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일본/홍콩 계신 여러분, 그쪽 상황이 정말 이런가요?

청년허브 컨퍼런스에서 각국 청년의 안부를 물어보니 이렇다더라고요.

전해 듣고 나니 다시 좀더 확인하고 싶어진다

지난 12월 10일 오후 2시에 서울시청년허브 1층 다목적홀에서 <동아시아 취재진들의 못다한 이야기, 앞으로의 과제들>이라는 포럼이 열렸더랬다. 서울시와 서울시청년허브가 주최한 <청년허브 컨퍼런스 2016: 삶의 재구성 시즌3>의 프로그램 중 ‘동아시아 포럼’의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것인데, 자국의 청년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고 있는 한국, 대만, 홍콩, 일본 기자들이 모여 그동안 바라본 취재 풍경과 그간의 소회를 풀어놓는 자리였다.

청년허브컨퍼런스 동아시아기자들

포럼 전경

어떤 결론이나 합의를 이끌어내기보다는 몇 개의 화두를 놓고 그야말로 못다 푼 ‘토크’를 풀어놓는 시간이어서 그랬을까, 영어와 한국어를 포함한 4개 국어로 시사 용어가 쏟아지는 토크를 쉴 새 없이 동시통역 해야 해서 그랬을까, 내용이 생각보다 서로 비슷했고, 또 그러면서도 조금씩 사정이 달라서 그랬을까. 분명 집중해서 다 들었는데도, ‘내가 들은 게 맞나?’ 하는 괜한 걱정에 뒷맛이 조금 개운치 못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다시 녹취 파일을 쭉 들어보면서 특정 키워드나 질문, 이슈별로 각 국가 기자들의 대답을 다시 모아 종합했다. 특정 이슈에 대한 전반적 상황을 보실 수도 있고, 특정 나라 기자들의 답변만 골라 읽으시면 그 나라의 전반적 상황을 가늠해 보실 수도 있겠다. 그리고 혹시나, 여러분이 지금 대만, 홍콩이나 일본에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정말 내가 듣고 온 이 기자들의 이야기가 맞는지 어떤지 알려 주시면 고맙겠다. 적어도 우리가 서로를 좀 알아야 되겠다는 것 하나만은 확실하니까.

청년허브컨퍼런스 동아시아기자들 프리젠테이션

당시 프리젠테이션

 

Q1. “여러분 나라의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면, 그 원동력은 분노인가요 아니면 절망인가요?”

홍콩

분노. ‘우산혁명’의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침에 따라 과격 노선, 경찰에의 분노, 혐오가 나타나는 중. 최근 한국의 촛불집회가 많은 귀감이 되는 형국임.

대만

선택적 지지. 청년들의 지지를 업고 차이잉원 총리가 당선되었으나, 양당제라는 정치 시스템의 특성상 현 총리 역시 모든 청년 의제를 적극 검토하거나 수용하는 것은 아님. 기계적이고 소극적인 중립을 지키고 있어 청년들은 곤혹스러운 입장.

일본

분노도 절망도 아닌 어떤 것이 팽배해 있음. 20~30대의 실제 투표율은 30%대에 불과. 가장 정치적으로 활발한 청년 단체인 SEALDs가 주창한 ‘정의(正義)의 도움을 받아 본 적이 없는 세대가 만든 정의’를 유념할 필요.

청년허브컨퍼런스 동아시아기자들 나카하라 잇포

일본 측 패널 나카하라 잇포 기자

 

Q2. 여러분 나라의 청년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가요?

일본

‘태어나 보니 세상에 희망이 없어져 있었던 세대’. 선진 국가로서의 일본이라는 환상은 1995년에 형성된 이래 지금도 자국과 세계에 남아 있음, 그러나 일본 청년의 정치적 삶은 SEALDs가 최선의 멋진 청년으로 보일 정도로 허약함.

홍콩

중국을 향한 울분을 품고 있음. 홍콩의 자치가 중국에 의해 훼손되고 있으며, 교육계의 민주진보적 인사를 탄압하는 민족주의적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임. 중국 방문 관광객들이 홍콩에 유입되어 불편하다는 점도 영향 있음.

대만

해바라기 운동 이후 대만 청년은 정치계가 주목하는 대상. 정치 논의의 장이 많이 생김. 특히 청년들은 인터넷에서의 발언권이 큰 점을 이용하고 있음. 기성 정치가 이에 대응하지 못함에 따라 차이잉원이 당선된 측면이 있음.

청년허브컨퍼런스 동아시아기자들 유주리 기네스호콰이람

홍콩측 패널 기네스 호 콰이-람(오른쪽 끝)과 대만측 패널 유주 리 (오른쪽 두번째)

 

Q3. 그런 상황에 혹시 ‘유교 문화권’이라는 점이 영향이 있을까요?

대만

유교 문화와는 무관하다고 생각. 대만은 전통적 가치에 묶여 있는 편이 아니며, 도전에 잘 응하는 국민 정서를 띠고 있음. 특히 청년 세대는 기성 세대의 권위적 체제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발견됨.

홍콩

40여 년 전에 비교하면 다방면에서 유교적 관습을 타파한 편. 그러나 본질적으로 유교가 아닌 신자유주의의 문제라고 생각함. 현재 청년들이 느끼는 각종 어려움은 엄밀히 말해 경제체제와 사고방식의 문제임.

일본

청년들이 기성 생활 방식에 의해 피해를 보는 측면이 있음. 모 광고 회사의 24세 신입사원이 과로를 비관해 자살한 사건은 큰 파장을 일으킴. 남성중심적인 기업 문화, 청년에게 인내를 강요하는 고령화된 사회, ‘자기책임’을 강조하는 자본주의화된 풍토 등이 잔존함.

청년허브컨퍼런스 동아시아기자들 관객석뷰

객석에서 본 모습

 

Q4. 여러분 나라의 청년들의 생활은 어떤가요? 취업이라든가 결혼, 안보…

홍콩

청년들이 꿈을 펼치지 못하는 상황. 금전 문제가 모든 것에 직결돼 있음. 세계에서 주거 비용이 가장 높은 나라임. 결혼한 신혼부부가 분가를 하지 못하고 각자 부모의 집에서 지내는 일이 있을 정도. 이러다 보니 농부든 정치인이든 하고 싶은 직업을 고르기보다 돈을 잘 버는 변호사, 금융인 등을 선호함.

일본

사회 안전 보장이 전반적으로 작동하지 않음. 대표적인 예가 ‘보육대란’. 한 주부 블로거가 “보육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라고 글을 올려 인기를 얻었으나 아베 총리가 누가 그런 걸 쓰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대응했고 이것이 전국 보육자들의 분노를 산 일이 있음. 또는 2004년에 이라크에서 자위대가 철수할 때 아베 총리가 끝까지 철수를 반대한 바람에 코다 쇼세이라는 청년이 인질로 희생된 사건도 있었음.

대만

기업체의 절대 다수가 중소기업인 만큼, 대만의 기본적인 경제 기초는 건실함. 그러나 현재 청년들은 기본적으로 사양 산업, 초과 근무, 학자금 대출 등에 의해 불안함. 여기에 최근 노동시장이 세계화됨에 따라, 2013년을 전후해서는 한국 및 홍콩과 비슷한 형태의 노동쟁의가 나타나는 중.

청년허브컨퍼런스 동아시아기자들 속기

속기되고 있는 회의록

 

Q5. 혹시, 청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논의는 나오고 있나요? 기본소득이라든가…

대만

대만은 기본임금(최저임금)이 낮은 편. 월평균 수입은 4만 5천 타이완 달러로 집계되지만, 실제로 이만큼을 받아보았다고 응답한 응답자가 적었던 설문조사가 있음. 기본임금을 인상하자는 회의는 있으나 별다른 진척은 없음. 정치인들의 행동을 계속 주시할 필요.

일본

청년을 지원하는 정책의 필요성 자체는 알려져 있으며, 고용정책을 위주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음. 그러나 국가 자체가 워낙 고령화된 사회여서 실제 청년의 필요가 반영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큰 움직임은 없음. 그런 면에서는 한국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음.

홍콩

고등교육마저 상업화되어 있는 홍콩은 전체 고졸자의 20%만이 대학에 진학하며, 이 대학생들의 청년 빈곤 문제는 매우 심각. 그렇다면 보조금 논의가 나올 만도 하지만, 국가가 전체적으로 “우파”인 탓에 보조금을 받는 것을 불명예스럽게 생각함. 보조금을 받는 청년들은 무시를 당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음. 따라서 전혀 논의되지 않는 상황.

청년허브컨퍼런스 동아시아기자들 방청객

집중하는 방청객들

 

서로의 안부를 급히 묻고 아쉽게 헤어지다

예정된 시간이 한참 부족했던 이 포럼은 예정보다 30분이나 지나서 5시 32분에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분명 뭔가가 느슨해진 순간은 거의 없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난 몇 년간 각자의 자리는 느닷없이 ‘헬조선’, ‘귀도(鬼島)’, ‘중세일본’ 등으로 격하돼 있었고 청년들은 학습된 무기력과 다양한 층위의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그 모든 걸 목격하고 기록한 사람들에게 3시간이라는 일정은, 애초부터 부족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패널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의 공통점보다는 미묘한 차이점을 이야기했고, 그것은 이제 막 “어 안녕?” “안녕” 안부를 확인한 뒤 “밥 먹었어?” “먹었어” “난 아직” 같은 자연스러운 근황 대화로 넘어가려는 순간처럼 보였다. 하지만 시간이 허락지 않았고, 그 자리의 모두는 아쉬운 작별을 고해야만 했다. 그래서인지, 다들 무언의 기약을 눈빛으로 주고받으며 헤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청년허브컨퍼런스 동아시아기자들 휴식시간

그것은 돌이켜 생각해 보건대, ‘이제는 우리나라의 사정뿐 아니라 여러분 나라의 엇비슷한 사정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알아보고 연락을 주고받겠습니다’ 하는 뜻이 담긴 기약이었던 것 같다. 취재를 마치고 자리를 정리해 일어나는 그 짧은 순간 동안 유난히 패널과 참가자의 눈을 많이 마주쳤던 것을 생각해 보면 분명히 그렇다. 이제 다시 한 번, 동아시아에 사는 지인과 청년들에게 안부를 건넬 때다. 그쪽은 좀 어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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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진

김어진

Twenties Timeline 피처 디렉터. 상식이 모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