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안의 ‘리뷰왕 김리뷰’

모두가 주목받는 시대, 당신의 흑역사는 안녕하신가요?

미국 UCLA에서 연구를 한 적이 있다. 개인간의 의사소통에서 단어와 문장 - 즉 말 그 자체의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과 말이 아닌 다른 것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가 되는가에 관한 것이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대화의 단 7%만이 내용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 나머지는? 38%가 음성, 고저, 억양, 강조 등 톤 앤 매너와 관계가 있었고?나머지 55%는 표정, 시선, 자세 등의 바디 랭귀지와 연관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 연구는 물리적으로 대면하고 있는 상황을 다룬 것이나, '글'을 둘러싸고도 같은 흐름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리뷰왕 김리뷰와 관련하여 SNS에서 벌어진 논쟁을 돌이켜 보면 더더욱.

리뷰왕 김리뷰와 온라인의 '전과'

지금의 20대에게 가장 유명한 1인 미디어를 꼽으라면 <리뷰왕 김리뷰>를 꼽을 수 있겠다. 현재 페이스북 좋아요는 36만개. <경향신문>의 좋아요 갯수가 22만임을 감안하면 그 영향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의 독특한 테이스트와 '드립'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그는 매체인 동시에 하나의 온라인 인격으로 자리잡았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김리뷰는 피키캐스트와 계약하게 되고, 이어서 미해결 사건에 관한 내용을 담은 <완전범죄>라는 책을 출간하게 된다.

문제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그의 '일간베스트' 활동 경력이 밝혀진 것이다. 몇 차례의 부적절한 대응 이후 피키캐스트에서 2개월 정직 처분을 받게되고, 결국 자진 퇴사를 결정한다. 그렇게 <리뷰왕 김리뷰>는 정식 사과문, 그리고 좀 더 솔직하게 썼다는 사과문을 남기고 ?올해 2월 초 모든 활동을 중지한 바 있다.

그리고 본인이 짤린 사실을 리뷰했다 ⓒ리뷰왕김리뷰

그리고 본인이 짤린 사실을 리뷰했다 ⓒ리뷰왕김리뷰

그가 맞은 위기의 종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일간베스트를 성격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많은 가운데, 그가 그곳에서 했던 발언 그 자체다. ?즉, 그가 했던 다양한 종류의 지역 차별, 성차별적인 발언에 대해?도의적인 책임이 돌아오게 된다. 그런 발언으로 피해를 본 직접적인 당사자들이 있기 때문에 성립하는 문제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의 문제가 있다.?이제 사람들은 김리뷰가 일간베스트 출신이라는 사실을 인지했다. 앞으로도 김리뷰는 여성과 호남에 대한 차별주의자라는 꼬리표가 오랜 시간 따라다닐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부터?김리뷰의 의미는 달라지고 그의 모든 언어에는 색이 입혀진다. 혹시나 호남 여행기라도 올라오면 불쾌하지 않았냐며 반어적으로 비웃는 얘기들이 나올 것도 확실하다.

그렇다면,?김리뷰가 만든 컨텐츠는 일간베스트 활동 경력이 들킨 이전과 이후 그 가치가 달라졌는가?

 

5분만 준다면 당신의 모든 것을 검색할게요

개인은 실제보다 온라인에서 자신을 더욱 노출한다. 익명의 방벽과 인터넷의 광대함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람들은 오늘도 일베도 하고 오유도 하고 디씨도 하고, SNS도 한다. 그 와중에 자신의 인격 중 많은 부분을 데이터의 모습으로 남기고 잊어버린다. 그리고 그것은 대체로 쉽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개인들은 그렇게까지 주목을 받을 일이 없으므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한 장벽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슈퍼스타K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위한 장벽을 점점 낮아지고 있다 ⓒ슈퍼스타K

그러나 '김리뷰' 수준으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급변한다. 연예인이나 아이돌의 과거가 동창들의 머릿속이 아니라 '일간베스트 게시물'로 남아있다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언행일치'가 안 된다는 것이 밝혀지는 상황이다. 그리고 SNS는 그 문제를 더 가속시킨다.

SNS 이전의 온라인에서 개인의 인격은 익명과 ID로 각 커뮤니티와 포털에 나뉘어져 있었다. 그러나 페이스북 계정은 매우 '인격'과 유사한 면모를 띈다. '얼굴'로 쓰고 싶은 프로필과 실제 얼굴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 사진첩이 있다. 프로필에 자신의 위치나 직위, 나이를 공개하는 것은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 포스팅에는 다양한 희노애락이 담긴 일상과 말하고 싶은 것들이 적혀 있다. 주변 친구들의 정보와 '좋아요'를 해 놓은 것으로 많은 인격의 파편이 드러난다. 어지간히 노력하는 것으로는 그 많은 것들을 전부 관리할 수 없다.

심지어 페이스북과 트위터는 '좋아요'와 '리트윗'을 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 즉 다양한 종류의 자의식을 증폭시키는데 최적화 된 플랫폼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반응해 주었으면 좋겠다, 내 글을 좋아했으면 좋겠다라는 다양한 심리를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덕분에 SNS에서 드러나는 어떤 사람의 인격은 현실에서 마주하는 것으로는 알 수 없었던 개인의 많은 정보들을 알게함과 동시에, 훨씬 더 많은 것을 '더욱 과장된' 형태로 노출한다.

방금 만난 타인도 당신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

방금 만난 타인도 당신의 많은 부분을 알 수 있다.

 

CHANCE & RISK

이렇게 노출의 기회가 많아진 만큼 우리는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은 것들을 어쩔 수 없이 노출하며 산다.

만약, 프로야구에서 어떤 선수가 홈런을 치고 대단히 거만한 퍼포먼스를 했다고 치자. 이 뉴스에 대해서 사람들은 여러가지 의견을 낼 수 있다. 그 중 A라는 사람이 그 논쟁에서 선수에게 호의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런데 그 사람의 프로필을 보니 ?A는 원래부터 그 선수의 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순간?A는 '원래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맥락이 입혀진다.?현실이었다면 그 사람과 상당히 친분이 있어야 알 수 있던 정보가 이제 너무도 쉽게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SNS 시대를 맞이하여 많은 스타가 태어나고 있다. 로보티비와 같은 UCC 창작자. 재기있는 글을 쓰는 문인. 현란하고 논리정연한 비판을 하는 논객까지. 그들의 좋은 '장면'들은 Like가 찍히고 공유되면서 손쉽게 스타가 태어난다. 리뷰왕 김리뷰도 그런 SNS의 수혜를 입어 탄생한 1인 미디어였다.

그리고 이런 종류의?스타는 그 사람이 현실에서 무엇을 하고 누구와 친분을 맺으며 사는가를 알 수 있으며, 논객의 경우 이 사람이 어떤 배경을 갖고 있고 어디서 활동하기에 이런 것을 배우고 말하는가를 매우 손쉽게 획득할 수 있다.?그러나 그 사람들 중 대부분은 자신의 과거나 현재 하고 있는 것들을 완벽하게 숨기고 위험을 관리하지 못한다. 위기의 크기가 작을 뿐 빈도는 아이돌 연습생보다 훨씬 더 잦다.

 

가까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가까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가면의 시간

이렇게 변화한 환경에서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도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일정 부분 '연예인'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의사를 원하는 방식으로 전달하기 위해서, 또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것을 고민하게 된다. 단순한 주장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주장을 하는 '나' 역시 공개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한번 '실수라도 하는 순간' 여러 경로로 포착되고 저장되어 계속해서 괴롭힐거라는 위기감이 선명하다.

온라인이 없던 시절, 어떤 작가가 월간지에 1년동안 한 이야기를 살펴 보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재화를 지불하는 동시에, 물리적으로 책을 찾아 나서는 번거로운 과정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온라인 시대에서는 필자 이름을 검색하는 순간 1년은 커녕 10년치의 글도 단 한 번에 살필 수 있다. 심지어 돈도 안든다.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다.?그야말로 '초연결' 사회다.

세상은 갈수록 쉽게 연결되고, 개인의 어떤 '장면'은 이제 개인을 설명하는 전부로 변하고 있다. 대화라는 형식 안에 있으나 기록되지 않았던 '몸짓'과 '표정'은, 지금의 세계에서는 개인 정보와 과거의 글과 사진으로 남아있다.

그렇다면 이 새로운 시대 앞에서, 사람의 '과거'는 언제, 어느 부분까지 사람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남아있어야 할까? 그리고 개인은 어디까지 자신을 관리해야 하는가?

무도회에서만 잠시 쓰는 것으로 과연 충분할까? ⓒ 영화 '아마데우스'

무도회에서만 잠시 쓰는 것으로 과연 충분할까? ⓒ 영화 '아마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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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우

김진우

Twenties Timeline (전) 피처 에디터. 모든 것을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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