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예언의 서

이미 망해가던데… 안 될 거야 아마.

보아하니 개막식 당일엔 이렇게 될 것 같다

지인이 지난 주 이맘때쯤에 “진짜 조금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머한민국ㅋㅋㅋ”이라면서 이걸 공유해 주었다. 3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부산행’ 패러디를 하고 싶은 것인지 댄스 플래시몹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그냥 효린이랑 김준현을 섭외하고 싶었을 뿐인 건지… 아! 모르겠고 아리랑이라니! 도대체 아리랑이 뭔가! 그놈의 우리가락 우리흥 우리멋 아리랑 타령 좀 그만 들을 수는 없나?!

지난 달쯤 우리끼리 회의 뒤풀이 자리에서 했던 예상, “분명히 평창올림픽 관련해서 아리랑을 힙합 느낌으로 편곡한 노래가 나올 거야”는, 오히려 예상보다 훨씬 일찍 다가온 냉엄한 현실이 되었다. 심지어 원래 개막식을 연출하기로 했던 정구호라는 분도 도저히 이런 식으로는 할 수 없다면서 위원회에서 하차했다지 않던가. 그럼 이제 어떡하지? 그래서 준비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연출안을, 각 에디터들이,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방향으로 구성해 봤다.

(※ 이하의 모든 컨셉아트는 그림판으로 작업되었습니다. 발퀄에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연희 감독의 안

“크리에이티브 강남스타일 코리아!”

해외 아이돌 팬들은 어디에서 행사가 있든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대외적인 행사인 만큼 외국인에게 가장 잘 알려진 사람들과 이벤트만 준비할 것입니다.

1. 하늘에서 막걸리가 빗발친다.

러시아에 보드카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전통주 막걸리가 있다. 그리고 흥의 민족은 술을 빼면 이야기를 꺼낼 수도 없다. 국민 오디션에서 선택받은 버스커버스커가 선창으로 “헤이, 두 유 노우 막걸리?”를 외친다. 객석 안에 미리 준비해 둔 100명의 외국인이 “오우~ 막걸리 좋아요!”라고 소리친다. 그러면 헬리콥터가 날아와서 경기장에 막걸리를 막 뿌린다. 직장인 차림의 한류 배우들이 그걸 잔으로 받아 광고처럼 시원하게 마시는 동안, 운동장 한가운데 있는 큰 한지 위에서는 행위예술가가 자신의 키보다 높은 붓으로 ‘평창’이라고 쓴다.

2. 평창은 열린 문.

천 만 관객을 넘은 영화는 우리나라의 사회를 반영한다. 마침 겨울이니까 ‘겨울왕국’을 가져온다. 김연아가 파란 옷을 곱게 차려 입고 머리를 은발로 염색했다. 운동장을 뛰어다닐 때마다 발자국이 얼음이 된다. 뒤에서 “레릿꼬”를 부르는 효린. 그리고 운동장에 울려 퍼지는 익숙한 노크 소리. “같이 눈사람 만들~래?” 그러자 올라프 대신 저번 런던 올림픽 폐회식에서 봤던 눈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그 뒤에 위엄 있게 등장하는 대통령. 그가 “따뜻한 기운을 퍼트리기 위해” 움직인 흔적을 헬리켐으로 찍으면, 태극 문양이 나온다.

3. 뭘 좋아할지 몰라서 그냥 다 섞어봤어.

명절마다 팀별로 운동하는 아이돌의 노력에 귀감을 얻어서 준비한 프로젝트. 20대 건장한 남녀가 소속사별로 비빔밥 재료의 색상의 한복을 입었다. 그들이 등장할 때 뒤의 큰 화면에는 한국의 음식들이 나오고, 외국인이 ‘엄지척’하는 장면과 함께 자막으로 “아이 러브 김치!”가 달린다. 갑자기 불이 꺼지고 아이돌 멤버들은 뒤에서 주걱을 꺼낸다. 승마 선수들이 경기장을 돌아다니고, 가장 뒤에서 싸이가 적토마를 타고 온다. 전세계가 다 아는 노래 ‘Gangnam Style’에 맞춰,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춘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예상도 1

이 시나리오의 최종 예상도는 이와 같다.

 

조현익 감독의 안

“일발필중의 신속·정확한 軍 대민지원!”

애초에 값비싼 개막식 티켓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강원도 전방부대 장병들 수만 명이 관객으로 차출되어 빈 자리를 채우고 활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1. 개막식장 제설 작업!

개막식 시작 4시간 전, 갑자기 개막식장에 강원도 산간지방에 폭설이 쏟아진다. 관객들의 입장이 불가능해질 수 있으니, 동원된 장병들에게 제설작전 명령이 떨어진다. 즉각 평창 곳곳의 면사무소에서 싸리비와 눈삽이 징발되고, 개막식 참석을 위해 하루 전에 도착했던 장병들에게 지급된다. 이어서 개막식장과 진입로로 수만 명의 장병이 쏟아져 나와 익숙하게 제설작업을 진행하고, 미리 도착해서 개막식 중계를 준비하던 외신들이 이 장관을 카메라로 담아 특집 생방송을 내보낸다.

2. 피곤한 응원단, 힘이 되는 아이돌?

대민지원에 동원된 장병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 군 당국과 평창올림픽준비위원회와의 긴밀한 공조가 있었고, 그 결과 요즘 한창 핫한 ‘군통령’ 아이돌들이 한국 선수단 입장단의 기수로 나선다. 간부들은 “이러면 장병들이 신이 나서 박수를 막 치겠지?!” 기대했지만, 정작 그들의 자리는 무대로부터 너무도 멀어서 누가 누군지 분간 못 하고 지나가고 말았고, 엉뚱하게도 몸매만을 카메라로 훑은 한국 중계진의 영상이 전세계에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세계적 망신을 당한다.

3. (차기) 대통령님께 대하여 경롔!

대망의 개막 선언. 임기가 1달도 안 남은 박근혜 대통령과, 신임 대통령 당선인이 나란히 개회식장에 도착해서 객석에 앉는다. 개막 선언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이 단상으로 걸어가고 차기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동안, 간부들은 “대통령님께 대하여 경례”를 시켜야 할지 “차기 대통령님께 대하여 경례”를 시켜야 할지 헷갈리고 있다. 그러든 말든 박근혜 대통령은 예의 연설문 읽는 목소리로 말한다. “저의. 대통령. 임기는. 아직. 16일이. 남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2018 동계올림픽의. 개막을. 선언합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예상도 2

이 시나리오의 최종 예상도는 이와 같다.

 

이해찬 감독의 안

“OO, 세계 행사 개막식 문화를 만듭니다!”

나라가 나서서 뭐가 잘 된 꼴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에 아예 기획을 떠넘길 수도 있겠다고 판단됩니다.

1. ‘힙합의 민족’의 기상을 전세계에 알려라!

지금까지 여러 개회식이나 폐회식이 실패한 이유는 싸이와 아이돌이 등장하였기 때문이다. 혜성처럼 “힙통령”이 등장한 이후 8년 동안 힙합 관련된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제작되었다. 그 명성 그대로, AOMG 레이블의 오프닝 무대로 올림픽의 열기를 돋운다. 백미는 지코와 팔로알토의 합동 무대. 경기장 아래에는 LED로 바다 모습을 비추고, 댄스 크루들은 학익진 대형으로 선다. 때마침 사람들의 눈을 휘어잡는 엄청난 크기의 거북선이 등장하고, 그 위에서 가수들은 노래 <거북선>을 부른다.

2. ‘평창상륙작전’, 불가능은 없다!

우리나라의 콘텐츠를 말할 때 영화는 빼놓을 수 없다. 거기에 우리나라의 역사에 관한 흥행 영화 ‘인천상륙작전’이라면 외국 사람들이 꼭 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아쉽게도 경기장은 영화관이 아니기에, 영화 속 명장면을 직접 행위예술로 표현하기로 한다. 방금 공연에서 쓰였던 거북선 무대의 아래가 열리면 난타 팀이 등장하면서, “저희를 잊지 말아주세요!”라고 뜬금없이 외친다. 이어서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모이고 곳곳에서 전쟁 포탄 피격 연기를 한다.?마침내는 경기장 끝에 태극기를 꽂고 서로 얼싸안으면서 환호를 한다.

3. ‘응답하라 2018’, 청년들은 지금 평창앓이 중!

올림픽 홍보를 위한 의도로 급하게 드라마가 편성된다. 기존의 드라마가 예전 과거 복고 감성을 건드렸다면, 이번 드라마는 올림픽 자원봉사를 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특별히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서 제작된 드라마는 실제 평창 올림픽 준비 과정 사이에 배우들을 투입해서 생동감을 높였다. 하지만 배보다 배꼽이 커졌다. 마지막회를 반드시 개회식 하루 전날에 상영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쪽대본 드라마가 되었다. 시청률은 20% 이상을 치면서 대박이 났지만, 정작 실제 자원봉사자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예상도 3

이 시나리오의 최종 예상도는 이와 같다.

 

한소현 감독의 안

“동계올림픽 때도 나라와 민족을 잊어서는 안돼!”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습니다.
이번 올림픽은 올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주최측과 정부가.

1. 대한 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세. 세세세세 ㅔㅔㅔㅔㅔㅔㅔ (drop)

월드컵이 있을 때마다 여러 가수들이 응원가들을 내놓았지만, 이번 올림픽은 국가 행사인 만큼, 애국가를 응원가로 국가가 정하였다. 그 와중에 시대의 유행을 맞추려고 화려한 오케스트레이션으로 시작해 EDM스러운 변주로 이어지는 편곡이다. 주제곡을 애국가로 설정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 행적 관련 논란이 다시 불거지지만 별 이상 없이 진행이 된다. 창공을 가로지르는 전투기의 에어쇼로 개막식을 시작한다. 신나는 노래가 흘러나오지만, 국회의원들은 음악 내내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두지 않는다.

2. 대한민국을 빛낸 (그들만의) 위인들

경쾌한 풍물 공연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면에는 굴림체로 자막이 나온다. 대한민국을 빛낸 위인들의 사진과 업적이 슬라이드로 지나간다. 혹시 외국인이 모를까봐 친절하게 현장 진행하는 사회자가 영어로 설명을 한다. 차례로 등장하는 위인들 가운데 대한민국을 건국한 사람이라는 설명 아래 이승만 대통령이 등장한다. 특별히 그의 연설이 담긴 영상을 길게 틀어주면서 한국 역사의 근원에 대하여 설명한다. 해외 취재진은 한복을 차려입은 북한 응원단을 남한 사람들의 이벤트로 오해하고 기사를 낸다.

3. 당신의 손으로 뽑는 국민 홍보대사 서바이벌

여러 방송을 모니터한 결과 가장 많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방법은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이미 데뷔한 스타들 중에서 올림픽 홍보대사를 뽑기 위한 범국민 투표를 연다. 아이돌 팬들은 벌써부터 자신의 그룹에서 대표로 한 사람을 밀어주기로 약속한다. 해외에서도 투표가 가능하도록 기획하면서 개인의 투표 수 제한을 두지 않았다. 한 달 기간 동안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컴퓨터로 투표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심지어 악의적으로 서버를 해킹하는 사태가 빈번하게 일어나서, 결국 임기 말년의 대통령이 홍보대사로 결정된다.

평창올림픽 개막식 예상도 4

이 시나리오의 최종 예상도는 이와 같다.

 

 

…써놓고 보니 전부 다는 아니더라도 한두 가지는 적중할 것 같은 우주의 기운이 느껴진다.
평창올림픽을 두고 일어날 일은 아직, ‘아라리 YO 글로벌 댄스영상 콘테스트’ 말고도,?한창 더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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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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