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 집사의 24시간 덕질일지

모니터에 있는 야옹아, 그래도 너를 사랑한단다

나만 빼고 다 고양이 있어... 나만 없어......

고양이를 좋아합니다. 키우고 싶습니다.?하지만 저는 한 생명을 책임지기엔 아직 너무 부족한 사람이고, 저의 동거인들이 그 친구와 함께 잘 살 수 있는 사람들도 아니죠. 그렇기에 나중에 독립하고 나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생기기 전까지는 고양이와 함께 사는 것을 보류해 놓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세상이 너무나도 좋아진 덕에 저 같은 사람들도 고양이와 함께 지내는 것과 같은 기분을 내며 하루를 보낼 수 있습니다. 비록 내 옆에 그들이 존재 하지는 않지만 랜선으로 그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뜨거워지는 노트북이(또는 핸드폰이) 마치 그들의 체온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랜선 집사의 바쁜 스물 네시간을, 지금부터 만나보시겠습니까?

 

AM 4:00

랜선 집사의 삶도 피곤..하고 싶습니다. ⓒ<뽀짜툰>, <옹동스>

집사들은, 보통 아침이라 불리는 시간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고양이들이 밥 달라고 깨우는 그 시간(대부분 새벽)이 바로 아침입니다. 새벽 네시쯤 일어나 고양이 밥을 챙겨줍니다. 잠에 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냥님들의 행복한 아침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새벽 4시에 알람을 맞춰 놓고 ?<옹동스> 150화 ”평생 처음”이나?<뽀짜툰> 61화 “숙면이 필요해” 를 읽으며 집사들의 새벽을 느껴보도록 합니다.

AM 10:00

아까 나의 잠을 깨운 고양이에게, 노래를 부르며 약을 올려봅니다. 고양이를 놀리다가 손을 물려 소리를 지르게 되지만, 그래도 뭐 어때요? 고양이와 함께 띵가띵가 놀 수 있는 현실에 만족하며 노래를 불러봅시다. 유튜브를 보면서 아리 집사님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손을 물려 소리 지르는 부분에서는 같이 소리도 질러봅시다. 스탠 바이 미!

 

PM 12:00

밥 챙겨 줄 고양이가 없으니 내 몸뚱아리라도 밥을 챙겨주며 영상을 보도록 합시다. 고양이들이 밥을 차려주는 수리노을 집사님을 보며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내고 다섯마리의 고양이들이 냠냠 밥을 먹을 때 그들을 보며 나도 냠냠 밥을 먹으면 매우 기분이 좋습니다. 먹성 좋은 이즈에 빙의하여 남은 한 톨까지 밥을 먹습니다. 냠냠.

 

PM 3:00

햇살이 드는 집에 있는 고양이들은 그렇게 예쁘고 평화로울 수가 없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들어 오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고양이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있자면, ‘아까 새벽에 아무리 날 깨웠어도 사랑할 수 밖에 없구나… 이 귀여움이 무기인 생명체들아’ 라는 집사들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너무 귀여워서 마구마구 만지고 싶기 때문에, 옆에 보들보들한 인형을 하나 구비해두고 보면 더욱 집사들의 행복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PM 5:00

사랑해 고양아... 아니 당신 말고요. ⓒ<꼼수새끼 내새끼>

집사들도 사회생활을 해야 하니, 나가기 싫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약속에 나가야 합니다. 집사들은 집에 나갈 때 고양이에게 인사를 합니다. 집 밖에서 말이죠. <꼼수 새끼 내 새끼>를 보며 꼼수 집사님처럼 집에 있을 고양이를 상상하며 아파트를 향해 하트 비슷한 원을 날려봅시다. 비록 이웃집 사람이 날 이상하게 보더라도요. 내 랜선 고양이들을 생각하면 전혀 쪽팔리지 않습니다.

 

PM 6:00

이런 아이들을 어떻게 지우겠어요 ㅠㅠ ⓒ<옹동스>

집 밖에 나가도 집사들은 집에 있을 고양이가 눈에 어른거립니다. 집사들은 그럴 때 핸드폰을 꺼내서 찍어 두었던 고양이 사진을 보곤 합니다. 집사들의 핸드폰에는 고양이 사진이 가득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고양이의 사진, 많이도 컸습니다. 그들과 함께한 즐거운 에피소드들이 기억납니다. <옹동스>를 보면서, 용량이 부족해도 고양이 사진을 지울 수 없는 집사님들의 마음을 느끼며 약속장소로 이동해 봅니다.

 

PM 9:00

집에 돌아 오면 문을 열자마자 고양이들이 집사를 반깁니다. 멀리서부터 뛰어와 쓰다듬어 달라고 발랑 누워서 배를 들이미는 고양이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죠. ‘누가 고양이가 정 없는 동물이라고 말했는지… 그 사람은 랜선냥이도 없는 사람이었을거야.’ 내 위치가 그 사람보다는 낫다는 승리감에 젖습니다. 비록 날 반겨주는 고양이는 실제로 존재하진 않아도 한손으로 영상을 틀고 다른 손으로 문을 열면서 마치 날 반겨주는 듯한 들깨의 모습을 봅니다. 랜선집사 집에 왔다~

 

?AM 00:00

이제 하루를 마무리해야 할 시간입니다. 자기 전에 고양이들 자는 모습을 보며, 오늘 하루도 랜선 집사로 사느라 수고했다고 내 자신을 토닥거려 봅시다. 얘들아…내가 비록 랜선집사지만 너넬 그 누구보다 사랑한단다....잘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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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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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사랑스러운 또라이가 되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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