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 ① 비관론: ‘별풍선’이 있는 한 어림없다

BJ의 수익과 시청자의 인정 욕구가 악순환을 하게 되기에.

드디어 아침뉴스에도 거론된 별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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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도 이 뉴스를 접하셨나 보다. 그리고 내가 인터넷 잡지를 만든다고 하니까 아무래도 걱정이 되셨던 것 같다. “얘, 요즘 그 별풍선인지 뭔지 인터넷으로 주고받는 게 문제가 많다던데, 그게 뭔데 이렇게 난리래니?” 드릴 말씀이 없었다. 그게 뭔지 몰라서가 아니었다. 모르기는커녕 너무나 잘 안다. 우리 세대가 그걸 주거나 받는 일에 썩 익숙하며, 굉장히 관심이 있고, 한국 인터넷 생방송 내 각종 문제의 싹이 그것이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별풍선’이라는 이름의 그 싹은 지난 몇 년 사이에 손쓸 도리도 없이 빠르게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어, 지금은 한 그루 거목과도 같이 그 위세를 무섭게 떨치고 있다. 그리고 그 가지 끝에는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만큼?선정적이고 과격한 방송이라는 열매가 열리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을 차마 그 찰나의 순간에 다 설명해 드릴 수 없어서, ‘아 그거 무슨 돈 같은 건데 그거 벌려고들 그러는 거야’라고 대답해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여기서는, 미처 다 드리지 못했던 그 설명을 드리려고 한다.

 

처음에 그것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었다

2005년 5월 ‘w 더블유’ 라는 이름의 베타서비스가 시작되었을 때 그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를 통해 실시간 영상을 송출할 수 있고, 채팅도 같이 할 수 있는, 2000년대 중후반에 행동력 좀 있다 싶은 업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건드려 봤던 ‘스트리밍’ 서비스였다. 그리고 그 채팅창을 꾸미는 아이템을 뿌리는 기능이 있을 뿐이었다. 지금도 그 흔적은 ‘스티커’ 등의 유료 아이템에 남아 있다.

아프리카TV 스티커 아이템 설명

하지만 이런 아이템이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아프리카TV

인기를 얻은 ‘w 더블유’가 2006년 3월 ‘afreeca’로 이름을 바꾸고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채팅창을 꾸미는 아이템이 하나 더 추가된다. 바로 “별풍선”이었다. 지금이야 악명 높은 ‘현금 환급’부터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막강한 유료 서비스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액면상 기능은 딱 두 개였다. BJ가 현금으로 환전하여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채팅창에 등장하여 잠시 주목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사소해 보인다고? 우리도 그런 줄 알았다. 우리 중 누구도, 우리가 이렇게까지 모두의 관심과 수익 창출을 원하는 사람들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인터넷의 속성을 최대한 활용한 아프리카TV만의 방송 형식은, 인터넷과 함께 자란 10~20대의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빠른 시간에 급격히 성장했고, 어느샌가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관심과 수익의 순환’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어리둥절해하면서도 이미 반응하고 있었던 우리들

TV, 라디오, 신문, 잡지 같은 기존 매체에 식상함을 느끼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잘 정돈되어 나온 양질의 콘텐츠보다, 지금 당장 야생미 넘치게 튀어나오는 구경거리가 더 재미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나름의 구성을 준비한 방송 진행자에게 무리한 것을 즉석에서 요구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내용들(contents)도 속속 생겨났다. 지금이야 흔해질 대로 흔해진 ‘먹방’, ‘겜방’이지만, 그게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는 가히 혁명적이었다. 앉아서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게임을 하는데, 그걸 같이 앉아서 구경하는 게 재미있었던 것이다.

아프리카TV BJ밴쯔 후르츠치킨 먹방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그나마도 ‘먹방’ 유행 초기에는 “도전 쇼” 정도로 받아들여졌었다. ⓒ밴쯔

그리고 이런 새로운 형식, 새로운 방향, 새로운 콘텐츠의 정점에 ‘별풍선’이 있는 것으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남들도 하길래 호기심에 별풍선을 한 100개 정도 구입해서 ‘쏴’ 봤는데,?그 즉시 눈앞의 BJ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서 “감사합니다” 넙죽 인사를 하고 지나가는 것을 우리는 본 것이다. 별풍선의 정체에 대해 이제서야 허둥지둥 나오고 있는?“BJ들의 수입원인 동시에 팬들의 호감 표현의 수단” 운운하는 분석들을, 우리는 진작에?알고 있었다.

엠빅뉴스 별풍선 보도

ⓒMBC

그리하여 이제 ‘별풍선’의 의미는 더 이상 애매하지 않다. 별풍선을 선물하기만 하면 채팅에 색을 쓸 수 있으며, 다른 시청자들이 잠시나마 우러러봐 주고, 실제로 ‘시청자 순위’도 올라간다. 별풍선을 많이 보낼수록 BJ가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확률이 높으며, 잘만 하면 ‘회장님’이라고 부르는 등의 특별 대우까지 받을 수 있다. BJ 역시 방송 중 특정 애청자를 특별 우대해 주어서 손해볼 것은 없고 이득은 확실하게 되니까, 아낌없이 ‘리액션 서비스’를 한다. 아니면, 좀 애처롭다 싶을 정도로 ‘별 구걸’을 하든지.

 

감자에 싹이 나서 잎이 나서 감자

악순환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별풍선을 받는 것이 명백하게 이득이 되는?BJ들은 더 많은 별풍선을 받기 위해 더 황송해하는 감사 멘트를 하게 되고 더 “재미있는” 선정적 방송을 만든다. 한편 팬들은 팬들대로 순식간에 토픽이 바뀌는 채팅창에서?BJ의 관심을 끌기 위해 더 높은 고액을 지불하고 더 많은 별풍선을 뿌린다. 물론 그 금액은 이전보다 더 높아야 한다. ‘별풍선’과 리액션을 통해 서로 환심을 주고받고, 그게 서로에게 득이 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이 순환이 끊어질 수가 있을까? 강화된다면 모를까.

‘돼지랑 푸파’ ⓒBJ철구

그래서 ‘병크’는 이쪽에서도 터지고 저쪽에서도 터진다. 어떤 BJ는?벽에 간장/고추장 바르기, 소주 원샷, 창문 밖에 괴성 지르기 등등 가히 ‘엽기적’인 방송을 서슴지 않다가 “영구 정지” 조치를 두 번이나 받고, 어떤 BJ는?‘야외 길거리 미녀찾기’라는 이름의 생방송을 열어 놓고 여대 앞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학생들의 외모를 대놓고 평가한다. 어떤 시청자가 회삿돈 4억 원을 횡령해서 한 명의 BJ에게 별풍선 및 현물을 제공한 사건은 유명하고, 최근에는 어떤 여성 BJ에게 1억 원 이상을 주었던 남성 시청자가 끝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BJ찬

이 모든 사회적 물의와 비극의 원인은 모두 “별풍선” 시스템으로 귀결된다.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유스트림 등의 다른 생방송 서비스에서도 선정적 방송과 대책 없는 비도덕적 콘텐츠는 나온다. 유독 ‘아프리카TV’에서 그 경향이 강하고 양상이 심각해지는 것은, 별풍선 때문이라고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아프리카TV에서는 별풍선을 주면 줄수록?관심과 감사가 즉시 돌아오고, 관심과 감사를 보이면 보일수록 별풍선이 바로바로 벌린다.

 

별풍선이 있는 한, 상황은 바뀌지 않을 것

아프리카TV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최근 반복되는 선정적 방송의 원인으로 별풍선이 지목되면서, 그들도 나름 소명을 했다. 그런데 그들 나름의 제재라는 것이 우습다. 별풍선 선물은 ‘1일 30만 개’까지만 되는 걸로 제한했다는데, 말하자면 1일 최대 3,300만원까지 결제 및 지불 가능하다는 얘기다. 막말로, 당신이 눈앞에서 지금 대화하고 있는 것 같은 상대에게 홀딱 빠져 있다면, 그리고 돈을 얼마든 구할 방법이 있다면, 3,300만원이라는 제한이 제한으로 느껴질까, 바칠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의 표현으로 느껴질까?

아프리카TV 이대우 팀장 인터뷰

ⓒMBC

엄밀히 말해서 별풍선이란 그저 채팅창을 잠깐 꾸미는 아이템에 불과하기 때문에, 별풍선 수익은 탈세 등의 법적 그물망을 쉽게 빠져나간다. 한 술 더 떠서, 최근에는 ‘마리텔’이라는 공중파 예능이 아프리카TV로 시작된 1인 생방송을 어엿한 직군의 하나로 인정했다. 그러니 TV보다 휴대폰 화면을 더 오래 쳐다보는?요즘 청소년들에게 ‘꿈이 뭐냐’라고 물었을 때, 아프리카 BJ를 말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는 말이 나온다. 이제는 이게 한 번 도전해볼 만한 돈벌이가 된 것이다.

하지만 글쎄,?별풍선이라는 연결고리가 있는 한, BJ의 환심을 사고 싶어하고 더 자극적인 영상을 원하는 시청자들과 그들에게 호응하는?BJ의 연합은 끊어질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연합이 돈벌이라는 이름 아래 무한히 심화한다면, ‘시청자와 방송 진행자의 벽을 허물었다’, ‘기존 매체에 없던 참신하고 재미있는 형식’ 따위의 “장점”은 오히려 심각한 단점 혹은 문제점으로 변할 수 있다. 최근 MBC, KBS, JTBC, TV조선 등 많은 언론사에서도 이곳의 문제를 집중 조명하고 있는 걸 보면, 이미 상황은 임계점에 이르렀는지도 모른다.

아침뉴스타임 아프리카TV 보도

“그거 얻으려고 뭐 폭주족? 같은 거 하고 그런다며?”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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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주

강연주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분수 같은 거 모르고 삽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