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요?

나는 이런 식의 산수가 너무 무서워요

이재명 성남시장은 "한 나라의 위대함과 도덕적 진보는 그 나라에서 동물이 받는 대우로 가늠할 수 있다"는 한 위인의 말을 인용하며, 모란시장 상인회와 협약을 맺었다. 그 결과, 국내 최대 개 시장이라고 불리던 성남 모란시장이 철거되기 시작했다. 개를 어떻게 그렇게 죽일 수 있냐고, 다 감정과 생각이 있는 이들이라고, 그렇게 사람들이 오래동안 비판한 결과였다.

하지만 '모란시장'은 이미 우리 일상의 많은 곳에 스며들어 있는 것만 같다. 이를테면?자신의 반려견을 휴대전화와 교환하려 한 어떤 몰지각한 이의 사례가 그렇다. 가끔 페이스북에서 마주치는 "유행하는 애완동물"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이 시대의 반려 동물들은 어쩌면 '맘보신'을 위한 도구일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재화가 지불되었다는 이유로 말이다.

판매시설이 철거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잠시 나의 이야기를 해 보겠다. ?사장님은 직원들을 기계로 보고 있었다. 열이 38도까지 오른 친구를 두고?아무리 아파도 일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어떻게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지 처음에는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유는 명료했다. 사장님은 직원을 샀으니까. 그것은 강아지를 사왔다가 병들면 버리는 사람들의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돈 주고 사온건데, 왜? 그 시간은 내 맘대로 하는 거지.

어떤 한 기업의 사옥 앞으로 가보자. 500일이 넘게 노숙농성을 이어 온 사람들이 있다. 반도체 공장에서 백혈병에 걸려 죽어 간 사람들 때문이다. 그 기업은 병든 것이 너희들의 잘못이라고 했다. 당연히 보상도, 재발 방지 대책도 없었다. 병든 228명과 죽은 78명, 그리고 지금도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노동자 대신 그 기업은 500만원을 건냈다. 그리고 당부했다.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고 말이다.

어떤 사옥 앞에 가면 이 풍경을 목격할 수 있다 ⓒ반올림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돈을 쥐어 주며 그동안의 상처는 어서 잊으라 해도 된다는 생각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는 116명이 죽었다. 헤아릴 수 없는 사람이 병을 앓았고 가족을 잃었는데도, 제대로 된 사과는 없었고, 처벌도 미미했다. 다만 양심이나 사과와 반성, 인권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돈으로 살 수 있으리라 믿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다 얼마 전,?영국총리에게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라고 호통을 치는 아이의 영상을?보았다. 노숙자가 잘 곳을 마련해주고, 식사를 제공해주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지하철에서 몇 개의 동전을 주는 것으로 모든 것을 끝내려고 했다. 어려운 일이라고,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문제를 외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그러지 않았다. 마치 나에게 호통치는 것 같아 부끄러웠다.
목소리를 내는 법도 잊어버렸냐고 호되게 혼나는 기분이었다.

이뤄지지 않을 거란 이유로 나는 이미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었다.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렇게 더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있다. 그 사이에 우리의 권리, 안전과 목숨은 위협받고, 누군가가 마땅히 져야하는 책임은 약간의 지불로 면책되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상황들에 대해 '그럴 수도 있지'하며 쉽게 수긍하고 냉소한 결과였다.

노즐만 통과하면 자유가 있다고 부추기지만 노즐을 통과하는 순간 똑같은 굵기의 가래떡이 되어 버린다. 나는 그런 가래떡이었다. 더 이상?'가래떡'으로 살고 싶지 않다.?자유로운 공간에 있어도 노즐에서 나왔을 때의 모양을 유지하지는 않겠다.

물론, 당장의 작은 결심으로 어떤 대기업과, 어떤 정부와, 어떤 비리와, 어떤 녹조와, 어떤 시장과, 어떤 협상과, 어떤 사실과, 어떤 나라가 변할 수도 있을 거라고 믿진 않는다. 그럼에도, 이것이 우리 앞에 있는 놓여있는 지옥을 조금이라도 늦추는 길이라고 믿는다.

이런 지옥을 다시 보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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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현

한소현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좀 더 잘 살고픈 사람. 브로콜리를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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