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전국 8도 각 권번(기생연합)의 녀성 창자들이 경합하여 화제가 됐었던?<언부리투 판소리>가 또 다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바로 애띤 외모로 뭇 총각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옥경'의 '엿가락 욕' 때문.
지난 3월 열셋째날 종로에서 한성권번 옥경과 한남권번 묘향이 소리 고수 김창만 선생이 새롭게 제작한 '자진모리 장단' 수궁가 콜라보를 차지하기 위해 경합을 벌였다.이 경합은 '예쁘장한 녀성'의 대명사로 불렸던 옥경과 '드센 녀성' 묘향의 대결이기에 더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두 녀성은 수궁가 완창 컴페티숀을 마친 후에도 열을 참지 못하고 서로 돌아가며 헐뜯음을 멈추지 않았다.
묘향이 "넌 얼굴만 예쁜 계집" "너는 진짜 황진이 같지만 황진이가 되진 못해. 그건 너도 알지?" 라며 옥경의 심사를 뒤집었고, 이에 뿔이 난 옥경은 "난 잘난 척을 못해 잘났기에. 소릴하는 동안에도 난 양반들 사랑, 이 판이 전부인 너랑은 달라. 상대하기 번거로와"라는 즉흥 소리로 맞불을 놨다.
또한 옥경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난 여기서 무슨 짓을 해도 욕먹어. 그러니까 자넨 이 타이밍에 엿먹어" 라며 준비한 엿가락을 꺼내들었다. 지금까지 보여준 예쁘장한 외모로는 상상도 못했던 옥경의 도발은 그녀를 사모하던 남성들을 모두 아연실색하게 했다. 맞불 소리 후 옥경은 "한지로 엿가락을 가려달라. 권번에서 보면 회초리를 맞을 수도 있다. <언부리투 판소리>니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원래의 수줍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난 2월에도 대동(평양)권번의 명월이 "우린 같은 권번 아니야. 이건 컴페티숀이야" "나는 이 소리판의 중전마마, 너희들은 다 병풍" 이라며 중전마마를 입에 올려 화제를 모은데 이어, 이번 옥경의 엿가락 욕으로 전국 8도 제일의 녀성 창가를 뽑는 <언부리투 판소리>에 대한 관심은 더 뜨거워지게 되었다.
옥경의 욕을 곁에서 본 청자들은 "한성권번 기생 옥경, 대박이네" "한남권번이 욕지거리에서 밀리다니" "오라질년, 감히 우리 묘향 언니에게"와 같은 반응을 보였고, 현장에서 진행을 맡은 남사당패 산이 또한 "권번 기생들이 다시 보인다. 패거리 보다 기생들이 더하다"며 학을 뗐다.
한 편에선 '녀성 소리꾼들의 욕지거리가 말이 되느냐'는 항의가 무성하지만, 조선 팔도는 점점 더 <언프리티 판소리>의 북장단에 빠져드는 듯 하다. 최고의 창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8도 기생들의 기싸움이 과연 어디까지일지 점점 더 흥미가 진진하다.
1920년대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일은, 1920년 경에 전국 주요 도시에 권번(기생 조합)이 설치되어
여기서 판소리를 가르치기 시작함으로써 다수의 여자 창자가 배출되었다는 점이다.
- 판소리 학회, <5명창 시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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