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가 필요해 2가 방영된지도 벌써 삼 년. 하지만 여전히 많은 여자들의 가슴속에 살아 숨쉬고 있으니. 남녀 주인공의 대사 하나하나와 현실감 있는 상황 묘사를 보면 그럴만도 하다. 내 남친 옆에 앉혀두고 같이 보고 싶은 이 드라마의 매력은 1화부터 우리를 사로잡는다.
천 일째 기념일을 맞이한 석현과 열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알고보니 석현은 일이 남았다는 이유로 4시간 동안 열매를 방치 중이다. 참다 참다 폭발한 열매. ‘나 간다? 진짜 간다?’ 몇 번을 되물으며 끝까지 기회를 주지만 석현은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앉아있다. 화가 난 열매는 씩씩대며 밖으로 나와 보란 듯이 석현의 스쿠터를 발로 차버린다. 그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던 석현은 그제서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 입을 열며 한 말은 ㅡ'뭐 하는 짓이야?'
순간 밀려오는 비참함. 열매의 입에서 끝내자는 말이 나온다. 물론 마음속으로는 석현이 미안하다고 말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이런 열매의 마음도 모르는 석현은 ‘그래, 알았어. 가’ 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자, 정리해보자. 여자는 처음부터 화를 낸 것이 아니다. 심지어 여자는 제법 참았다. 그리고 여자의 진심은 이어지는 열매의 쓸쓸한 나레이션에서 더욱 강조된다.
그날이 우리가 처음 헤어진 날이다.
4시간을 기다려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첫키스를 하고 1000일이 지난 거 그런 것쯤은
나한테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냥…
열매
그렇게 바쁜데 왜 만나자고 했냐구!
석현
(열매의 손을 덥석 잡으며)
니가 옆에 있으면 더 잘 써진단 말이야. 딱 한번만 봐주라. 5시간 안에 끝낼게.
열매
…진짜 5시간이다. 그 이상은 안 봐줘.
석현
오케이.
(손키스 쪽) 고마워.
…나는 그냥 그 말 몇 마디면 됐는데…
별별 이유로 참으로 많이도 다투는 남녀 사이. 물론 그 싸움의 끝은 칼로 물 베기라는 옛 어른 말씀도 있지만, 자꾸 베이면 그래도 상처가 남는게 사람 마음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 빈도가 줄어든다면 그야말로 좋지 아니한가. 그래서 준비한, 알고 보면 참으로 쉬운 여심 사용 설명서.
주의사항
이 글은 여자는 무조건 잘났기 때문에 닥치고 존중하라는 말이 절대 아니다.
롤을 예시로 들어보자. 적팀 챔도 확인하지 않고 닥치고 픽을 박는 짭장인들, 상대방이 라인에 있든 정글에 있든 자기만의 길을 가는 트롤새끼들의 끝을 오빠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여자'라는 일반적인 존재와의 갈등도 마찬가지다. 아래와 같은 방법이 하나의 공략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오빠들이 생각해주면 참 좋겠다.
CASE 1 _
평소와 다르게 뚱해 보여서
화났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하면서 계속 툴툴거린다?
▶ 여자의 의도
본인이 생각해도 굉장히 사소하거나 별 거 아닌 일로 기분이 상한 경우다. 그런데 이걸 말하면 왠지 쪼잔하게 보일까봐 입을 닫고 있는 중이다. 마음은 정말 그냥 넘어가고 싶다. 그런데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게 표정으로 드러나는 걸 어쩐담. 그렇다. 내 마음 정말 나도 가끔 잘 모르겠다…
자연스럽게 상황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여간해서는 입을 열기 참으로 민망한 상황.
▶ 대처방안
이런 경우, 여자의 입을 열게 해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면 좋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어르고 달래는 것’이다. 아래는 우수 대답 사례.
- 나는 너와 같이 있는 시간 동안 웃으며 지내고 싶으니 한 시라도 빨리 너의 상한 기분을 풀어주고 싶다.
- 너의 생각이 궁금하다
- 내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알고 다음부터 고치겠다
여자를 위해주는 말, 나는 언제 어떤 얘기든 너의 이야기라면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믿음을 주는 부분들이 답변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고 있다.
다음은 그날 데이트를 바로 끝내버릴 수 있는 최악의 답변들이다.
- 답답하게 왜 이래?
- 무슨 말이라도 좀 해봐
- 화도 안 났는데 표정이 왜 그래?
버럭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여자의 입은 더욱 굳게 닫혀 영원히 열리지 않거나 사소한 섭섭함이 배로 커질 가능성이 높다. 조금 답답하더라도 침착하게 난관을 타개해야 한다. 오빠들아, 급할수록 돌아가자.
CASE 2 _
장미꽃을 선물해달라고 한 그녀.
다음 날 바로 사주니,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심지어, 뭔가 불만이 있어 보인다?
▶ 여자의 의도
이해한다. 이 무슨 앞과 뒤가 다른 상황인가 싶을 수 있다. 사달라고 해서 사줬더니, 얘가 왜 이러나 싶고. 어쩌면 성격파탄을 의심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대로 화내면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우리는 올바른 이용방법을 통해 일상의 평화를 구하고자 모이지 않았는가.
설명하겠다. 여자는 아마 당신의 깜짝 선물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참다못해 말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말하는 여자도 매우 부끄럽고 민망하다. 하지만 '말하지 않으면 남자는 모른다고 하잖아' 와 같은 옛 어른들의 말씀을 굳게 믿고 당신에게 귀뜸해 준 것이다.
▶ 대처방안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부담가지지 말자. 그냥 기억해두는 것이 포인트.
- (보름 뒤에 갑자기) 자, 장미꽃이야.
바라는 것을 알게 된 직후 바로 그걸 해주는 행위에 대해 여자는 ‘엎드려 절 받기’ 혹은 ‘날로 먹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최소 보름 정도의 기간 동안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다가, 여자가 그 사실을 잊었을 때쯤 자연스럽게 준비해달라는 것이 그녀의 본심이다.
다음은 서로의 관계를 영 좋지 못하게 만들 수 있는 답변들이다
- 아 니가 사달라매
- 장미꽃으로는 성이 안 찬다 이거지?
- 줘도 지랄이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CASE 3_
화해하려고 사과를 했는데 듣지를 않는다.
오히려 시비를 거는 것 같은데,
이쯤되면 막 가자는 신호로 이해해도 될까?
▶ 여자의 의도
대화를 통해 얘기를 많이 했다거나 사과를 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여자의 답답함이 가시지 않는다면 얘기는 아마 계속 반복될 것이다. 또 하나, 여자의 대화는 어떤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이 아니다. 대화를 통해 나의, 그리고 상대방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 이것을 탐색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 없이 대화가 그냥 끝나버린다면 .. 아마 싸움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다.
▶ 대처방안
최선의 방향은 하고자 하는 말을 적절한 리액션과 함께 들어주는 것. 개인차가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녀의 말이 소강상태를 보일 때가 올 것이다. 이때다. 최대한 미안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사과를 건내자.
- 듣고보니 그랬던거였구나, 앞으로 조심할게
- 아휴 우리 자기 마음이 그랬었구나. 내가 미안해
- 내가 잘 몰랐다 그치? 앞으로 조심할게
앞선 대화에 대한 공감과 동시에 사과가 진행되고 있다, 이런 대화의 경우 여자는 자신이 대화가 상대방에게 인지되었다는 만족감과 함께 지 잘못도 돌아볼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티를 안 내서 그렇지…
사과를 했는데도 여자가 받아주지 않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 내가 미안해. 미안한데, 근데.
- 아니 그런데 그건 니가 잘못한 게 맞잖아
- 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그건 아니잖아.
여자가 지금까지 진행한 대화가 전혀 유효하지 않았다는 것이 증명됨과 동시에, 공감이 아닌 쌍방과실에 대한 입증을 중점에 둔 답변들이다. 이런 경우의 끝에 여자가 빡친 나머지 '헤어져' 스킬을 발동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내일은 예시 문제를 통해서 바로 바로 복습해보겠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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