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날씨에도 땀을 흘려고 있을 체대입시 후배들에게

남들이 뭐래도 너네 진짜 열심히 하는 거 나는 안다.

너무 더워서 공원 벤치에 앉아서 수박바를 먹고 있었는데, 나 고3때 다니던 학원 옷 입고 땀 뻘뻘 흘리면서 뜀박질하는 너네들이 보이더라. 갑자기 엉엉 울어버렸던 수능 전날이 생각났어. 그때 사람들이 나한테 그랬거든. 무슨 일인지 말도 안 하고 왜 이렇게 울기만 하냐고. 나도 막 표현하고 싶었지.

근데, 진짜 너무 힘들어서 어디부터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나는 아침에 알람이 필요 없었다? 아침마다 온몸이 욱신거려서 그냥 눈이 떠지니까. 그렇게 일어나면 엄마를 불러. 혼자서 못 일어날 만큼 몸이 아파서 일으켜달라고 부탁하려고. 당연히 밥맛은 없지. 그래도 먹어. 안 그러면 이따가 입시 운동 못 하니까. 진짜 살려고 먹는 거야.

내가 지망하는 학교는 다리 운동 위주라서 경사가 있는 곳에서 달리기나 점프 훈련을 했어. 가고 싶은 대학을 준비하는 과정이니 그래도 보람 있지 않았냐고? 아냐. 나 거기 싫었어. 다른 과를 가고 싶었는데 학원 실장님이 거기는 성적이 안 된다고 하더라.어차피 써도 떨어진다고 말하는데, 그 앞에서 내가 뭐라고 말해. 그 과를 너무 가고 싶어서 체대를 준비하기 시작한 건데.

하지만 별 수 있나. 남들처럼 수능을 준비하기엔 너무 늦었는걸. 그래서 성적이 맞는 과에 맞춰 억지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 그때 친구들이 나한테 그러더라. 맨날 운동만 하면 되면서 뭘 그렇게 우울하냐고. 진짜 화가 났는데, 너무 피곤하니까 화낼 힘도 없더라. 내 사정을 말한다고 해도 이해해줄 사람이 사실 없기도 하고.

계속 다리 운동만 하는 건 아니지. 가/나/다군에 맞춰 각기 다른 운동을 해 야하니까. 김치찌개 하나에 맨밥 두 그릇 싹싹 긁어먹으면서도 마음속은 걱정으로 가득해. 나군의 대학교 운동은 배구랑 농구였거든. 나는 구기 종목이 완전 꽝이라서 아무리 연습을 해도 맨날 혼났어. 이러다가 실기시험에서 완전히 망하면 어떡하나 생각하면 또 눈물이 나와. 터치 한 번 차이로 재수하게 될까 봐.

남들은 저녁 여섯시가 되면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지만 체대 준비생은 아냐. 다군의 대학교도 준비해야지. 응. 몇십 시간 동안 정말 기계처럼 운동만 하는 거야. 해가 뉘엿뉘엿 지는 걸 보면서 흐르는 땀을 닦고 있으면 진짜 다 때려치우고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 그러다가도 다시 마음을 다잡아. 이러다가 떨어질까 봐. 다시 1년 동안 이짓거리를 반복하게 될까 봐. 그

모두가 힘든 고3 시절, 같은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나도 조금은 덜 힘들 수 있을까? 또 우울해지지만 오래가진 않아. 빨리 자야 하거든. 내일 또 운동해야지.

월말이 되면 엄마 얼굴 보기가 무서워. 학원비를 내야 하니까. 사람들이 놀랄까 봐 한 번도 안 말했는데, 200이 좀 넘어. 방학 특강이거든. 여기에 학원 단체복도 사야 하고, 실수로 손목이라도 접지르면 병원도 가야 하고, 여기에 밥값까지 생각하면…. 아휴 진짜 내가 불효했다. 그래서 몸이 무너질 것 같아도 포기 못한 거야. 엄마 아빠의 어두운 표정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정말 큰 일이잖아. 죽도록 열심히 해야지.

아이스크림 다 먹었다. 너네는 아직도 운동하고 있네. 마음 같아서는 운동 끝나고 뭐라도 사 주고 싶은데, 그걸 먹을 정신조차 없이 힘들겠지. 남 일 같지가 않아서 마음이 안 좋다. 올해는 유독 날씨가 덥다던데, 다들 힘 냈으면 좋겠다. 진짜 열심히 하는거 알고 있으니까.

그러니 예체능이라고 누가 뭐라고 해도,
절대 기 죽지 않기를.

Tweet about this on TwitterShare on FacebookShare on Google+Pin on PinterestShare on TumblrEmail this to someone
The following two tabs change content below.
나다연

나다연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세계 곳곳 자연에 나를 담고 싶다.
나다연

나다연의 이름으로 나온 최근 기사 (모두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