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신문물 _ IKEA
예쁜 것 좋아하는 사람치고 이케아 특유의 조립식 DIY 가구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걸 해외직구로 사서 쓰는 용자도 드물었던게 사실.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던 이케아가 드디어 상륙했다. 1호점은 KTX 광명역 앞! 개장 첫날에만 2만 명이 발도장을 찍었다. 누가 뭐래도 올해의 신문물, 인정.
올해의 피사체 _ 러버덕
모든 논란을 뒤로하고 제2롯데월드는 일단 너무 크다. 썩 좋은 피사체는 아니다. 웬만한 카메라 렌즈에는 다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서일까? 바로 옆의 석촌호수에 16m 크기의 거대 고무오리가 샛노랗게 떴을 때 그 앞으로 달려간 사람들은 무려 480만명. 카메라 렌즈에는 물론, 모두의 추억에도 쏙 들어오는 깜찍한 피사체였다.
올해의 멘토 _ 신해철
개인적으로는 8월 말의 어느 강연회에서 그를 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인생이 안 풀리면 무조건 리부트를 해라, 어차피 우린 태어나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으니까 나머지는 보너스 게임처럼 즐겨라”라는 그의 강연이 유독 유언처럼 들린다. 그는 그대로 살았고 가르쳤고 훌쩍 떠났다. 남은 미련은 순전히 나의 과제일뿐.
올해의 슈뢰딩거 _회장님
완전히 밀폐된 대기업 안에 회장님과 지배구조가 담긴 서류가 있다. 서류 위에는 자녀들이 있고 사망 소식이 감지되면 자녀들이 들이닥쳐 지배구조가 깨지는 구조고 결국 대기업은 죽고 만다. 회장님은 매달 50%의 사망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 이럴 경우 7달이 지났을 때 회장님은 어떤 상태로 존재하는가?
올해의 타령 _ 렛잇고
애니메이션 노래도 국민노래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거의 최초의 사례. 국민의 4분의 1이 관람한 영화답게 어딜 가나 “렛잇고~”가 들려왔다. 손자와 할아버지도,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실력 있는 가수도 너나 할 것 없이 전부 렛잇고를 불러대니 보니 엘사의 성대가 심각하게 걱정될 정도.
올해의 슬픈 생존왕 _ 임 병장
5킬 0데스 같은 드립들로 희화화되긴 했지만 분명히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 궁지에 몰리면 누구나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는 걸까. 그는 23일 오후 2시 55분 자해 시도 끝에 국군강릉병원으로 후송되기까지 약 42시간 동안이나 군의 수색망을 피해 다녔다. 무려 9개 대대급 병력의 추적을 뿌리친 그도 군대라는 시스템에서는 살아남지 못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올해의 돌연사 _ 살아남아라! 개복치
죽음에 대한 유쾌한 접근은 죽음을 극복하는 다른 방법이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까지 한 ‘살아남아라! 개복치’의 미학 역시 맞닿아있다. 우리의 개복치는 무려 스물네 가지 방식으로 돌연사하는 것과 동시에, 죽을수록 강해지는 모습까지 선보인다. 어쩐지 이것저것맛보고 만지면서 자라온 우리의 유년시절이 떠오른다. 한 번 죽으면 안 하게 되는 여타 게임과는 분명히 다른 맛.
올해의 외국인: 프란치스코 교황
그는 방한 내내 한반도 전체를 열광시켰다. 위안부 할머니, 쌍용차 정리해고자 등 우리 사회의 눈길에서 벗어나있던 이들을 희망과 위안을 전달했다. 특히 세월호 유가족의 농성장을 지나며 직접 피해자의 손을 잡아준 것은 방한의 하이라이트. 권력을 가진 이 그 누구도 함께하지 않던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모습, 그것이 그가 우리를 열광시킨 이유였다. 4박 5일간 푸른 눈의 외국인과의 짧은 만남은 끝났다. 숙제를 해결하는 건, 온전히 남은 자들의 몫이다.
올해의 광고 _ 수박수박
수박수박수박수박수 수박수박수박수 수박수박수박수박수박수 수!박!수!박!박!수박!수박수! 수박수박쑤!….´엔트으리´ 논란에 부진한 대표팀 성적만 6월의 짜증지수를 높였던 건 아니다. 시도때도 없이 흘러나오는 높은 톤의 수박송은 가히 노이로제 수준이었다. 노래를 듣다 옆사람을 무심코 때려고 정당방위로 취급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산x머니, 그x컴퓨터아트학원의 대기업 버전.
올해의 정당 _ 통합진보당
헌정 사상 최초로 한 정당이 법에 의해 강제해산되었다. 무려 8:1이라는 압도적인 결정. 통합진보당의 강령인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식 사회주의와 유사성을 가지며, 당의 주도세력이 체제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홀로 반대 의견을 낸 김이수 헌법재판관의 말로 할 말 없는 공간을 채워본다. "정부와 권력에 대한 비판적 정신과 시각이 북한과의 연계나 북한에 대한 동조라는 막연한 혐의로 좌절되는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주장과 유사하다는 점만으로 북한 추종성이 곧바로 증명될 수 있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올해의 거품 _ 허니버터칩
진열과 동시에 품절, 품절, 또 품절! 한 사람당 1봉지 이상 살 수 없다고? 일단 사려면 줄을 서야한다. 금도 아니고 그깟 과자 한 봉지가 사람을 쥐락펴락한다니. 그 와중에 SNS에 나돌던 사람들의 인증짤들이 내 염장을 지른다. 가장 강력한 마케팅은 입소문이라는 클래식이 다시금 증명되었다. 근데, 짠 맛이 더 강했어야 해.
올해의 발명 _ 셀카봉
어쩐지 마법소녀가 주문을 외치며 번쩍 들어올리는 요술봉을 닮은 기괴함. 첫 인상은 그랬다. “누가 살까 싶은”그 물건은 알고보니 나 빼고 다 사고 있었다. 막상 써본 사람들은 알 것 이다. 길이에 따라 더 많은 사람들을 화면 안에 담아낼 수 있는 용이함과, 더욱 자연스레 보정되는 드라마틱한 변화. 고전적인 기술을 모태로 한 21세기 융복함의 결정체.
올해의 금니환향 _ MC몽
음반발매와 동시에 전곡을 차트에 줄세우는 위엄. 단순히 노이즈마케팅이라고 넘기기엔 그 파급효과가 상당히 길었다. 음지에서 다른 이름으로 음악을 만들었건, 자신을 디스하는 사람들을 디스하는 가사를 썼건, 어쨌든 올 한해 대한민국 곳곳에서 가장 많이 들린 그의 소리. 논란을 나열하면 이빨만 아프고, 어쨌거나 올해 최고의 금니환향 인정.
올해의 마약사범 _ 유병재
개인적으로 유병재를 간단하게 인터뷰한 적이 있었다. 덤덤한 표정으로, 격하게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웃겨서 인터뷰 내내 한참을 끅끅거렸다. 본업이 작가라 대본도 쓰고 ‘가끔 출연도 한다’라고 말하기에는 솔직히 너무 잘 나간다. 최근에는 속옷 디자인 분야에서도 관심을 돌리는 듯. 아무쪼록 그의 약쟁이 라이프가 쭉 이어지길.
올해의 정책 _ 싱글세
한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가 1인 가구(와 무자녀 가구 등)에 세금을 매기자는 말을 꺼냈다. 이 말을 들은 전국의 몇천만 솔로가 분노하자, 다음 날 정책적으로 검토된 적이 없다고 바로 해명. 요즘의 ‘싱글’들이 왜 혼자 살고 있으며 결혼도 출산도 포기한 것일까. 과연 ‘높으신 분’들은 그 이유를 생각이나 제대로 해 보신 걸까. 온 세상 솔로들의 마음을 후벼판 최악의 정책이었다.
올해의 건축물 _ 제2롯데월드
놀이공원인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복합 쇼핑몰이었다. 사무동을 시작으로 영화관부터 마트, 명품관, 쇼핑몰, 공연장, 아쿠아리움까지 없는 게 없다. 문제는 자꾸 터지는 부실공사 논란. 바닥에 균열도 생기고 구멍도 나고 물도 새고 그러다 영화가 리얼 4D로 변하기까지 하는 데도 일단은 성업 중. 하인리히의 법칙을 생각해 보면 많이 불안하기는 한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니 일단은 지켜볼 수밖에.
올해의 캐릭터 _ 연민정
하반기에 장그래가 있었다면 상반기에는 연민정이 있었다. ´아내의 유혹´에 이어 막장 드라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그녀는 주인공 ‘장보리’를 그야말로 지워버리면서 <왔다 연민정>으로 등극하였다‘ 그녀의 악행을 실제 죄목으로 따지면 최대 징역 13년. 시청자들을 매주 TV앞으로 소환된 이유가 있었다. 격이 다른 악녀의 진수를 보여준, 단연 올해의 캐릭터.
올해의 소지품 _ 마이보틀
무얼 넣어도 그대로 드러나는 투명용기 사용 인증샷이 어느 날 갑자기 우리의 타임라인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정체는 일본에서 물 건너온 물병, 마이보틀. ´어머, 너무 예뻐´, ´어머, 이건 꼭 사야해´ 과 함께 붙은 인증샷들은 우리의 마음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했나보다. 허니버터칩만큼이나 SNS효과 제대로 본 제품. 막상 받아보니 그 정도로 이뻤나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거나 많은 이들의 소유욕을 자극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올해의 비정상 _ 비정상회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대박´을 이어가는 믿고보는 JTBC 예능. 그리고 그 중심에는 비정상회담이 있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구사하는 유창한 한국어에 시청자들은 아주 뻑이 갔다. 하지만 백인들만 모아놓은 사대주의적 프로그램이라는 비판부터 ‘기미가요’ 오프닝이라는 선보였던 흑역사를 제조하기도. 심지어 ´터키 유생´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던 에네스 카야의 총각 행세 논란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이 와중에 시청률은 소폭 상승했다고. 논란의 중심이 될수록 시청률은 오르기만 하다니, 이모저모 올해의 비정상 인정.
올해의 앱 _ 텔레그램
정부의 카카오톡 검열이 이슈화 되면서 사람들은 ´텔레그램´으로 대거 망명을 가게 된다. 5~7일간 서버에 대화내용이 저장되있던 기존의 카톡과 달리 서버에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 텔레그램의 가장 큰 장점. 아기자기한 디자인과 이모티콘은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은근히 눈에 거슬렸던 광고까지 없애버린 심플함은 21세기 망명가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또한 개발자의 수려한 외모도…아, 아니다.
올해의 미풍양속 _ 모 항공과의 페북 예절
세계 최초로 페이스북 셧다운제를 운용한 곳이 있었으니…바로 모 항공과 학생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남긴 것도, 댓글을 단 것도 아닌 친해지고 싶어서 누른 새내기의 ´좋아요´ 하나로 인해 학교는 대혼란의 시대로 접어든다. 기본적인 예의를 모른다며 공개적으로 타박한 선배를 시작으로 입학 전부터 ‘그’ 새내기의 이름이 널리 퍼진 것이었다. 이러한 미풍양속에 감동받은 사람들은 이 모습을 캡쳐하여 전국에 널리 널리 퍼뜨렸다. 15학번 새내기들은 무서운 선배님들에게 2G폰을 조심스럽게 추천해보자.
올해의 명절 _ 블랙프라이데이
소문난 잔치에는 먹을 게 없다더니, 얼마 전 한국에 상륙한 ´블랙프라이데이´는 실속없다는 말이 너무도 어울렸다. 해외 직구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위기의식을 느낀 국내 유통업자들이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랍시고 열긴 열었지만… 대대적으로 내보내던 광고와는 달리 큰 할인율을 적용한 물품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실제로 모 오픈마켓이 준비한 반값할인 캐나다구스는 고작 36벌. 대학교 수강신청을 방불케했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올해의 뒤통수 _ SM
스릴러보다 짙은 배신과 아침드라마보다 더 자극적인 사건으로 가득했다. EXO의 주축이었던 엑소멤버 루한과 크리스, 심지어 소녀시대 제시카까지 이어진 탈퇴. 거기에 소속 가수들의 열애설로 인한 잡음들은 그야말로 팬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MAMA와 연말 시상식에서 메인을 장식하며 여전한 SM의 저력을 보여 주었지만, 내년은 또 모른다…
올해의 웹툰 _ 찌질의 역사
그동안 대학의 로망을 다룬 웹툰들을 많았지만 숨기고 싶은 실수투성이의 현실을 이렇게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웹툰이 있었을까. 찌질의 역사의 등장은 우리들의 대학생활이 전부 핑크빛만은 아님을 보여주었다. 지우고 싶은 기억을 자꾸만 공개시키는 이 웹툰은 비슷한 일을 겪었던 사람에게나 또는 겪지 않았던 이들 모두에게 한입 모아 암유발 웹툰이라고 말하게 하는 공감을 얻어냈다 욕하면서 계속 찾아보는 웹툰.
올해의 부업 _ 소유
씨스타 내에 효린의 가창력, 아육대에서 보여준 보라의 운동신경부터 다솜의 연기 활동까지 자기 영역이 확실한 멤버들 사이에서 소유라는 이름은 어쩐지 애매한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 소유는 다르다. 다양한 장르의 보컬들과 함께 보여준 케미는 결국 썸에서 절정에 이르러 연말 시상식에서 당당히 음원 대상을 차지하기 까지했다. 어느새 부업이 본업보다 흥해버린, 이제는 씨스타의 어떤 멤버보다 바쁜 일 년을 보낸 소유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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