔거리는 소리가 남동생이 누워있는 안방에서 들려온다.

SYSTEM :?손목터널증후군?이/가?발견되었습니다.

잘 들으세요. 선생님은 다시는 손목을...

손목 부위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과 신경이 지나가며 이를 둘러싸고 보호하는 일종의 터널이 있다. 이 터널이 손으로 들어가는 신경이 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을 누르게 된다.

으악!

반복되는 뒤집개 터닝과 과도한 설거지 폭격은 손목터널증후군이 가장 선호하는 환경이다. 요즘 회사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산업재해로 취급되지만, 명절에 손목이 아작났으니, 아이고! 이걸 어디서 호소한담.

WARNING!
- 장시간의 과식으로 소화기능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튀김 : 어서 날 먹어

남자들이 제사를 지내는 어깨너머로?힘겹게?만들어낸?음식이 보인다. 그리고 다가온 식사시간. 과거에는 부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온갖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백미가 산처럼 쌓여있고, 기름에 흠뻑 절여진 다양한 튀김들이 접시를 가득 채우고 있다.

다이어트 생각에? 슬쩍 몸을 빼려는 순간, 복 떨어지게 왜 깨작거리냐는 할머니의 불호령을 맞아버렸다...

SYSTEM :??역류성?식도염 및 식중독?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잘 들으세요. 선생님은 다시는 과식을...

콜레스테롤 가득한 명절 음식을?과식하게?되면 깜짝 놀라버린 위는 비정상적으로 팽창한다. 이는 변비 및 소화장애를 필연적으로 유발한다. 거기다? 과식까지 겹치면 고난이도 노동을 이기지 못한 식도가 역류하기 시작한다.

죽여..줘...

특히 전날에 만들어둔 음식들은 식중독균의 좋은 멋잇감이다. 정성 가득한 음식을?먹고 아픈 것은 너무?슬프지만, 식중독균이?그런?사소한?일들을?이해해줄?만큼?친절하지?않는다는?것을?기억하자.

WARNING!
- 장시간의 잔소리로 인해 멘탈이 남아나지 않습니다

원하지 않는 무한컨티뉴...

오랜만에?일가친척들과?함께하는?식사. 1년에 보는 날이 며칠 되지 않는 어르신들이 몇 십 년이 넘는 내 인생을 간섭하기에 바쁘다.

취직여부나 결혼선호를 묻는 잔소리는 이미 고전이다. 당장 그 일을 관두라는 구체적인 컨설팅까지 받는 순간 무어라 답할지 애매하기 까지 하다. 그렇게 지속되는 관심에 우리의 멘탈은 조금씩 금이 가기 시작한다...

SYSTEM :??스트레스성 질환?이/가 발견되었습니다!

"의사 은/는 진료를 포기했다!"

과도한?관심은?만병의?근원인?스트레스를?주기에?아주?알맞은 환경이다.? 신체적으로는 긴장성?두통 및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유발하며,? 장기간?이런?스트레스에?노출될?경우에는?면역?기능이?떨어져?다른?질병에?걸리기?쉬운?상태가?된다.

(기절)

집에 오자 마자 괜히 몸살 기운에 몸이 으슬거린다고? 걱정말자. 상당히 과학적이며 의학적인 인과관계라고 볼 수 있다.

6단어 처방전
- 도망가요, 명절. 가급적, 멀리. 더 멀리.

안-녕!

올해 명절에도 고통받은 당신, 건강을?전혀?해칠?리?없는?곳으로?멀리 떠나자. 매?년?제사상에?찾아오시는?조상님도?우리의?이런?모습을?바란 건 아니실 테니까.

스물 다섯 해를 우리집은 다섯?시간?넘게 도로?위를?굴러굴러 시골로 가곤했다. 한?번?다녀올?때?마다?온?몸?구석구석?아프지?않은?곳이?없다.?부모님은 어디든?기대어?잠들기?바쁘셨고?동생은 마감이 코 앞으로 다가온 과제들을 해야만?했다.

그래서 결심해본다. 다음 명절에는 고향에 가지 않기로. 매 년?고향에?다녀왔다면,?올?해?한?번?쯤은?다녀오지?않아도?괜찮다는 마음으로 내 마음 속 유교적 양심을 설득해본다.

인면조님, 괜찮다고 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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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현

박상현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자주 길을 잃습니다. 가을의 온도 만큼이나 마음이 닿는 것은 아직 마주친 적 없고, 좋아하는 노래는 자주 바뀝니다.
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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