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나저나, 비범죄화가 뭐냐고??합법화와는 약간 다른 개념인데, 아주 권장할 만한 도덕적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도적으로 처벌하거나 불이익을 주지는 말자고 정하는 것을 뜻한다. “비도덕적이다 ?= 나쁘다 = 불법이다”의 공식이 통하던 1600년대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2010년대도 이미 중턱을 넘었다. 사람들의 삶이 워낙 많이 다양하게 변하며 다들 머리가 충분히 좋아진 탓에, 도덕성과 합법성은 서로 다른 차원이라는 것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제부터 소개할 사안들이 그렇다. 어떤 것은 ‘정말 별게 다 아직까지 불법이군’ 소리가 나올 만큼 고리타분할 수도 있겠고, 어떤 것은 좀 아니지 않나 싶을 만큼 과격할 것이다.?대마 비범죄화를 포함해, 이 모든 비범죄화 논의들의 메시지는 간결하다. 내가 따를 윤리와 법규를 내가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여러분은 어느 수준쯤의 규칙을 지키는 세상에서 살고 싶은가? 이제 슬슬 생각해 보자.
찬양고무죄 폐지: 트윗 리트윗도 죄가 되나요?
찬양고무죄라는 것이 있다. 냉전시대에 몇몇 국가가 만들었던 형법인데, 남한에서는 예컨대 북한 선전물을 나눠주며 ‘김정일 만세’를 진지하게 외치면 국가보안법 제 7조에 걸려서 최대 7년의 징역을 살 수 있다. 뭐가 문제냐고? 누군가에게는 ‘김정일 만세’가 너무너무 웃긴 농담일 수 있다는 게 문제가 된다. 실제로 북한 기관지 ‘우리민족끼리’의 SNS 게시물을 그대로 가져온 다음 “김정일 카섹스” 촌평을 붙이고 놀던 사람이 있었고, 그에게 재판부는 처음에… 집행유예치고는 좀 심한 2년형을 선고했다.
이후 이 사건은 무려 4년에 걸쳐 지리하게 상고에 상고를 거듭해 최종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쯤 되니 안 그래도 귀에 걸면 코걸이 코에 걸면 귀걸이로 쓰이던 국가보안법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리고 있지만, 일단 현재로서는 그 안의 ‘찬양고무죄’ 부분이 착실하게 “사문화”되어가고 있는 중이다.?막말로,?“주체사상은 단백질이 풍부하다”, “장군님 빼빼로 주세요” 같은 트윗들이 어떻게 국가 체제를 위협한단 말인가? 정말 그런 걸로 누군가가 선동당하는 국가라면 진작 없어지고도 남았겠지.
성매매 합법화: 공창제도 생각해볼 만하지 않아?
한국은 성매매를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나라다. 그것까진 그럴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의 성매매 업계와 그에 대한 시선이 너무나 기형적이라는 사실이다.?‘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를 강요하거나 알아봐 주거나 여건을 제공한 사람을 처벌하고,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피해자”를 보호한다고 말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건 마치, 성매매 “포주”가 따로 있고 피해자가 따로 있는 세계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전제 하에 쓰인 법 같지 않은가? 혹시 성매매의 온상인 룸살롱이 전국에서 성업중인 것은, 바로 이 이유 때문일까?
공창제(公娼制)에 대한 논의는 바로 이 대목에서 나온다. 업주 다르고 노동자 다른 그 구조를 깨 버리자는 것이다. 성노동자가 직접 국가에 영업 신고를 하는 이 제도는 지금도 미국의 네바다 주부터 헝가리, 스위스, 멕시코에 이르기까지 꽤 많은 곳에서 잘 운영되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성매매는 결론적으로 합법이 된다. 그 세상에서도 여전히 성매매는 부끄럽고 그늘진 일일 것이지만, 적어도 성매매의 당사자가 뭔가를 요구하거나 보상받을 수는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고 누군가의 노리개나 누군가의 보호 대상으로 남는 대신.
낙태 비범죄화: 내 임신 내가 포기하겠다니까요?
꽤 오랜 시간 동안 임신중절 혹 “낙태”는 지루한 논쟁거리였다. ‘생명 존중’과 ‘여성 인권’ 사이에서 아무 승부도 나지 않을 것처럼 보이던 이 주제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페미니즘 담론 위에서 일어난 ‘검은 시위’를 통해 결정적인 국면을 맞고 있다. 낙태를 비범죄화하라는 것이다. 자궁은 공공재가 아니며, 그러므로 임신을 포기하는 일이 국가의 처벌을 받을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낳을 만하면 낳고 그렇지 못하면 알아서 조치하겠으니, 형법까지 들어 가며 죄인 만들지 말라고.
이 시위는, 지금까지의 임신중절 논란이 ‘여성이 임신의 주체이며 여성은 아기를 낳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사고방식을 배제해 왔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원치 않은 임신이란, ‘낳긴 낳아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심각한 문제지만, ‘정 곤란하면 빨리 취소하고 안 낳으면 되지’ 하고 맘먹는 순간부터는 사실상 증발해 버리는 문제였던 것이다. 그래서 타이완 정부는 ‘임신 24주 이내의 낙태’를, 조국 교수는 12주 이내의 낙태를 범죄로 보지 말자는 견해를 지지하고 있다. 이쯤 되면 다시 생각해볼 만하지 않은가? 모든 형태의 낙태를 덮어놓고 무조건 처벌하는 지금의 형법에 대해서, 그리고 ‘낙태 비범죄화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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