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은 내가 알아서 합니다

그러니까 그 입 좀 다물어 주세요.

좋을텐데 아무나 손 꼭 잡고 니가 연애의 길을 걸었으면

연애경험 0번보다는 10번이 낫죠.

JTBC <마녀사냥>에 올라온 모솔에 대한 사연?앞에서 ‘감성 아재’ 성시경은 망설이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하다 하다 이제는 맘 편하게 뒹굴거리면서 보고 있던 TV에서도 고나리질을 당한다.?묻고 싶다. 아니, 모솔이 사회에 무슨 피해를 준 것도 아닌데, 왜들 그렇게 잡아먹지 못해서 안달인가? ?도대체 모솔이 뭐길래, 이토록 안 좋은 취급까지 당하며?기피되는 걸까?

모다?

대체 이 상황은 모다?

 

바다만한 오지랖이 날 집어삼키려 해 내가 솔로라는 이유로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본 “모솔”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모솔은 ‘모태솔로’의 줄임말로써 한 번도 연애를 해 보지 못한 사람을 지칭한다.

좋아, 그렇다면 이제 ‘연애’의 정의도 찾아보자.

연애는 남녀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명사다.

그렇다면 모솔은 ‘노답’이나 ‘연애 고자’가 아니다. 단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상대를 아직까지 만나지 못한 사람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자, 다시 생각해 보자. 세상에 모솔이 존재하는 것이 그리도 유난스럽게 걱정하고 놀라워할 일인가? 분명히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놀랄 만한 일이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서 ‘모솔’은 일종의 낙인으로 기능한다.

그래. 그런 분위기에 못 이겨서 연애를 한다고 치자. 열심히 사랑할 것이고, 그러다 식을 것이다. 그렇게 하나의 관계를 끝내고 다시 솔로가 된 사람이 있다. 적어도 ‘모솔’이 아니게 되었으니 이제는 안녕할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연애에 대한 의무가 무슨 법 무슨 법으로 제정된 것이 분명하다. 세상에, 솔로 기간이 6개월만 넘어가면 주변에서 아주 난리다. ?먼저 부탁한 적도 없는데 나서서, 새로운 연애 상대를 찾아봐 주겠다는 사람이 줄을 선다.

야이 사랑꾼들아!!!

야이 사랑꾼들아!!! ⓒ채널A ‘명랑애정단’

이쯤 되면 “솔로”라는 상태가 단순히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정도가 아니라, 무슨 결함이 있음을 폭로하는 지표인 것만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나 다들 비정상적인 솔로 상태에서 벗어나 얼른 ‘연애 중’이라는 정상 궤도에 올라타라고 사람을 압박하겠는가. 아무나 일단 만나 보라고 권하는 사람들의 ‘선의’는 그렇게 오늘도 계속된다.

 

한심한 모솔로 보는 너의 시선이 난 너무나 웃겨

<무한도전>에서 작년에 방영된 ‘로맨스가 필요해’ 특집도 그렇다.?프로그램 속에서 김제동은 단지 솔로라는 이유만으로 그저 쓸쓸하고 외로운 이미지로 묘사되었다.?억지로 소개팅을 성사시키려는 무도 멤버들에게 김제동은 ‘나는 괜찮다’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항의했지만, 그의 외침은 우스꽝스럽게 취급되고 만다.

뭐 거의 범죄자 취급이죠 ⓒMBC 무한도전

뭐 거의 범죄자 취급이죠 ⓒMBC 무한도전

누군가에게 이것은 익숙한 장면이다. 왜 연애 안 하느냐는 물음에는 항상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하게 대답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웃음뿐이다. 하긴,?몇천 명 앞에서 강의를 하고, 전국민이 보는 예능 프로의 MC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사람도 저런 취급을 당하는데, 내 말이 먹힐 리가 없겠지만서도.

누군가는 사랑을 시작하는 데 있어 신중한 성격일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과거에 깊이 사랑했었던 누군가를 잊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의 사랑보다 자신의 꿈을 더 중요시할 수도 있고, 연인과 함께 있기보다 가족과 함께 있기를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진짜 이유를 입 밖으로 꺼내기가 너무도 힘들다.?일제강점기나 6.25 전란 중에서도 사랑을 했다는 사람들 앞에서, 대체 나는 무슨 말을 했어야 했나.

리모콘만 드리면 거의 조종하실 기세 ⓒMBC ‘뜨거운 형제들’

리모콘만 드리면 거의 조종하실 기세 ⓒMBC ‘뜨거운 형제들’

 

너는 사랑을 말하지만 그건 좀 곤란해

다른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것, 대단한 일이다. 오죽하면 과거 많은 철학자들이 사랑의 위대함에 대한 명언을 남겼고, 오늘날에도 사랑은 노래와 그림 또는 글로써 찬양하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것이라도, 그것을 잠시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고 만나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라는 상식은, 언제가 되어야 우리 사회에서 꽃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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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선

최희선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기숙사 죽순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