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을 혼란스럽게 만든 월드스타들

짜릿해, 늘 새로워, 한국 방문이 최고야.

팬으로서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머라이어 캐리의 내한공연은 아쉬움 그 자체였다. 가까이에서 귀한 모습 영접하여 기뻤던 팬들도 있었겠지만, CD 삼킨 라이브로 알려진 명성과는 많이 달랐던 가창력에 실망한 팬들도 적지 않았다.

그녀의 컨디션 난조와, 전성기와 비교했을 때 달라질 수밖에 없는 실력을 이해하자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기엔 티켓값이 너무 비쌌으므로, 힐난하는 사람들의 마음도 동시에 이해해야 할 것 같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내한하여 수많은 팬심을 혼란스럽게 만든 월드스타들은 또 누가 있었을까?

 

멕 라이언 - 헐리웃의 버릇없는 샐리.

ⓒ해리샐리

아 나 그때 왜 그랬나 몰라 진짜 ⓒ 'When Harry Met Sally'

괜히 한국을 건드려서 빈축을 산 헐리웃 스타의 원조격이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프렌치 키스“ 등으로 이미 세계를 평정한 그녀였지만, 특히 한국에서는 그 위엄이 문화대통령급이었다. 영화에서 선보였던 스타일은 한국에서 바로 완판되었고, 본토인 미국에서 망한 영화마저 한국에서는 흥행에 성공했을 정도다. 급기야 한국의 샴푸 CF까지 찍게 되는데, 이제는 너무도 유명하여 형용사 용법을 공부할 때 필수 예제로 등장하는 ”섹시마일드”라는 이름의 샴푸되겠다.

하지만 그녀는 CF를 찍고 나서 미국으로 건너가 한 토크쇼에서 샴푸 이름이 말도 안되고, CF컨셉은 우스꽝스러웠다는 식의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떠들었으며, 이는 곧 AFKN을 타고 한국에 전파되었다. 본토인으로서 타국의 영문법 오류를 지적할 수는 있을지라도, 그곳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전폭적인 애정을 지원하는 한국이었다. 이것이 한국에서의 그녀 이미지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화근이 되고 만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이유 있는 반항

ⓒTotal Eclipse

있어봐요 멀미약 돌고 있는 중이니까 ⓒ 'Total Eclipse'

디카프리오가 영화“장고:분노의 추적자”의 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 소식에 이미 한국 언론의 취재 열기는 과열되었으나, 세계적인 대스타의 위상의 벽은 이 열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디카프리오는 애당초 공항 입국 때부터 예정되었던 동선에 따라 이동하지 않아 포토타임을 철회하게 했으며, 프레스 컨퍼런스 중 ‘촬영 불가’ 사인을 주며 한국 기자들과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공식행사에서는 무척 매너 있는 모습으로 관객들을 대했다고 하니, 입국과 포토타임에서 기자들의 무례한 행동들이 심기를 불편하게 한 것은 아닐까 싶다.

 

X-JAPAN - 생명공학 연구를 방불케하던 그들의 요구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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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모닝 기지개♥

2009년 내한 예정이던 일본의 전설적인 밴드가 공연을 일주일 남겨두고 내한을 취소했다. 기획자들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뮤지션들에게 일종의 요구 사항이 적힌 라이더를 받는데, 당시 기획자들에 따르면 엑스 재팬의 라이더는 타 뮤지션들의 경우에 비교했을 때 난감 그 자체였다고 한다.

그중 가장 극악스러웠던 것이 있는데, 멤버들 중 요시키의 건강 상태는 무척 좋지 않았는데, 제대로 된 공연을 위해서는 산소캡슐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들이 요구한 것들에는 최상의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선탠베드 형태의 산소 캡슐과, 이를 운반하는 차와, 그 장치를 가동하는 전문가 등이었다. 또한 요시키의 독방, 탈의실, 샤워실, 산소 캡슐실 등의 방 3개, 그리고 모두 요시키의 취향에 맞춰 인테리어 되어야 한다고 통보했다.

물론 이들의 같잖은 요구 사항은 모두 묵살되었고, 이런 괴랄한 요구 조건을 내세운다고 알려진 뮤지션들에게 공연 컨텍을 하는 기획사들은 흔치 않다.

 

MUSE - 공연보다 급한 일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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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다 와 간다. 조금만 참아.

2007년 인천 펜타포트 페스티벌 헤드라이너는 다름 아닌 뮤즈였다. 그러나 그들은 그 네임드에 걸맞게 무려 한 시간 정도 늦었다. 다만 후에 전해진 지각 사유가 상당히 인간적이라 큰 비판을 받지는 않았다. 보컬 매튜 벨라미가 슬림한 옷을 입고 무대에 서기 위해 관장약을 먹었는데, 그게 좀 체질에는 맞지 않았나 보다. 그는 본의 아니게 호텔 안에 갇혀있게 되고, 결국 공연은 늦어졌다.

팬들과의 약속도 중요하지만, 그 약속을 이행하느라 개인적으로 평생의 오점을 남길 수는 없었을 터.(이를테면 무대 위에서 큰일을 치른다던지) 결국 매튜는 가부키 화장을 한 듯한 하얗게 질린 얼굴로 무대에 섰으나, 노련하게 공연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역시 가수는 노래로 말 하는가 보다.

 

Guns N' Roses - 내일 공연이 있더라도 난 한 잔의 술을 마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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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차까지 몇 시간 남았냐?

리빙레전드 밴드 Guns N' Roses는 2009년 내한 당시, 예정보다 한 시간 정도 지각을 하며 빈축을 샀다. 액슬 로즈가 술을 마시다 비행기를 놓쳤다는 것이 이유. 7시에 공연이 예정되어 있던 날, 그들은 5시에 공항에 도착하였다. 지각 사유가 그들 다워서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는 것이 팬들의 지론.

이런 관대한 팬들마저도 중간중간 호흡을 놓치거나, 버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등 과거의 정력적인 공연 컨디션을 잃어버린 그들을 보며 세월의 야속함을 한탄했으나, 그들의 자유분방한 록 스피릿은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안도를 느꼈을 것이다. 물론 맴버들이 아직 다 살아있는것도 고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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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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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s' TimeLine 피처 에디터. 말은 하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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