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되고 싶어? 리셀을 하라구!

정가의 두 배를 불러도 잘만 팔린다네~

"슈프림, 4달러에 팝니다"

2017년 7월, 미국의 대형 커뮤니티 레딧에 한 글이 올라왔다. 우리나라로 치면 이마트 같은 미국의 K-마트에서 슈프림 택이 붙은 무지 티셔츠가 한 장에 ‘4딸라’에 올라왔다는 글이었다. 슈프림 매장과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티셔츠들의 정가는 대략 40달러다. 그런데 무려 4달러라니!

4달라?!

슈프림 매니아들은 당장 마트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슈프림 택만 달린 무지티를 생산하는 공장이 매각되었고, 생산 중이던 슈프림 티셔츠들이 경매에 넘어간 것을 K-마트에서 사들인 덕분이었다. 하지만 슬프게도, 많은 매니아들은 슈프림을 입지 못했다. 그리고 그날 밤, 이베이에는 슈프림 티셔츠가 불티나듯 올라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익숙한 한숨을 내뱉으며 생각했다. 아, 리셀러들에게 또 당했구나.

'신상' 슈프림 상품들이 끊임없이 공급되는 리셀 시장

슈프림 매장은 뉴욕,LA, 런던, 파리 등 전 세계에 딱 10개가 있다. 거기다 시즌의 각 아이템을 한정된 수량만 발매하는 슈프림의 정책은 매주 목요일마다 매장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모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가을철 논을 습격하는 메뚜기같은 리셀러들도 있다. 그래도 얘네들은 양반이다. 사흘밤낮 줄을 서는 정성이라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에겐 공평한 온라인 스토어가 있지 않던가?

세계 각국의 슈프림 매니아들을 위해서 슈프림은 매주 같은 요일에 온라인 스토어를 연다. 수강신청처럼 손만 빠르다면 구할 수 있지 않느냐고? 순진한 당신은 아직 멀었다. 도둑이 밧줄을 사듯 리셀러들은 구매 전용 매크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대략 100~200달러 거래가 되는 이 매크로는 원하는 품목을 장바구니에 넣어주고 주소를 입력하고 카드 번호와 함께 결제버튼으로 안내한다. 당신이 장바구니에 품목을 넣고 주소를 입력하기 위해서 긴장감에 다리를 사시나무처럼 떠는 그 순간에 말이다.

심지어 꼼데가르송이나 반스나이키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이 나오는 날이면 매크로간의 빅매치가 이루어진다. 영화 ‘타짜’에서 말하길, 손이 눈보다 빠르다고 했지만 매크로들의 빛과 같은 클릭 대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타짜의 호구삼촌이 되어 품절상품들을 바라보는 일 뿐이다

예림이 그 상품 봐봐. 품절이야?

 

그렇다면 우리는 어디서 슈프림을 살 수 있을까?

간단하다. 리셀러들에게 사면 된다. 농담이 아니라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 지금 당장 중고 사이트로 가보자. 그토록 당신이 원하던 상품들이 언박싱으로 수십개씩 올라와 있을 것이다. 이제 정가의 두세배가 되는 돈을 준비한   네고를 요청하는 정중한 문장을  넣어서 다음 판매자에게 연락하면 된다.

아아, 4달러짜리가 40달러가 되고 40달러짜리가 200달러짜리가 되는 기적이여. 마치 다섯 개의 떡과 두 마리의 물고기로 수천 명의 사람을 먹이는 예수님의 오병이어를 보는 기분이 이와 같았을까?

아아 이것이야 말로 21세기의 기적이로다

정가 15만원짜리 후드티는 인기 품목의 경우 40만원부터 거래되며 콜라보레이션으로 발매된 제품들은 비슷한 정가에도 열 배가 넘는 가격에 형성된다. 과거 나이키와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 칸예 웨스트가 합작한 나이키 에어 이지2 옥토버 레드 운동화는 정식 발매가가 약 29만원임에도 불구하고 경매에서 최대 1,000만원에 팔렸다.

심지어 리셀 시장의 큰 손들은 커다란 자본을 바탕으로 저렴하게 인기 있는 의류들을 대량 매입한 후 물량을 묶는다. 이후, 인기 없는 품목들은 다시 저렴한 가격에 풀고 인기 있는 품목은 그대로 쟁여놨다가 비싼 값에 조금씩 파는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거대 리셀러들의 손에 의해서 의류브랜드가 발매한 제품들의 시세가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 리셀을 해!

 

조만간 리셀러가 이 바닥을 망치고 말거야

사실 이러한 리셀 현상은 슈프림 뿐만이 아니다. 나이키나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 브랜드의 인기 있는 신발 모델이나 H&M, 유니클로 등의 SPA 브랜드가 알렉산더 왕이나 르메르 등의 명품 브랜드와 협업할 때도 일어나는, 즉, 패션업계 전반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우리는 슈프림이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 사람들을 위한 의류이며 이베이에서 적어도 두 배의 가격으로 팔리는 것이 매우 싫다. 우리 의류를 팔기 위함이 아닌 단지 착용하기 위해서 구매했으면 좋겠다”

슈프림의 창업자, 제임스 제비아가 한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리셀 문화는 이제 너무나 커져버렸다. 단지 그 브랜드가 좋아서 옷을 입던 사람들은 더 이상 높은 가격에 마음대로 구매하지 못하는 모순은 이제 일생이 된 것이다.

브랜드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폭리를 취하는 악습은 이제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이제 레드라인을 넘고 있다. 의류의 본질에 대한 왜곡과 지극히 자본주의적인 수요와 공급의 차에서 발생하는 리셀이라는 이름의 괴물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시급하다.

끝없는 모순에 염증을 느낀 소비자가 이 시장 자체를 떠나기 전에 말이다.

17세기, 튤립 뿌리 하나에 1억원이던 시절이 있었더랬다. 물론 모두가 사이좋게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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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조영훈

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비오는 날과 홍학을 좋아합니다. 공산당을 싫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