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뮤지컬, 뒤집어져야 진짜 하늘을 본다

문제 해결이 없다면 뮤지컬계의 ‘인터미션’은 생각보다 길 것이다

2014년은 한국의 뮤지컬 시장에겐 거대한 보릿고개와도 같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영향과 동시에, 자금난으로 취소되거나 연기된 공연들이 한 두 편이 아니었다. 여기저기서 뮤지컬시장의 위기를 다루는 기사들이 터져 나왔고, 급기야 1,000여 명의 관객이 보러왔던 뮤지컬<두 도시 이야기>는 공연 시작을 15분 앞두고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왔던 관객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을 보러왔던 관객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그간 우리나라의 뮤지컬시장은 놀라울 만큼 급속도로 성장해 왔다. 2000년대 초반에 영화산업에서 부진을 맛본 대형 투자자들이 공연기획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뮤지컬시장도 하나의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했다. 기업의 자본을 등에 업고 성장하면서 작품의 스케일도 커지고, 작품 수 또한 최근 10년 사이에 8배나 늘었다. 규모면에서는 뉴욕, 런던 다음으로 서울이 세계 3대 뮤지컬 도시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이니 그 성장을 짐작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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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호평이 무색하게 관객의 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알아내기 힘들 정도로 여러 문제가 얽혀있는 한국의 뮤지컬 시장. 이대로 괜찮은 걸까?

관객 앞에선 지킬, 뒤에선 하이드?

초연 10주년을 맞아 다시 공연되는 뮤지컬?<지킬 앤 하이드>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 명성이 어디 가지 않음을 보여주듯, 작년 한 해 동안 가장 많이 팔린 티켓 4위에 떡 하니 랭크되어 있다. 그러나 2014년의 연말을 뜨겁게 달군 것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사건은 디시인사이드의 연극뮤직갤러리에서 터져 나온 관객들의 불만에 원미솔 음악감독이 페이스북에 의견을 올리면서 시작된다. 그러다 댓글 중 <지킬앤하이드> 관계자 한 명이 "이들은 작품을 즐길 줄도 모르는 그냥 양아치들이다. 그들은 모르겠지만 매출 올려주는 봉이기도 하다"라고 댓글을 남긴 것이다. 이어서 다른 관계자는 ''지킬에 대해 알기나 하냐''며 관객의 수준을 운운하기도 했다.

문제가 된 SNS 원문.

보통 뮤지컬후기나 백스토리는 뮤덕(뮤지컬덕후)들의 공간인 뮤지컬 관련 커뮤니티에서 많이 다뤄진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킬 앤 하이드>의 관객비하 사건을 알게 된 건 네이트판을 통해서였다. 전혀 다른 성격의 커뮤니티에까지 올라올 정도로 스케일 큰 논란이었던 것이다.

사건은 뮤지컬 기획을 맡은 오디뮤지컬컴퍼니가 16일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시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다. 하지만 뮤지컬 관계자/연출자들의 관객모욕은 공연계가 직면한 문제의 일각에 불가하다.

계속되는 공연 관계자들의 관객 모독.

 

실력 없어도 ''우리 오빠''가 나오니까

유명하진 않아도 질적으로 뛰어난 뮤지컬 공연들이 많다. 이런 gpchealth com. 작은 공연들은 <오페라의 유령>이나 <맘마미아>같이 잘 알려진 작품에 비해 주로 소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자연히 일반 관객들은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다른 콘텐츠산업의 경우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거대한 자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공연시장에서 다양성의 공존은 더욱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흥행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살펴보자. 원조요정 ''바다''와 소시 ''서현''라는 든든한 라인업과 함께, ''토토가'' 열풍이 힘업어 큰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그러나 평가에 있어서는 아주 혹독한 피드백을 받고 있다. 바람과 함께 스토리까지 사라져버린건지, 뚝뚝 끊기는 장면들이 몰입을 방해한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라인업보고 질렀더니… C PLAYDB

라인업보고 질렀더니… ⓒPLAYDB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행보는 순탄해보인다.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대구, 인천, 부산, 진주 등 지방 투어가 계획되어 있으며, 중국 진출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관객들은 비싼 티켓 값에 맞는 훌륭한 무대를 기대한다. 그러나 일부 스타들의 불안정한 음정과 노래 실력은 보는 사람마저 불안하게 만든다. 만약 다른 작은 회사에서 같은 뮤지컬을 공연했다면 어땠을까? 지방 투어는 커녕 얼마 지나지 않아 막을 내렸야만 했을 것이다. 그러나 티켓파워가 보장된 막강한 스타들의 개런티를 감당할 수 있는 대형기획사는 다르다. 작품의 질과 상관없이 계속해서 비싼 티켓을 팔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하게 된다.

높아지는 스타개런티만큼 공연계 안에서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높아지는 스타개런티만큼 공연계 안에서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 ⓒ라디오스타

스타캐스팅 자체에 잘못은 없다. 뮤지컬의 본토 브로드웨이 역시 팝가수 리키 마틴이 출연한 <에비타>나 디즈니의 실사 뮤지컬 <미녀와 야수> 출연을 앞두고 있는 앰마 왓슨처럼 많은 스타가 무대에 오르곤 한다. 결국 중요한 건 ‘그들이 누구인가’ 가 아닌 ‘충분한 실력을 갖췄는가’ 이다. 이 질문에 대해 현재의 한국 뮤지컬은 어떤 대답을 내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창작 없이도 표만 잘 팔리네

라이센스 뮤지컬이란 외국의 대본과 음악을 번안하여 국내 배우와 스텝을 중심으로 제작하는 작품을 말한다. <두 도시 이야기>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같은 공연이 대표적이다.

라이센스 뮤지컬은 퀄리티가 검증되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원작자에게 높은 개런티를 내야한다는 현실적인 조건이 존재한다. 당연히 소형 기획사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라이센스 뮤지컬을 구매한 대형 제작사도 투자비용에 대한 고민은 여전하다. 결국 관객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톱스타를 출연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뮤지컬 는 시아준수가 출연한 이후로 완판행진을 거듭하기도 하였다. 티켓파워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라이센스 뮤지컬임에도 저조한 흥행을 모이던 <모짜르트>는 시아준수 출연을 기점으로 완판행진을 이어가기도 하였다. 티켓파워의 힘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EMK뮤지컬컴패니

창작뮤지컬이 활발하게 공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3년 기준으로 작년 한국에서 공연한 뮤지컬은 총 157편. 이 중 창작뮤지컬은 105개였다. 대부분 소극장에서 공연되기는 했지만.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44편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수를 차지했다. 그런데도 상위에 랭크되는 건 라이선스 뮤지컬이다.

국내 티켓 판매시장의 7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인터파크에서 낸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티켓판매율이 가장 높은 뮤지컬 10개 중 창작뮤지컬은 단 하나, 9위를 차지한 <그날들>뿐이었다고 한다. 많은 화제를 낳았던 창작뮤지컬 <프랑켄슈타인>도 11위에 그쳤다.

반면 <모차르트>, <위키드>, <캣츠> 내한공연, <지킬앤하이드> 10주년 공연, 레베카와 같은 해외의 유명한 라이선스 뮤지컬은 순위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브레이크 없는 성공은 없다

반면 이번 위기가 오히려 반갑다는 반응도 있다. 100여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외국의 뮤지컬과 달리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뮤지컬 역사는 겨우 10여년이다. 급격한 경제화와 산업화 때문에 겪었던 문제점처럼 더 큰 성장을 위해 이러한 문제가 논의하고,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 뮤지컬 시장을 차분하게 점검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공연계의 ''인터미션''은 생각보다 길어질지도 모른다 국립극장

눈 앞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공연계의 ''인터미션''은 생각보다 길어질지도 모른다ⓒ 국립극장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가지 대안들이 나오고 있다. 2014년 ''한국뮤지컬의 위기를 말하다''에서 설앤펌퍼니 심도윤 대표가 주장한 스테이지 쿼터제가 그것이다. 과거 국내 영화 창작인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스크린쿼터제같은 제도적 안전장치처럼, 작품의 일정수는 국내 창작뮤지컬로 의무화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같은 자리에 참여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원종원 교수가 제안한 창작 뮤지컬 전용관도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떤 뮤지컬을 들여와 수익을 낼까, 어떤 스타를 데려와 인기를 끌까에 대한 것은 작은 문제다. 1차 세계대전과 연이은 대공황으로 상처 입은 대중을 위로해주던 브로드웨이가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듯, 단순한 투자상품이 아닌 하나의 문화가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모두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업체에서 뿌리는 초대권으로 가득 찬 공연장으로 만족하는 껍데기에 머무를지,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금의 한계를 극복할 것인지. 선택의 순간은 이미 다가왔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로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은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가 낙점되었다. 이미 외국에서 뮤지컬은 다른 매체와 영향을 주는 문화로 성장하였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로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은 배우 닐 패트릭 해리스가 낙점되었다. 이미 외국에서 뮤지컬은 다른 매체에 영향을 주는 문화로 성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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