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탐라 갤러리: 과학의 날 사생대회

Science Day Sketch Contest (2016.4.9.-2016.4.22, 서울숲 일원)

| Science Day Sketch Contest
2016.4.9.-2016.4.22.

| 참여작가
문여름 윤형기 이찬영 임아연 조현익 최희선 하민해 한소현 허자인 황유라 (가나다순)

| 장소
서울숲 일원

| 주최
트웬티스 타임라인

| 전시기획
바로그찌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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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사생대회(寫生大會)란 한국 특유의 교육 문화의 일환이며,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서는 ‘살아 있는 풍경을 베끼는 대회’이다. 20세기를 학창 시절로 보낸 대한민국의 모든 세대는 사생대회에 반드시 한 번 이상 참가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사이버스페이스와 현실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21세기가 되면서 교육 패러다임 역시 시대적 대전환이 이루어졌고, 살아있는 자연 풍경을 그대로 잘 베껴 그리는 대회로서의 사생대회는 그 의미가 그야말로 퇴색되어 버렸다. 이제는 교사도, 학생도, 심지어 스쿨버스 운전수도 사생대회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는다.

10명의 20대 작가들이 ‘과학의 날 사생대회’를 기획하고 참가한 것은 바로 이 시사점에서 기원한다. 그들은 ‘미래 21세기 세상에 어떤 과학적 성취가 있을 것인지 상상해서 그려 보라’라는 지시를, 20세기말에, 공원이나 강변이나 숲 속에서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그렸던 미래는 이제 ‘이미 도래했지만 아직 도래하지 않은’ 어떤 지향적 관념으로서만 남아 있고, 그들이 어렸을 때 그렸던 그 그림의 원본은 진작에 유실된 상태다. 예전의 그림을 찾을 수 없다면, 지금의 시각으로 재현해내면 되지 않는가?

실제로 서울숲 일대에서 단체 작업을 개시한 <과학의 날 사생대회>는 바로 이 관념의 현재적 재현과 업그레이드를 추구하는, 그럼으로써 미래를 현 시점에 상상한다는 것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작업으로서의 의미가 있다. ‘벚나무’와 ‘알파고’가 합성된 인공지능 벚꽃부터 도심 한가운데의 거대한 공용 공기청정기, ‘증강현실 최상석 콘서트 체험’까지, 지금을 살아가는 기초적 과학 관념의 소유자들이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최선의 방식들을 집약했다. 물론, 그 옛날 1990년대에 익숙하게 볼 수 있었던 “우주 엘리베이터”도, 작품 중에 있다.

글 엽토군

 


 

한소현 핵전쟁 하는 날

한소현, 핵전쟁 하는 날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폭탄을 쏜다. 자기는 안맞을 테니까 어떻게 되든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핵무기를 쏜다. 부자들은 방공호를 파고 자기는 안 맞을 테니까 괜찮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핵은 평등하다. 너도 한방, 나도 한방.

 

조현익 무궁화 꽃이 피었읍니다

조현익, 무궁화 꽃이 피었읍니다

서울숲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렇지. 역시 무궁화 꽃이 피어야 한다. 제 5공화국이 이루지 못한 꿈, 우리 과학기술의 희망, 뉴클리어! 마침 우리도 자위적 핵무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여론도 그 세를 크게 불리고 있다. 아, 희망찬 미래, 아아 대한민국!!

 

임아연 무제 동음반복

임아연, 무제:동음반복

일백년 뒤, 사람들은 환경오염으로 인해 호르몬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피부색이 형형색색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언제나 다수의 논리는 정의가 된다. 기존의 피부색이 무능하게 취급되는 '다채로움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기술의 편리함은 인류를 살찌게 만들었다. 그냥 찌는 게 아니다.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뒤룩뒤룩 쪘다. 호흡기를 달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와중에 약한사람들은 차지할 자리가 없어 구석에 있거나 밟혀있다. 그렇다. 예나 지금이나 바뀐 것은 없다. 우린 망했다.

 

황유라 2036년엔 에블바리 최상석

황유라, 2036년엔 에블바리 최상석

가상현실이 잘 구현된 2036년에서는 방구석에 있는 사람들도 VR기기 하나면 스탠딩 1열처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무릎이 아플 것 같아서 걱정이었던 샤이니 환갑잔치도 이제는 문제 없다. 정말로 다행이다.

 

윤형기 hello I'm ButphaGo

윤형기, hello? I'm ButphaGo

미래사회에는 인공지능 기술과 생명공학이 발달하고, 사이보그 기술이 폭넓게 개발될거라 생각된다. 그런 분야가 인간에게만 한정되지 않고 전 분야에 접목될 것이 분명하다. 식물 역시 스스로의 상태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자신을 케어하는 인공지능 벚꽃 벚파고가 등장하지 않겠는가? 커플들이 지나가면 순식간에 꽃잎이 떨어지는 기술의 발전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이찬영 무제:커뮤니케이션

이찬영, 무제:커뮤니케이션

작품은 두 사람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 그들의 뇌를 들여다 보면 파란색 네모칩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것의 정체는 바로 소형번역기. 우리의 뇌에 있는 작은 소켓에 이 칩을 넣으면 상대방의 언어를 이용자의 모국어로 변환해서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이렇게 인류를 구원하게 될 것이다. 내 영어 성적도 어서 구원받기를 바란다.

 

허자인 이동수단의 신기원

허자인, 이동수단의 신기원

인류의 이동수단은 계속해서 진화했다. 말에서 기차로, 자동차로, 비행기로. 요즘은 드론 택배도 보내는 시대다. 그렇다면 우리는 의문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제는 어떠한 이동수단이 등장할 것인가? 작가적인 관점으로 봤을때, 유력한 대안은 우주 엘레베이터다. 이제 어느 지역에나 설치된 우주 엘레베이터를 통해 정거장에 탑승할 수 있다. 그렇다. 누구나 손쉽게 헬조선을 탈-출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멋진 신세계가 시작되었다.

 

문여름 리버스 : 호흡 1

문여름, 리버스 : 호흡 1

미래의 지구. 산소가 부족하다. 식물이 유일한 대안이 되었다. 사람은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산소를 통해서만 호흡할 수 있다. 귀여운 강아지도 예외일 수 없다. 그렇게 지구의 주인을 자처했던 종들은 많은 것을 제약받게 되었다. 동시에, 식물들이 오래토록 꿈꿔온 승리가 조용히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민해 뷰티트리

하민해, 뷰티트리

'내일 뭐 입지'에 대한 공포는 식물에 대한 학대로 이어졌다. 이제 식물은 주인을 위해 오늘의 코디를 제공하게 된다. 인류는 주렁주렁 열려있는 코디 중에서 하나를 획득하기만 하면 된다. 인간의 이기심은 미래에도 여전하다.

 

최희선 먼지나라

최희선, 먼지나라

미세먼지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 대형건물들은 의무적으로 거대공기청정기로 변모하게 되었다. 여름에도 마스크를 쓰던 과거의 유행은 이제 관습이 되었다. 마스크를 벗는 일은 매우 예의없는 일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눈앞은 미세먼지로 여전히 깜깜하다. 우리의 미래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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