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은 누구나 ‘보보경심’의 백현 같은걸요

누구에게나 믿어줄 시간이 필요해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드라마들은 빠짐없이 거의 다 챙겨본다. 특히, 보고 싶은 연기자가 나오면 무조건 본방사수를 할 정도로 드라마를 좋아한다. ‘달의 연인 - 보보경심:려의 방영을 기다린 것은 아이유 때문이다.?자그마한 체구로 자신의 감정을 담담히 풀어낼 모습을 생각만 해도 흐뭇했다. 더군다나 이준기나 강하늘과 같은 훈훈한 배우들까지 나온다니, 기대가 안 될 수가 없는 드라마였다.

그리고, 이런 나의 기대는?백현의 등장과 동시에 와르르 무너졌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백현 키비주얼

장난꾸러기라는 말에서 눈치를 챘어야 했다 ⓒSBS

원작을 보지 않아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얼마나 깨방정이고 천방지축 캐릭터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확실한 사실은 극의 흐름을 와장창 깨고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아이유와 싸우며 “이 콩만한 계집”을 외치는 것을 본 후에는, 어쩐지 내가 다 민망해져 잠시 다른 채널로 갔다 오곤 했었다.

혹여 내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기사 아래 주루룩 달린 댓글들은 하나같이 연기에 대해 혹평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리고,?팬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의 옹호도 볼 수 있었다. 이번이 첫 정극이다, 본래 캐릭터가 4차원에 유치했고 이 정도의 해석이면 잘해내고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안정이 될 것이다… 그 어렵다는 사극 연기인데, 처음치고는 그래도 잘하고 있지 않냐고.

모두 납득 가는 내용들이었다. 그렇게?팬들은 대중들이 차갑게 돌아선 그 순간에도 첫 발을 딛어 서투른 그를 조심스럽게 응원하고 있었다.

생각해 보면 백현뿐만이 아니다.
모두가 그러하듯 처음은 익숙하지 않고 서툰 법이지 않던가.

마치 나의 첫 인턴 생활처럼 말이다.

인턴 _당시_나의 모습.jpg

인턴 _당시_나의 모습.jpg

지금보다도 어리숙했다. ‘초짜’라고 불려도 할 말이 없었다. 그래도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열정은 가득했으며, 누구보다도 더 빨리 배우고 잘해내고 싶었다. 실제로 그럴 자신도 있었다. 학교 과제나, 각종 대외활동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왔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회사는 완성되어 있는 사람을 원했다.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보다는 이미 다 배운 사람을,?열정이 있는 사람보단 적당히 눈치 있는 사람을 선호했다. 덕분에 나는 이리저리 치이기에 바빴다.

이것도 못하냐는 말을 듣기 일쑤였고, 자신이 알려주지 않아도 이전에 올라와 있는 자료들을 찾아서 하라는 답변이 돌아오기가 부지기수였다. 업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나를 보기만 하면 한숨부터 쉬면서 이래서 인턴은 안된다는 말을 들을 때는, 그 한숨 한 번에 자존감도 같이 깎여나갔다.

내 실수가 아니었음에도 정신차려 보면 인턴의 실수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있으나마나한 인턴은 대체 왜 뽑았냐’라는 이야기가 등 뒤에서 들려올 때마다 조바심이 났다.?하지만 억울한 마음은 조금 있다. 사회 초년생인 나에게 왜 완벽을 바랄까. 이제 막 시작했는데, 노력을 보여주기도 전에 나는 평가받고, 바로 손가락질 받았다.

하지만 현실이 그랬다. 사회엔 나를 기다려줄 사람들이 없었다.
나를 기다려주기엔 회사는 너무 바빴으니까.

회사가_기대했던_나의 모습.jpg

회사가_기대했던_나의 모습.jpg

첫 드라마는 조금 힘들겠지만,
백현은 어쨌거나 인정받을 것이다.

같은 회사 선배 최시원도 그런 경우였고.
무엇보다 수많은 응원들이 그를 뒷받침해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애정이 부럽다.
내가 처음으로 소속된 그 회사에서,
처음치고는 잘하고 있다며
단 한 사람이라도 따뜻하게 말해줬더라면,

지금의 나는 조금이라도 다를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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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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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디자이너. 10분에 한 번씩 이직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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